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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창고] 동시대 담은 신선한 사운드…직접 지휘·연주까지

클래식 - 호주 작곡가 브렛 딘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로 활약하는 호주 태생의 브렛 딘이 내한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무대다. [사진 서울시향]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지휘자로 활약하는 호주 태생의 브렛 딘이 내한해 자신의 작품을 연주한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무대다. [사진 서울시향]

실험적이되 난해하지 않은 현대곡
세계적 악단·음악축제서 러브콜 쇄도
10~12일 서울시향과 세 가지 무대


이 시대 작곡가들은 이제 게을러진 걸까. 모차르트·베토벤 같은 히트 작곡가를 같은 시대에서 찾지 못한 대중은 이렇게 질문한다. 21세기 작곡가들은 어떤 곡을 쓰고 있느냐고 말이다. 베토벤 ‘운명’ 교향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만 수백 년째 연주하는 이유에 대한 물음이다.

여기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이 작품을 제시하고 싶다. 1961년생 호주 작곡가 브렛 딘의 ‘성가심과 헌신(Vexations and devotions)’. 음악은 군중의 소음으로 시작한다. 합창단 중 남성 단원들이 각자 다른 말들을 뇌까리는 소리는 마치 혁명전야처럼 음산하고 괴상하다. 여기에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악기들은 접근할 수 있는 거의 가장 낮은 음을 낸다. 피아노도 불길한 저음으로 함께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도약이 일어난다. 물을 이용해 음을 내는 악기, 각종 타악기가 음악의 분위기를 전환시킨 후 어린이 합창단이 외친다. “서로가 텔레비전으로 타인을 관찰하는 외로움!” 그리고 음악은 2악장으로 넘어간다.

작곡가 자신이 밝혔듯 이 음악은 ‘사회적인 칸타타’다. 메시지를 담고 있는 합창곡이라는 뜻이다. 작곡가 브렛 딘은 현대인들이 넘치도록 많은 정보를 손에 쥐고도 소통에 실패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3악장짜리 합창곡에 담았다. 전자 악기와 특이한 타악기들을 무대에 올리고 시에서 가져온 문장, 자신이 만든 텍스트를 가사로 썼다. 2005년에 완성하고 그 이듬해 호주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대 작곡가가 동시대 청중을 위해 쓰는 음악의 좋은 예다. 메시지 때문이기도 하지만, 뜻을 모르고 듣는 청중도 사로잡을 수 있는 분위기, 음악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존 작곡가들이 어떤 곡을 쓰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브렛 딘의 작품으로 현대음악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딘은 이런 식으로 같은 시대 작곡가들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비올라 연주자였다가 1988년 작곡가로 데뷔한 뒤 그의 행보는 말하자면 ‘엘리트 작곡가’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영국 BBC 프롬스 같은 초대형 음악축제가 그의 신작 발표 무대를 마련해주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LA 필하모닉 등 일류 오케스트라와 사이먼 래틀, 마린 알솝 등 스타 지휘자가 작품을 위촉하고 연주한다.

딘이 세계적인 무대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의 음악 덕분일 것이다. 역동적인 사운드, 실험적 기법으로 만들어진 극단적으로 복잡한 음악과 현대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일은 청중을 장악한다. 바이올린 협주곡 ‘잊힌 편지 쓰기의 기술’, 관현악 합창곡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나날’ 등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음악은 청중의 호기심을 일깨우고 신선한 사운드를 접하도록 돕는다.

이달 한국에서 연주될 비올라 협주곡 또한 ‘듣기에 힘들지 않은’ 현대곡이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청중을 혼자 두고 도망가지 않는다. 물론 기법은 현대적이지만 듣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패턴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주요한 작곡가로 떠오른 인물답게, 유려한 솜씨로 음악과 듣는 이의 심리를 유도해나간다. 이번 무대는 2004년 작곡된 브렛 딘 비올라 협주곡의 아시아 초연 무대다. 연이어 열리는 실내악 무대에서 연주될 현악5중주곡 ‘묘비명’(2010) 또한 아시아 초연이다. 모두 초연 작품이라는 것은 아직 들어보지 못한 브렛 딘의 작품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첼로 12대를 위한 ‘12명의 성난 남자’, 현악 앙상블과 피아노를 위한 ‘천사들의 목소리’, 트롬본 4대가 연주하는 ‘밤의 여행’, 현악 오케스트라와 전자악기가 연주하는 ‘게임 끝’, 소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의 ‘그림자 음악’ 같은 제목을 보라. 현대음악이지만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청중을 이끈다.

딘은 이달 10·11일 무대에서 자신의 비올라 협주곡을 직접 연주한다.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딘은 1985년부터 14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으로 연주했던 비올라 연주자다. 또 로열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등을 연주한 경험 있는 지휘자이기도 하다. 작곡가, 비올라 연주자, 지휘자를 병행하는 음악가가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는 것은 현대 음악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장면이다.

또 12일엔 서울시향의 단원들과 함께 실내악 무대에 출연한다. 서울시향 바이올린 부수석 주연경, 첼로 단원 김소연 등으로 구성된 ‘하임 콰르텟’과 함께다. 모차르트·브람스 작품 사이에 연주되는 브렛 딘의 현악5중주 작품이 관전 포인트다. 협연자·지휘자·작곡가, 또 실내악 연주자라는 다각도의 정체성 또한 흥미롭다. 공연은 10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1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2일 오후 3시 금호아트홀에서 각각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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