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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규직 일자리를 돈 받고 판 한국GM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한국GM의 정규직 채용에 여덟 번 지원했다. 자격증도 땄는데 단 한 번도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돈을 건넸더니 합격시켜 주더라.”

한국GM 노조 간부에게 돈을 주고 생산직 정규직원이 된 A씨(33)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다. 그는 “정규직이 되려면 5000만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듣고 여자친구가 결혼비용으로 마련한 돈까지 건넸다고 한다. 브로커의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면서 A씨는 자신의 통장 출납 기록에 ‘정규직 가자’라는 문자를 남겼다고 한다.

김형근 인천지검 특수부장은 “A씨처럼 돈을 주고 취업한 사람들은 모두 다섯 번 이상 한국GM 채용 시험에서 탈락했던 사람들”이라며 “수사를 하면서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돈 준 사람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이 지난 7일 발표한 한국GM의 채용비리 수사 결과는 놀라웠다. 한마디로 악취가 풍기는 부패 요지경을 보는 듯했다. 업무방해와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모두 31명이 기소됐다. 이들 중 5명이 한국GM의 전·현직 임원이었고 17명이 노조 지부장·대의원·사무국장 등 전·현직 노조 핵심 간부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들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뒷돈을 받고 채용시험에서 합격시켜준 사람만 123명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입사자(346명)의 35.5%다. 채용 대가로 오간 돈만 11억5200만원이었다. 이 중 75.7%(8억7300만원)를 노조 간부들이 챙겼다.

비정규직 하청업체 직업들이 사채를 끌어 쓰고 부모의 노후자금과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힘겹게 마련한 돈으로 한국GM 노조 간부들은 사리사욕을 채웠다. 생활비로 쓰거나 노름빚을 갚는 데 썼고 억대의 현금을 집 천장에 숨겨두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조의 채용 장사는 회사와 맺은 ‘친인척 우선 채용’ 규정 때문에 가능했다. ‘정년 퇴직 및 장기근속자, 재직 중 사망하거나 재해 등으로 퇴직한 이들의 직계 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을 악용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노조가 추천하면 무조건 합격”이라는 우선·특별채용 관행이 생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기업 2769곳을 조사했더니 694곳에서 한국GM과 같은 규정이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공정한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노동시장 격차를 확대시킨다”며 자율 시정을 권고했지만 이를 따른 기업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김송원 인천경제실천연합 사무처장은 “회사의 인사 문제를 감시하고 비정규직을 보듬어야 할 노조가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채용 장사를 했다”며 “고용 형평성을 위해 우선·특별채용 규정을 혁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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