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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입법절벽’ 시대, “뭐라도 합시다”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실에서 보좌관 채용 공고를 냈는데 순식간에 두 자릿수 이상 지원자들이 밀려들어 ‘의원실 입성’이 바늘구멍이었다고 한다. 보좌관 채용 경쟁률이야 취업시장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 하겠지만 지지율 1위와 이를 바짝 추격하는 대선주자들로 활력이 넘치는 이 당의 요즘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슈 메이킹도 탄력이 붙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던진 보수 진영과의 대연정 카드는 “이종교배”라는 반발을 부르며 야권을 들쑤셨지만 어쨌든 언론의 조명을 야권에 붙들어 놓았다. 안 지사는 ‘국가 개혁에 동의한다’는 것을 전제로 새누리당과의 연정에 문을 열었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연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견제했다. 보수권 일각에선 분권형 개헌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반기는 눈치다. 대연정은 오스트리아 같은 내각제 국가에서 집권당이 안정적 다수당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이념과 가치가 다른 보수·진보 정당이 손을 잡는 정치 모델이다. 따라서 대연정을 이루고 각료 임면권을 나누기로 정치적 약속을 한다 한들 그 계약의 위상은 대통령제 국가에선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 아래일 수밖에 없다. 정치 환경이 급변해 ‘그땐 그때고’ 같은 상황 논리가 득세하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야가 타협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입법절벽’의 현실이다.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여야가 맞서는 쟁점 법안은 180석(60%) 이상을 확보해야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 국회 의석 분포상 여야 어디든 정권을 잡는다 해도 국정 철학을 녹인 핵심 법안은 혼자 힘만으로 통과시키기 어려운 구조다. 야당이 다음 대통령을 흥하게는 못해도, 예를 들어 총리 임명에서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일찌감치 야당 될 각오를 다졌는지 새누리당 일각에선 “우리도 대정부질문 때 기존 야당처럼 ‘기승전-사퇴하세요’ 하면 된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선에서 이겨도 이렇게 만만치 않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옵션으로 상대 당에서 의원을 빼내는 인위적 정계 개편이 있긴 한데 극렬한 반발을 불러 정권 초부터 국정이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안아야 한다. 아니면 입법 때마다 여론전을 벌이는 건데 의회민주주의의 실격을 자임하는 것이고 너무 소모적이다. 밧줄 양쪽 끝에 매인 염소들이 눈앞의 건초를 좇다 제 풀에 지쳐 쓰러지는 우화가 현실 정치에선 국정 마비이고 입법 공회전으로 나타날 텐데 정신이 아뜩해진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대선주자들은 맞춤형 미래 산업 공약들을 다듬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우리를 앞지르고 있다. 금융업의 미래 먹거리인 ‘핀테크(금융+기술)’ 관련 법안은 지난해 여야가 맞서면서 한 건도 입법하지 못했다. 이렇게 입법절벽이 피부로 와 닿는 시대인데 정말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용환 중앙SUNDAY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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