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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 수도권 여주서도 악몽의 출산길 30㎞

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박재영 여주시의원 제보 "인구 11만 명, 한 해 신생아 900여 명인데 분만병원이 한 곳도 없어요.”
경기도 여주시에 사는 임신부 송다영(29·여)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2시 진통을 느꼈다. 진통이 잦아지자 오전 5시 남편을 깨웠다. 둘째를 출산하러 30㎞ 떨어진 이천시의 산부인과로 가야 했다. 집 밖은 밤새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길이 얼어 남편 송태훈(35)씨는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이동 중에도 눈보라가 쳤다. 병원까진 평소 두 배인 한 시간이 걸렸다. 남편은 “아내가 5분마다 진통을 호소하는데 길은 미끄럽고 신호에 자주 걸려 너무 불안했다. 눈보라를 뚫고 가는 길이 그렇게 무섭고 힘들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날 낮 순산했다.

여주시엔 2015년 822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인구(11만여 명)가 비슷한 다른 지역에 비해 신생아가 적은 편도 아니다. 그런데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는 한 곳도 없다. 경기도 가평, 강원도 인제, 경북 의성, 경남 합천, 전남 곡성 등 62곳도 마찬가지다. 이를 포함해 전국 226개 시·군·구의 43%인 97곳이 ‘분만 사각지대’에 해당한다(보건복지부 분석). 가임 여성이나 임신 여성 중 한 시간 더 걸려 분만병원에 가는 비율이 30%를 넘고 수요보다 분만병원이 부족한 곳들이다. 인천시 옹진·강화, 경기도 연천·가평·양평 등도 이런 지역에 속한다. 이곳에선 분만 산부인과가 없거나 멀어 인근 도시에서 ‘원정출산’을 한다. 본지가 취재한 다른 여주 (예비)맘 6명도 이천으로 원정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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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저출산 악순환에 빠진 지 오래다. ‘저출산(인구 유출)→분만 인프라 붕괴→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분만 산부인과는 2004년 1311개에서 2015년엔 절반 밑(620개)으로 떨어졌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서다. 여주시 에덴산부인과에 마지막 분만실이 있었으나 2012월 2월 폐쇄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줄어 경영이 어려웠고 응급상황에 필요한 마취과 의사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인프라를 되살리려 해도 의료진 구인난이 걸림돌이다. 경남 합천군 안명기 보건소장은 “분만 산부인과에 의사·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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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분만실(외래진료실 포함)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해 35개 병원에 57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정부 지원으로 분만실을 추가로 열려 했으나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한 시간 내 도달’이란 기준을 세우고 권역별로 적정한 분만실이 생기게 지원하되 지역에 맞게 차등화해야 한다”며 “산부인과 왕복 택시 바우처(이용권)를 지원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최석주(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분만 취약지에서 분만병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진료수가를 더 현실화하고 환자 이송시스템, 고위험 분만 보상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일보·JTBC는

 
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에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취재에 나섭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 오는 13일엔 디지털스페셜 콘텐트 ‘다시 그리는 대한민국 출생지도’를 선보입니다. 전국 시·군·구별 분만실 보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숫자 등을 비교합니다.

 

여주=김민욱 기자, 추인영·정종훈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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