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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가망 없다던 한국 가전의 도약이 보여준 것

임미진 산업부 기자

임미진
산업부 기자

병상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만약 지난해 실적 보고서를 받아들었다면 어떤 수치를 가장 눈여겨 봤을까.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반도체·디스플레이(DS) 부문이나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비교적 선방한 IT모바일(IM) 부문은 각각 15조원, 10조원이 훌쩍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영업이익 2조6400억원이 이 회장의 눈길을 붙잡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기자의 상상이다. 10년 전에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도 함께 떠오르지 않았을까.

이건희 회장은 2007년 3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생활가전 사업은 한국서 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내수는 모르겠지만 수출은 아니다. 개도국에 넘겨야 하지 않겠느냐”고도 덧붙였다. 같은 해 1월 기자들에게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유명한 ‘샌드위치론’을 꺼냈던 그다. 언론에선 “삼성이 만년 적자인 가전 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회사 측은 부랴부랴 “사업을 접자는 건 아니다.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활동은 국내에서, 수출용 제품 생산은 해외에서 벌여 적자를 탈출해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해설 자료’를 냈다.

그 이후 10년 동안 한국 가전 사업은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 프리미엄 가전 제품의 격전지 미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 3위를 차지했다. <본지 1월 31일자 종합 1면, 경제 1면> 중국에 치여 샌드위치가 되지 않겠느냐던 한국 가전 회사들이 106년 역사의 월풀을 앞뒤로 압박해 오히려 샌드위치로 만든 것이다.

가전 회사들의 도약 비결은 우리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중국산과 가격 경쟁에 집착하지 않았다. 앞선 디자인·성능을 내세워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했다. 미국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혁신을 거듭했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가 지난해 산 프리미엄 냉장고·세탁기 두 대 중 한 대가 한국산이다. 중국 브랜드는 물론 미국 브랜드들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장벽을 만들었다.

‘메이드인 차이나’의 추격에 “제조업은 끝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사업 구조를 손보고 타깃 시장을 명확히 하면 제조업도 충분히 알짜가 될 수 있다는 걸 한국 가전산업이 증명한다. 한국 가전업계 앞엔 또 다른 장벽이 여럿 버티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압박하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결합하며 시장은 대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가전 업계가 지난 10년 간 보여준 변신의 속도를 기억하길, 그래서 10년 뒤에도 쏠쏠한 실적을 거둘 수 있길 응원한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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