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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에서 토론으로 수업 방식 바꾸니 학생들 눈빛이 살아났다”

전문가 대안
김희삼 교수와 수업을 들은 학생들

김희삼 교수와 수업을 들은 학생들

“힘들었지만 정말 많은 도움이 된 수업.” “진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강력 추천! 프로젝트 기반의 수업이어서 힘들지만 뜻깊다.” “공익적 목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참신한 수업.” “다른 수업은 언제 끝날지 시계만 바라봤는데 이 수업에서는 발언을 못 할까 봐 시계를 계속 쳐다볼 정도로 재미있었다.” “주제를 정하고, 실험 일정이나 계획, 설계 및 분석을 다 알아서 해야 하는데, 역시 정말 힘들지만 뜻깊은 경험이었다. 특히 피드백을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게 너무 좋았다.”
 

학생 중심 참여 수업 실험해보니
생활 속 실제 문제 찾아 대안도 제시
해결 과정에서 주인의식도 갖게 돼
대입 뜯어 고쳐서라도 수업 바꿔야

필자가 지난해 2학기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개설한 ‘행동경제학 2’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익명으로 올린 강의평가 내용 중 일부다. 이 수업에 대해 왜 학생들은 힘들면서도 재미있었고, 앞으로 비슷한 수업이 있으면 또 수강하겠다는 의견을 올렸을까. 이 수업은 무엇이 달랐을까.
 
사실 필자는 “생각하게 하는 수업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오랫동안 던졌다. “훌륭한 선생님께서 열심히 가르치시는 수업도 왜 졸릴까. 졸음은 학생의 탓일까”라는 의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뇌에 있었다. 수업을 받는 시간은 잠자는 시간보다 뇌가 덜 각성해 있다. 실험, 숙제, 수면, 수업, 공부, 시험, 휴식, TV 시청 등으로 구성된 학생의 일과 중 교감신경계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한 연구가 있다. 여기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은 바보상자라 불리는 TV를 보는 시간처럼 뇌가 멍한 상태라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생각이 뇌의 활동이라면 어떤 수업에서 우리의 뇌는 활성화될까. 한 가지 방식은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수업이다. 2010년 서울 G20 폐막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개최국인 한국의 기자들에게 특별히 질문권을 주었지만, 오바마의 거듭된 독려도, 중국 기자의 질문권 가로챔 시도도 결국 어색한 침묵을 깨지 못했다.
 
이는 입을 떼는 훈련이 되지 못한 우리 교육의 산물이다.
 
‘행동경제학 2’ 과목은 학생들이 사람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활용한 공익적 사회실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수업이었다. 강요하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은 물질적 인센티브도 있지만 스스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너지(nudge)’도 있다. 이 수업에서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방식을 도입했다. 각조는 5명으로 편성돼 있는데 4개 조 학생들이 조별로 수업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토론주제까지 생각해 수업에 참여한다. 수업시간에는 간단한 발표나 강의에 이어 20명이 원형으로 앉아 자유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강의 교수인 필자가 강의한 시간은 많지 않았고, 나머지는 학생 중심의 토론이었다. 처음에 입을 떼지 못하던 학생들도 점차 달라졌다. 토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회를 보았던 필자에 대해 학기말 강의평가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시간이 좀 길었다”고 지적한 학생이 있을 만큼 학생들은 더 많은 토론을 원했던 것이다.
 
이 수업의 백미는 제대로 된 ‘프로젝트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이하 PBL)’ 경험의 체득을 목표로 도입한 조별 사회실험이었다. PBL은 실제 상황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한 후 스스로 주제를 설정해 다양한 학습활동과 구조화된 탐구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학습자 중심의 교수 학습법이다. 필자는 학기 초 각 조에 자유 주제의 프로젝트 과제를 내줬다. 각 조는 그들이 속한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너지 아이디어 등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고안하고 실험한 후 발표하고 보고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각 조는 주제 공개, 중간보고, 최종발표 등 단계마다 수업 중에 다른 조원들의 피드백을 받았고, 전체가 참여하는 SNS 채팅방이 열렸다.
 
프로젝트의 전 과정이 학생들에게 맡겨진 이 수업에서 이들은 어떤 일들을 해냈을까.
 
1조는 스마트폰 중독 방지 및 식탁대화 증진을 위해 효과적인 자기통제 보조 장치와 대화 유도 도구를 만들었다. 2조는 타 기관의 공유 우산 제도가 우산 사용 후 미회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통해 반납에 대한 책임감을 높일 수 있는 너지 도구들을 개발했다. 3조는 대개 응답률이 저조한 학생 설문조사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 귀찮음을 줄여 주는 것, 안내 문구를 활용하는 것, 설문조사 접근성을 높이는 것 등 다양한 방법들의 효과성을 실제 실험으로 검증했다. 4조는 1인 1자전거 보유를 지원해 온 대학의 학생 수 증가에 따른 자전거 주차난과 폐자전거 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전거 공유 시스템에 대한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하고 도입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듯 학생들은 스마트폰 중독, 비 맞는 학우들, 중요한 설문조사의 참여 부족, 교내 자전거 문제 등 실제 생활에서 발견한 문제들에 대해 사회실험을 벌이면서 프로젝트 학습의 핵심요소들을 체득했다. 핵심요소란 스스로 찾아낸 실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발언하고 대안을 선택하면서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걸 말한다. 또 토론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비평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동시에 최종 발표 과정에서 일반 학생들과 최종 결과물을 공유하는 걸 직접 해본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통해 PBL을 활용한 경제교육을 일선 학교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은 물론 참여 교사의 반응이 뜨겁다. 그런데 이런 학생 중심의 참여형 수업은 고교와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원할 것이다. 그동안 점수 중심의 대학입시가 고교 수업 혁신에 걸림돌이었다면 입시를 바꿔서라도 수업을 바꿔야 한다. 사실 대학은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힘들었지만 또 듣고 싶다는 이런 새로운 수업은 수업 중에 시계를 보는 이유를 정반대로 바꿔줄 수 있다. 학생들은 더 많은 새로운 수업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흐름을 보면 이들이 옳다.
 
 
김희삼
GIST(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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