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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지만 않군요 … ‘세수 풍년’의 그림자

살림을 꾸릴 때 소득을 예상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써야 할 곳에 적절히 돈을 배분할 수 있다. 나라 살림에서 주요 소득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정확히 예측해야 재정을 효율적으로 써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복지 수준을 늘릴 수 있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애초 계획한 곳에 쓸 나랏돈을 줄여야 한다. 줄이지 않고 예정대로 쓰려면 빚을 내야 한다.

경기는 나쁜데 세금 잘 걷혀
작년 국세 수입 240조원대
예산보다 10조원 웃돌아

민간서 쓸 돈 정부가 가져간 셈
예상되는 세수 면밀히 분석
예산 짜는 데 제대로 반영해야

반대로 예상보다 세수가 늘면 수입 예측을 잘못해 민간에서 쓸 돈을 정부가 가져간 꼴이 된다. 이는 민간 지출이 줄어 경기 활성화에 역행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지난해 ‘세수 풍년’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건 이래서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침체를 벗지 못했지만 세수만은 뛰어난 실적을 냈다. 세금은 경기가 좋아 경제 주체가 돈을 많이 벌고 소비도 늘릴 때 잘 걷히게 마련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보여주는 수출·내수 등 주요 지표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세수만 호황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42조~243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며 예상했던 세수 규모(232조7000억원)에 비해 10조원 정도 더 걷혔다. 1년 전 세수(217조9000억원)보다는 24조원 이상 늘었다.

‘가욋돈’이 생긴 정부는 고무적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수 부족에 허덕인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정부는 세수 증가 이유로 부동산 거래량 증가 및 비용을 줄인 기업의 영업실적 개선 등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더해 사실상의 ‘증세’를 원인으로 든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세법 개정과 담배 가격 인상, 과세당국의 세무행정 강화 등도 효과를 낸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세수 풍년’ 현상이 바람직할까?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지적한다.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세수를 정확히 예측했다면 나랏돈을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얘기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혔다는 건 민간에서 돌아다니는 돈이 그만큼 국고로 귀속된 격이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를 정확히 예측했다면 지출 예산을 짤 때 경기 대응이나 부족한 복지예산에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론 세수 전망이 적절치 못했다고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적기에 경기 대응을 잘해 지난해 초에 내수가 회복되며 세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수 예측 실패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해 ‘모자라거나, 넘치거나’를 반복하고 있다. 2012~2014년에는 정부가 예산을 짜면서 세수와 직결되는 경상성장률(실질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을 낙관적으로 잡았다가 실제 성장률이 예상치에 모자라면서 ‘세수 펑크’를 냈다. 그 부족분은 빚을 내서 메워 결국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원인이 됐다. 반면 2015년에는 예산보다 2조20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었다. 이러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2015년, 2016년에 추경을 편성했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경제성장 전망을 하다 보니 나라 살림의 근간인 세수 추계도 빗나가면서 정부 정책과 세금 정책의 신뢰도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혔지만 이런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큰 틀에서 세수는 결국 성장률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세수 호전이 장기적인 추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조심스럽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세수 환경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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