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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 되살려준 한국 … ‘루지’ 메달 선물할 것

평창 올림픽 D-1년
  
프랑스어로 썰매를 뜻하는 루지(luge)는 납작한 썰매에 누운 채 최고 시속 140㎞로 슬라이딩 트랙을 질주하는 동계종목이다. 최근 급성장해 국제무대에서도 성적을 내는 봅슬레이·스켈레톤(철제썰매에 엎드려 타는 종목)과 달리, 이렇다할 성적이 없어 국내에선 아직 주목받지 못한다.

귀화 선수 국가대표 프리쉐의 각오
썰매 강국 독일서 경쟁 밀렸는데
태극마크 달고 평창 도전 기회 줘
한국 이름 임일위 ‘평창 1위’ 뜻
“올림픽 뒤에도 인연 이어갈 것”

아일린 프리쉐 크리스티나(25·여). ‘루지 불모지’인 한국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큰 기대를 거는 선수다. ‘루지 강국’ 독일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 한국 국가대표로 태극기가 새겨진 썰매를 타고 질주한다.
독일에서 귀화한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는 “운동선수에게 올림피언이 되는 건 꿈”이라고 했다. 이제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평창=김현동 기자]

독일에서 귀화한 루지 국가대표 아일린 프리쉐는 “운동선수에게 올림피언이 되는 건 꿈”이라고 했다. 이제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평창=김현동 기자]

8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프리쉐를 만났다. ‘KOREA’란 글자가 새겨진 경기복 차림의 그는 시속 100㎞대 속도로 트랙을 질주했다. 프리쉐는 “트랙이 어렵지는 않지만 몸에 좀 더 익혀야 한다. 내 집처럼 느껴지게 더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언어의 장벽이 남아 있지만, 프리쉐는 대표팀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유럽 전역을 돌며 대회를 치르는 동안 틈틈이 동료들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특별귀화 시험을 준비하며 온라인 강의로 한국어를 배워 기본적인 건 알아듣는다. 귀화 전부터 K팝을 즐겨들었는데, 특히 그룹 ‘빅뱅’과 그 멤버인 대성을 좋아한다. 독일에서 살던 지역(알텐베르그)에 한국식당이 있어 한국음식도 종종 접했다. 그는 “갈비·불고기는 잘 먹지만 매운 음식은 잘 못 먹는다. 하지만 적응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프리쉐는 독일에서 주목 받는 기대주였다. 독일은 역대 겨울올림픽 루지 종목에서 금메달 44개 중 31개를 따낸 전통의 강국이다. 그런 독일에서 연령별 대표를 차례로 거쳤다. 20세였던 2011~12시즌엔 주니어 세계선수권과 주니어 유럽선수권에서 내리 여자싱글(1인승) 및 팀 릴레이(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슬라이딩 트랙이 있는 알텐베르크에서 자란 썰매선수 프리쉐의 미래는 창창해보였다.

주니어에서 성인으로 올라온 뒤 치열한 경쟁에서 조금씩 밀렸다. 2013년 독일 쾨닉세 월드컵 동메달 외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대표로도 뽑히지 못했다. 운동을 그만 둔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운동이 재미 없었다. 더 이상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015년 은퇴 후 독일군(한국의 국군체육부대에 해당)에서 후배를 가르치면 시간을 보냈다.

미련까지 다 버린 건 아니었다. 프리쉐는 “전성기를 맞아보지도 못하고 그만 뒀다. 다시 꽃을 피워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전환점을 맞았다”고 말했다. 루지 연맹으로부터 귀화선수 물색을 의뢰받은 샤테 스테펜(45·독일) 한국 루지대표팀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주니어 대표 시절 그를 가르친 스테펜 감독은 재능이 있는데도 운동을 포기한 제자가 안타까웠다. 프리쉐는 스승의 제안에 고민했다. “솔직히 처음엔 당황스러웠다”는 그는 “올림픽이 결정적이었다. 운동선수에게 올림피언이 되는 건 꿈이 아닌가. 올림픽 주최국 대표로 뛰는 건 설레는 일”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운동을 오랜 쉬었던 탓에 프리쉐의 기량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한국대표로 처음 출전한 지난달 6일 5차 월드컵에서 12위를 했다. 지난달 28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선 34위로 더 떨어졌다. 그는 “어떤 때엔 초보 수준의 실력이 나오기도 했다. 감각을 되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한창 잘 탈 때의 70% 정도”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자신을 격려하는 동료들이 있고, 선택을 존중하며 응원을 보내주는 남자친구가 있어 힘을 낸다. 남자친구는 현 독일 루지 국가대표인 율리안 슐라이니츠(26)다.

귀화 후 받은 주민등록증 엔 ‘아일린 프리쉐 크리스티나’라고 적혀있지만, 얼마 전 한국 이름으로 ‘임일위’를 제안받았다. 성은 루지연맹 관계자 걸 따왔고, 이름은 ‘평창에서 1위를 하라’는 뜻이다. 그는 “(그런 이름을 붙여준 건) 평창에서 그만큼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귀화선수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귀화선수를 볼 때 ‘올림픽이 끝나면 인연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을 잘 알고 있다. 난 절대 아니다. 올림픽 후에도 두 번째 조국인 한국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 무엇보다도 루지를 가장 잘 타는 한국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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