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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청년 테러범으로 조작한 가짜뉴스 공포

가짜 뉴스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6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뷔르츠부르크에서 열린 한 재판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시리아 난민 청년 아나스 모다마니(19)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가짜 뉴스(fake news)’ 소송이다.

시리아 난민, 2015년 메르켈과 셀카
극우파들, 테러 사진과 합성해 유포
“조작된 뉴스 수십만 건 퍼져” 소송

페북, 가짜뉴스 가려낼 AI 개발중
프랑스 8개 언론 검증 협력체 발족

뉴욕타임스(NYT)는 “가짜 뉴스에 대한 책임이 페이스북에 있는지, 가짜 뉴스를 만들고 퍼나른 사람은 책임이 없는지 등을 다룰 중요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9월 독일 난민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셀카를 찍은 아나스 모다마니(왼쪽 사진). 이를 모방해 모다마니가 폭탄조끼를 두르고 복면을 쓴 것처럼 조작된 사진이 ‘가짜 뉴스’로 유통됐다. [AP=뉴시스]

2015년 9월 독일 난민촌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셀카를 찍은 아나스 모다마니(왼쪽 사진). 이를 모방해 모다마니가 폭탄조끼를 두르고 복면을 쓴 것처럼 조작된 사진이 ‘가짜 뉴스’로 유통됐다. [AP=뉴시스]

모다마니는 2015년 내전을 피해 독일에 입국했다. 그가 가짜 뉴스에 휘말린 건 1년 반 전 독일 베를린 난민촌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셀카’를 찍으면서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난민 포용 정책을 강하게 펴고 있었다. 모다마니가 메르켈 총리와 셀카를 찍는 장면은 그날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했다. 이후 메르켈의 난민 정책이 언급될 때마다 단골 사진으로 쓰였다. 모다마니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셀카를 자랑삼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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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명 정치인과 셀카를 찍었다는 뿌듯함은 다섯 달 뒤 악몽으로 변했다. 메르켈의 난민 포용 정책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엉뚱하게 독일 극우파들이 모다마니를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벨기에 브뤼셀 공항테러가 발생하자 페이스북에 모다마니의 셀카 사진과 함께 “이 사람이 용의자”라는 가짜 뉴스가 올라왔다. 모다마니가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복면을 쓴 것처럼 조작한 사진에 “메르켈이 테러리스트와 셀카를 찍었나?”라는 게시글도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해 12월 베를린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노숙인이 벌인 방화 사건에도 모다마니가 연루됐다는 가짜 뉴스가 등장했다.

모다마니는 공판에서 “문제가 된 게시글을 삭제해도 다른 사람이 이미 공유한 것만 20만 건이었다. 페이스북에 수차례 항의했지만 ‘합성 사진 자체는 지역사회 기준에 반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호소했다. 이어 “메르켈과 셀카를 찍었을 뿐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은 내 사진이 걸린 모든 가짜 뉴스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당한 페이스북 유럽법인 측은 공판 뒤 성명에서 “우리는 모다마니가 직접적으로 요구한 게시물 2건을 즉각 차단했다. 하지만 독일법 등 지역사회 기준에 반하지 않는 한 관련성만으로 모든 게시물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NYT는 “페이스북은 단순 플랫폼이며 허위 사실에 대한 책임은 개개인에게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가짜 뉴스를 대하는 페이스북의 자세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 대선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선거를 앞둔 유럽 각국에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4~5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선 페이스북과 구글이 AFP통신·르몽드·리베라시옹 등 8개 프랑스 유력 언론사와 대선 뉴스 팩트를 검증하기 위한 ‘크로스 체크(Cross Check)’ 협력체를 발족한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페이스북은 ARD·ZDF방송·주간 슈피겔·일간 빌트 등 유력 매체와 팩트 체킹 협업을 하기로 했다. 언론사들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기사 또는 게시물에 ‘논란의 여지가 있음(disputed)’이란 표식을 붙이고 뉴스피드 알고리즘에서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선을 치른 미국에선 페이스북이 자동으로 알아서 사실 여부를 체크해주는 인공지능 팩트 체킹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영국에서는 ‘풀팩트(Full Fact)’라는 비영리단체가 구글로부터 5만 유로(약 6300만원)를 지원받아 팩트 체킹 모바일 앱을 개발한다.

국내에서는 허위 사실을 게시한 인터넷포털에 대한 법적 책임 여부를 묻는 소송이 많았다. 이 경우 대체로 허위 사실을 게재한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이 났다. 법무법인 예율의 허윤 변호사는 “불법성이 명백한 게시물을 방치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 경우에 한해 인터넷포털이 책임을 졌다. 반면 페이스북은 내가 보고 싶지 않아도 가짜 뉴스가 보이는 특유의 알고리즘 때문에 법적 책임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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