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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싸움하듯 격렬하지만 알고 보면 두뇌 게임

북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남부에 위치한 애틀랜타 팰컨스의 이번 수퍼보울은 남북전쟁으로 불린다. 양팀의 야전 사령관인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래디(왼쪽)와 애틀랜타의 매트 라이언. 애틀랜타는 첫 우승을 노린다. [로이터=뉴스1]

북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남부에 위치한 애틀랜타 팰컨스의 이번 수퍼보울은 남북전쟁으로 불린다. 양팀의 야전 사령관인 뉴잉글랜드 쿼터백 톰 브래디(왼쪽)와 애틀랜타의 매트 라이언. 애틀랜타는 첫 우승을 노린다. [로이터=뉴스1]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이런 말을 주고 받는다. “지구상의 모든 스포츠에서 장점만 뽑아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미 존재한다. 미식축구다. 미식축구는 지상 최후의 스포츠다.”
 

개척정신 등 미국인 가치관 담겨
가족끼리 시청하느라 온 동네 조용
550만원짜리 입장권 하늘의 별따기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시청할 듯

한국인들에게 미식축구는 여전히 낯선 종목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미식축구보다 우수한 스포츠는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지난 5개월 동안 뜨겁게 이어진 미국프로풋볼리그(NFL)가 절정을 향하고 있다. 6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NFL 결승전 격인 수퍼보울(Super Bowl)이 텍사스주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수퍼보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놓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애틀랜타 팰컨스가 대결한다.
 
밀려오기 시작한 팬들 덕분에 항구 도시 휴스턴은 벌써 축제 분위기다. 평균 4744달러(약 550만원)에 거래되는 입장권을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암표는 부르는 게 값이다. 미국 인구의 절반 이상인 1억8850만 명이 TV로 수퍼보울을 시청할 예정이다. 수퍼보울이 열리는 일요일은 미국인 최대의 축제일이다. 미식축구를 몰랐던 이주민들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수퍼보울 파티를 즐길 수밖에 없다.

미식축구는 생활이자 교육이다
NFL 시즌 일요일에는 미국의 온 동네가 조용하다. 가족끼리 모여앉아 풋볼을 시청하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할아버지 세대부터 좋아한 NFL 팀을 함께 응원한다. 월요일엔 팬들의 관심이 높은 한 경기(개막주에는 두 경기)를 빼서 ‘먼데이나이트 풋볼(Monday night football)’로 편성한다. 미국에서 한 주간 범죄율이 가장 낮은 시간이 월요일 밤인데, 갱들도 ‘먼데이나이트 풋볼’을 시청하느라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꽤 설득력 있다. 먼데이나이트 풋볼을 ‘월요일의 채플’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토요일은 대학 미식축구가 열리는 날이다. 미식축구 경기를 앞둔 대학가는 금요일 밤부터 떠들썩하다. 다른 도시에서 온 시민들은 응원팀을 상징하는 옷을 입고 시내를 활보한다. 숙소를 잡지 못하면 캠핑카에서 바비큐를 즐기며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들을 보고 홈팀 팬들은 “우우” 하며 야유를 보낸다. 그러나 이들의 신경전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그저 풋볼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금요일은 고등학교 풋볼 경기가 열린다. 조그만 시골동네에서도 라이벌 학교의 대결로 들썩 거린다. ‘먼데이나이트 풋볼’에 힘입어 최근엔 목요일에도 NFL 경기가 일부 열린다. 미국인들은 주 4~5일씩 미식축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학교·도시의 풋볼 팀을 응원하는 건 미국인들의 일상이다.
수퍼보울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와 평균550만원인 입장권. 암표는 부르는 게 값이어서 가짜 표도 발견되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수퍼보울 우승컵인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와 평균550만원인 입장권. 암표는 부르는 게 값이어서 가짜 표도 발견되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미식축구 선수가 되는 건 미국 소년들의 꿈이다. 작은 시골의 고교에도 풋볼팀이 있다. 학교가 작아도 7인제, 9인제 미식축구를 한다. 아무리 작은 학교라도 풋볼리그에 참가해 어린 소년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풋볼을 즐기는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프로 선수가 될 확률은 아주 작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수가 되면 부모의 자랑, 동네의 자랑이 된다.
 
1960~70년대 대학 풋볼을 지배했던 앨러배마대학의 폴 브라이언트 감독 비문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으면 너는 승리할 것이다.” 알 파치노가 열연한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의 첫 장면에는 “온몸으로 싸운 전투에서 승리한 뒤 전장에서 쓰러져 누워있을 때 사나이는 가장 행복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는 그린베이 패커스를 1·2회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었던 빈스 롬바르디 감독이 했던 말이다. 미식축구는 개척정신과 희생정신, 그리고 책임감과 리더십이 어우러진 경기다. 미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풋볼에 다 녹아있다.

미국인 860만 명이 고화질TV 구매할 것
미식축구 경기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겨루고 파워가 정면충돌하는 난폭한 경기다. 선수들이 필드에서 벌이는 몸싸움을 팬들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의 헬멧과 헬멧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그들의 생생한 표정과 땀방울을 볼 수 있다. 선수들은 육상 스프린터만큼 빠르게 달리고, 실제 싸움처럼 격렬한 태클을 주고 받는다. 인간의 모든 신체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싸우는 경기가 미식축구다.
 
풋볼 팬들은 선수들의 역동적이며 원초적인 모습을 보며 흥분하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고대 로마 검투사의 싸움을 보는 흥분감과 이를 비교할 수 있을까. 이번 수퍼보울을 보기 위해 860만 명의 미국인이 고화질 TV를 새로 구매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풋볼의 외형은 전쟁과 다름없다. 그러나 미식축구의 본질은 전략·전술의 두뇌싸움이다. NFL 팀은 한 시즌에 16경기(정규시즌)만 치른다. 1승을 위해 감독과 선수들은 정교한 작전을 짜야 하고 다양한 플레이를 준비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 중에서 상대 팀에 대한 분석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종목이다. 수준 높은 미식축구 팬들은 감독·선수와 함께 분석하고, 예측하고, 판단한다. NFL 플레이 하나하나를 보고 환호와 탄식이 크게 터져나오는 이유다.
 
이번 수퍼보울은 네 차례나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품었던 전통의 강자 뉴잉글랜드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애틀랜타의 대결이다. 두 팀의 경기를 남북전쟁 북군 진영(뉴잉글랜드)과 남군 진영(애틀랜타)의 싸움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치열한 전투의 반대편에는 화려한 축제가 열린다. 풋볼 팬들은 수퍼보울 전 가족·친구와 경기장 주변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놓고 파티를 연다. 이른바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경기장 주변 주차장에 미리 와서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놓고 술을 마시는 파티)다. 어린이들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경기 시작에 앞서 모두가 미국 국가를 합창하며 애국심을 확인한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출연하는 하프 타임쇼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다.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는 미국의 국경일처럼 됐다.
 
수퍼보울이 끝나도 1년 내내 미식축구 경기가 녹화 방송된다. 그리고 9월 시즌 개막 직전까지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미디어와 잘 결합한 미식축구는 산업적으로도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NFL의 하이라이트가 눈앞에 다가왔다. 기다렸다가 그저 즐기면 된다. 
 
 
 
박경규
경북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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