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지식충전소] 대기권 1억 칸으로 쪼개니 … 날씨예보 족집게 같네

날씨예보에서 올해는 매우 뜻깊은 해다. 우선 인류가 구체적 수치(數値)를 계산한 결과로 기상전망을 내놓는 방안을 시도한 지 올해로 100년이다. 한국에 올해는 ‘예보 독립’의 원년이다. 현재는 외국이 개발한 모델을 이용해 날씨를 예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형 예보모델을 1차로 개발해 올해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한반도 지형에 특화돼 외국 모델보다 정확도가 높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다.

한국형 예보모델 올해 시범 가동
대기권을 전체 70개 층으로 나누고
각 층을 10~12㎞ 격자로 다시 나눠

하루 2000만개 넘는 관측자료 수집
이 중 36만 개 골라 수퍼컴으로 분석

한반도 지형에 특화된 기상 정보로
태풍·폭설 등 재해 대비 쉬워질 듯

정확한 기상예보의 중요성은 개별 국가 단위에 머물지 않는다. 기상예측에 성공하거나 실패해서 세계사가 뒤바뀐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44년 6월 6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던 날이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연합군 최고사령관은 연합국 기상팀 보고를 토대로 이날을 D데이로 최종 확정했다. 기상팀 보고는 “D데이 전날인 5일 저녁부터 6일 아침까진 날씨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였다. 이 보고에 따라 연합군 16만 명이 영국해협을 건너 전세(戰勢)를 뒤집었다. 반면 독일군 측은 직전까지 악천후가 계속되자 방심했다. 독일군 측이 정확히 예측했다면 노르망디 작전은 실패했을 수 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일등공신은 날씨 예보
오늘날은 기상예보가 일상화됐다. 기상 당국의 예보가 빗나가는 게 오히려 뉴스가 된다. 하지만 인간이 며칠 뒤의 날씨를 내다본다는 것은 인류사에선 대단한 일이다.

기온·기압·강수·적설 등을 구체적 수치로 전망하는 수치예보(數値豫報·Numerical forecast)가 걸어온 길은 과학기술의 궤적과 일치한다.

날씨를 예측하기 위해선 우선 먼 곳의 날씨를 알아야 한다. 무선전신이 발명된 것이 1844년. 이로써 관측자료의 빠른 송수신이 가능해졌다. 영국 기상청은 무선전신이 발명되고 10년이 지난 1854년 창설됐다. 하지만 당시의 기상전망은 관측된 자료를 수리 모형에 집어넣어 예측치를 산출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당시 예보의 근거는 “경험상으로 보면” “직관적으로 생각할 때”였다.
관측 자료를 수식(數式)에 입력해 날씨를 전망하는 시도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처음 이뤄졌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이다. 영국 기상학자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1881~1953)은 서유럽의 기후를 예측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독일을 중심으로 서유럽을 가로·세로 각각 1000㎞인 정사각형으로 가정했다. 이어 정사각형 위를 다시 가로·세로 각 200㎞, 높이 2~5㎞인 직육면체 125개가 모두 5층으로 쌓인 입체적 공간으로 설정했다. 이어 각 격자점의 기상관측값을 집어넣어 특정 공간의 미래 기상관측치를 계산하는 방정식을 풀었다. 전자계산기가 없던 시절이라 일일이 손으로 계산해야 했다. 6시간 뒤의 관측치를 알아내는 방정식을 푸는 데 몇 달이 걸렸다. 물론 계산 결과는 실제 날씨와는 큰 차이가 났다.
리처드슨이 시도한 방법은 1950년대 미국에서 초기형 컴퓨터 에니악(ENIAC)이 개발되면서 보다 구체화됐다. 하지만 이때도 컴퓨터 속도가 느려 24시간 이후를 예측하는 계산을 하는 데 24시간이 걸렸다. 예보로서의 의미는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계산 결과가 실제 날씨와 제법 유사했다. 이후 컴퓨터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계산 시간이 짧아져 수치예보는 핵심 예보기술로 자리 잡았다.
독자 예보모델 갖춘 곳은 7개국뿐
한국은 ‘예보 독립’에 이르기까지 외국의 신세를 졌다. 1980년대 중반까진 일본의 분석 결과를 팩스로 받아 그대로 활용했다. 이후 89년부턴 일본에서 받은 세계 기상자료를 유럽의 예보모델에 넣어 자체적으로 예측치를 계산했다. 97년엔 예보모델을 유럽식에서 일본 기상청이 개발한 모델로 다시 바꿨다. 99년엔 기상청에 수퍼컴퓨터가 도입돼 계산 능력이 한층 높아졌다. 2010년부터 현재까진 영국의 통합모델(UM·Unified Model)을 도입해 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수치예보엔 첨단 과학과 기술이 총동원된다. 통신망·수퍼컴퓨터·예보모델 이 3가지가 필수적이다. 통신망이 없으면 전 세계 관측자료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지상관측소는 물론이며 선박·항공기·기상위성·해양 부이(buoy)·레이더로부터 기상자료를 얻는다. 한국만 해도 하루 2000만 개가 넘는 데이터를 받아 이 중 36만 개 정도를 골라 사용한다. 수퍼컴퓨터는 이 방대한 자료를 처리하는 데 꼭 필요하다.
예보모델은 대기물질 방정식을 푸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이 있어야 컴퓨터에 계산을 명령해 특정 시점의 기후 전망치를 얻을 수 있다. 예보 모델은 대기권을 가로·세로·높이 10~12㎞의 입체 공간으로 세분화한다. 입체 공간은 모두 70개 층으로 나뉜다. 이러면 대기권이 자그마치 1억2386만개 칸으로 나뉜 격자 구조가 된다.

현재까지 이런 모델을 독자적으로 구축한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뿐이다. 과학 강국인 러시아는 미국 모델을 쓰고, 중국은 자체 모델을 개발 중이다.

기상청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 권영철 예보본부장은 “선진국들은 기후예보에 농림·해양 분야 예측모델까지 더해 지구 전체의 변화를 전망하는 시스템 개발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국형 예보모델로 한반도 일대에 대한 기상예측이 현재보다 더욱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자부심도 가질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독자 모델이 개발됐다고 해서 여름철 게릴라성 호우 등 모든 기상현상을 완벽히 내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 정관영 예보정책과장은 “수치예보 모델에선 격자 하나가 가로·세로 10~12㎞이기 때문에 이보다 작은 규모에서 내리는 소나기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