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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1분이면 뚝딱, SNS 광속 전파 되는데 대책은 걸음마

 지구촌 골칫거리 가짜뉴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서 공정선거 지원 단원들이 인터넷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선관위는 올해 치러질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담팀을 꾸려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서 공정선거 지원 단원들이 인터넷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선관위는 올해 치러질 19대 대선을 앞두고 전담팀을 꾸려 가짜뉴스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가짜뉴스로 정치 교체 명분이 실종됐다.”
 

그럴 듯하게 언론 기사형식 취해
진짜뉴스와 섞여 착각하기 쉬워
선관위 모니터링·신고가 ‘방패’

반기문 전 사무총장 1호 피해자
미 대선서 유포돼 위력 발휘도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처벌

지난 1일 국회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의 얘기대로 반 전 사무총장은 가짜뉴스 국내 1호 피해자로 남게 됐다. 앞서 지난달 7일 유럽에 서버를 둔 한 인터넷 매체는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이란 기사를 게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반 전 사무총장의 한국 대통령 출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fake news)였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고,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들이 기사화하면서 확대 재생산됐다. 포털사이트를 접수한 가짜뉴스가 ‘진짜’ 뉴스로 둔갑했다. 4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선 이 같은 가짜뉴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불출마 선언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출마 선언 이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유엔을 나올 때 내가 이런 계획(대선 출마)이 있다고 하니 절대 여론의 영향을 받지 말라고 하더라”며 항간에 떠도는 자신과 관련한 가짜뉴스를 부정했다.
 
반 전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1일 들른 과천시 홍촌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선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모니터링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이버공정선거지원단 소속 직원 9명이 2층 사무실 모니터 앞에 앉아 언론사와 네티즌들이 몰리는 인터넷 게시판에 등록된 게시물을 일일이 확인했다. 김수연 센터장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있는 국내에서도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우려가 있다”며 “가짜뉴스는 그럴듯하게 언론사 기사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진짜 뉴스로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는 ‘페이크뉴스’ 등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앱)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가짜뉴스 사례로 꼽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선언은 사진과 앱만 있으면 1분 정도면 제작할 수 있다. 제목과 본문을 휴대전화 앱에 적어 넣으면 흔히 접하는 기사 이미지로 바꿀 수 있다. 다만 한국어를 입력할 수 있는 짤방늬우스, 짤방제조기 같은 가짜뉴스 앱은 삭제된 상태다. 송기환 선관위 주무관은 “가짜뉴스 앱 제작자들에게 대선 과정에서의 여론 왜곡 등 부작용을 설명했고 제작자들이 이를 받아들여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문 등으로 가짜뉴스를 만들 수 있는 앱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친구를 낚는 강태공이 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데일리파닥은 국내 유일 가짜뉴스 제작 홈페이지다. 제목과 내용을 입력해 가짜뉴스를 만들면 SNS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다. 데일리파닥 홈페이지에는 ‘아베 신조 총리 위안부 할머니께 사과’ ‘북한 핵미사일 움직임 감지, 서울 겨냥 예정’ 같은 가짜뉴스들이 등록돼 있다. 더욱이 이런 가짜뉴스들이 ‘비-김태희 결혼’ 등 진짜 뉴스와 혼재돼 있어 네티즌들이 착각하기 쉽다. 데일리파닥을 통해 생성된 가짜뉴스에는 “정부는 4월 1일이 만우절이란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는 문장이 의무적으로 덧붙여지기 때문에 본문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사실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교황, 트럼프 후보 지지’가 대표적
가짜 뉴스는 선동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개설된 한국신문(korea n-newsspot.blogspot.kr) 사이트에는 ‘일본인 자매가 한국인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 있다. 일본 내 혐한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한글판 가짜뉴스를 만들고 이를 일본어판 가짜뉴스 홈페이지에서 인용한다.

 
가짜뉴스의 파괴력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만나면 더욱 커진다.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파닥 운영자 이모(29)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이트에 올라오는 가짜뉴스 중 30%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으로, 60%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공유된다”고 말했다. 송기환 주무관은 “해외 사례를 보면 가짜뉴스는 SNS 확산 과정을 거치면서 진짜 뉴스로 둔갑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와 ‘한국 촛불집회는 국민이 만든 최악의 결과’란 기사의 확산 통로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이었다.
 
미국 대선기간 동안 유포된 가짜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트럼프 지지 발표’는 페이스북에서 96만 건이 공유돼 진짜 뉴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도 ‘북한 간첩, 서울서 야당과 대통령 탄핵 외쳐’ 등의 가짜뉴스는 SNS 등에서 이용자들의 낚시질을 기다리고 있다.
 
공개된 게시물이 대부분인 페이스북보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톡과 같은 폐쇄 모바일 커뮤니티다. 단체 가톡방을 통해 공유되는 가짜뉴스는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 사생활 침해 우려 등으로 대화 중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거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는 페이스북 등 SNS와 비교해 그나마 가짜뉴스를 거르기 쉬운 구조다. 등록된 언론사들만 뉴스를 공급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 삭제에도 3일이나 걸려
가짜뉴스 차단 수단 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SNS로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조차도 “가짜뉴스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페이스북에서 어떤 형태의 허위 정보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상태다. 페이스북은 인공지능과 팩트체크 기관을 활용한 가짜뉴스 퇴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카카오는 허위로 판단되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누를 수 있는 신고 버튼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는 신고 건수가 많으면 해당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카카오톡 일부 기능을 일정 기간 제한시킨다. 가짜뉴스에 맞선 선관위의 ‘방패’는 모니터링과 피해자 신고가 전부다. 페이스북 가짜뉴스 삭제에도 3일이란 시간이 걸린다. 허위사실이 확인된 가짜뉴스라 하더라도 유통을 곧바로 차단할 순 없다는 얘기다. 송기환 주무관은 “10일 걸리던 게시물 삭제 기간을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 협조를 얻어 3일로 당겼다”며 “허위사실을 영어로 번역해 페이스북 본사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를 퇴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전 사무총장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 가운데 7~8개는 가짜뉴스였다는 보고가 있다”며 “가짜 뉴스 생산과 유통을 막는 법적 정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후보자들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유언비어 신고센터를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이 센터에는 지금까지 45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유럽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둔 인터넷 매체에서 가짜뉴스를 처음 보도하고 비슷한 내용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가짜뉴스는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됐다. 지난해 연말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란 가짜뉴스가 퍼졌다.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은 “가짜뉴스 유포자를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며 “가짜뉴스 유포는 최대 징역 5년형까지 가능한 범죄”라고 말했다. 올해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선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으면 벌금 50만 유로(6억1000만원)를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선 가짜뉴스를 감별하는 컴퓨터 백신 연구를 시작했다. 영국의 비정부 기구인 풀 팩트(FULL FACT)는 뉴스를 검색하면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는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6주 무료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 제목은 ‘디지털 시민을 위한 뉴스 해독능력 수업’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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