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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 “경영 어려운 분만병원 문닫지 않게 지원 늘려야”

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정후연 원장(오른쪽)은 “기존 병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천=우상조 기자]

정후연 원장(오른쪽)은 “기존 병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천=우상조 기자]

“정부가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건 좋은데 세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존 병원을 힘들게 하는 역효과를 냅니다. 새로 분만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는 분만병원이 문을 닫지 않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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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에서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정후연(54) 아름다운병원 원장은 ‘분만 시설 부족’의 대안으로 기존 병원 살리기를 꼽았다. 이유가 뭘까. 2015년 홍천군과 인접한 인제군의 한 병원에 정부 지원(2억원)으로 산부인과가 생겼다. 분만은 하지 않고 외래환자만 진료하는 곳이다. 그러자 인제군에서 아름다운병원으로 오던 외래환자가 줄었다. 정 원장은 “출산 아동이 줄면서 생긴 적자를 외래환자 진료에서 겨우 메워 왔는데, 그 길이 막혔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선 2013년까지 연간 120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그러더니 2014년 80여 명, 지난해엔 63명으로 줄었다. 안 그래도 경영이 악화되는 마당에 외래환자까지 줄자 지난해 석 달 연속 적자를 봤다. 병원 측은 분만실 폐쇄도 검토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분만 취약 지역의 분만 수가를 3배로 올리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강원도 홍천군 아름다운병원. 환자가 적어 분만실과 복도가 텅 비어 있다. 홍천군에서 유일하게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다. [홍천=우상조 기자]

지난 3일 강원도 홍천군 아름다운병원. 환자가 적어 분만실과 복도가 텅 비어 있다. 홍천군에서 유일하게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다. [홍천=우상조 기자]

정 원장은 지난 2005년 병원을 연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병원에 산부인과 의사는 정 원장뿐이다. 홍천 같은 분만 취약 지역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난이다. 아름다운병원은 입원환자가 하루 평균 한 명밖에 안 된다. 1명의 환자를 위해 최소 3명의 의료진이 대기해야 한다. 분만 병원을 365일 24시간 운영하려면 최소 12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름다운 병원의 의료진도 7명뿐이다.

분만 산부인과가 1개인 시·군·구는 37곳, 2개인 데는 21곳이다. 이곳들도 내버려 두면 조만간 ‘분만실 0’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여주에선 산부인과들이 잇따라 분만실을 폐쇄하거나 진료과목을 바꿨다. 여주의 한 산부인과는 간판에서 ‘산부인과’ 전문과목을 빼고 ‘일반 의원’으로 바꿔 보톡스·필러 등 피부과 시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분만실을 폐쇄한 다른 산부인과 관계자도 “산부인과는 인력 구하기도 힘든 데다 위험 부담도 너무 커 경제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분만실을 다시 살리기 위해 첫해 12억5000만원, 이후 매년 5억원을 지원한다. 14개 병원에 이렇게 지원한다. 정 원장은 “분만실을 새로 여는 데 들어가는 돈의 3분의 1만이라도 기존 분만실에 지원하는 게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역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는 “출산아동이 적을수록 분만 산부인과 운영이 힘들기 마련이다. 신생아가 적은 지역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하는 차등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 비례한 분만수가, 분만대기료 신설을”

정부가 분만 수가를 3배로 올린 것도 당장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지금 분만 수가는 소요 시간에 관계 없이 건수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황종윤 교수는 “분만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수가를 지급하거나 분만 대기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산부인과 전문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는 2001년 270명에서 지난해 96명으로 줄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가 수련 도중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황 교수에 따르면 2020년엔 분만 의사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글로벌의학센터장은 “의대 입시에 지역균형선발 제도는 있지만 취약지 의무 근무 규정이 없다”며 “공공의대를 설립해 산부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양성해 농어촌 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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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www.peoplemic.com)에 들어온 제보를 토대로 취재에 나섭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제보를 기다립니다. 오는 13일엔 디지털스페셜 콘텐트 ‘다시 그리는 대한민국 출생지도’를 선보입니다. 전국 시·군·구별 분만실 보유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전문의 숫자 등을 비교합니다.

 
홍천=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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