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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타격 거론 미국 변수 돌출, 차기 대통령 의지가 열쇠

가동중단 1년 개성공단, 언제 다시 열리나
개성공단 원부자재 납품 협력업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의 개성공단 피해 기업 지원 추경안 거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개성공단 원부자재 납품 협력업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의 개성공단 피해 기업 지원 추경안 거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0일이면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1년이 된다. 북한이 지난해 1월 6일 4차 핵실험과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따른 우리 정부의 조치였다. 갑작스러운 중단 결정으로 입주기업 123개사는 정상적인 폐쇄 절차를 밟지 못한 채 허겁지겁 철수했다. 현재 개성공단엔 폐수종말처리장의 폐수, 소각장에 쌓여 있는 산업폐기물, 정수장의 각종 화학물질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공단이 위치한 지역이 저지대이고 펌프 시설을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침수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입주기업들은 남측 자산 처리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북측과 협의하고 생산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방북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통일부는 “현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개성공단 방문은 적절치 않다”고 거절 이유를 설명했다.

북한과 거래 제3국 기업도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도 재개 걸림돌

북한은 중국 통해 재가동 뜻 비쳐
‘북 체제 변화 위해 개성공단 활용’
논리 내세워 한·미 합의 도출 중요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출퇴근용 버스들이 공단 내 차고지에 주차되어 있다. [중앙포토]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출퇴근용 버스들이 공단 내 차고지에 주차되어 있다. [중앙포토]

앞으로 휴업 들어갈 입주업체 늘 듯
123개사 가운데 현재 11개사는 휴업 상태다. 개성공단 생산비중이 100%였던 49개사를 포함해 생산비중이 70% 이상이었던 72개사는 망연자실해 있다. 앞으로 휴업 상태가 될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25일 “지난 한 해 동안 피해를 본 입주기업들에 4888억원을 지원했다”고 발표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정부가 사업을 중단시켜 놓고 죽지 않을 정도의 지원으로 가능하지도 않은 경영 정상화를 하라고 하니 정부의 지원대책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입주기업의 대부분이 의류·신발 등 노동집약 산업체여서 개성공단이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다”며 “중국은 임금 수준이 높아져 제조업체들이 탈중(脫中)하는 상황이고 베트남도 급속히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주기업 123개사 가운데 섬유봉제기업이 73개사에 달한다. 또한 김 상무는 “해외 진출은 투자자금 조달 문제뿐 아니라 해외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개성공단의 재가동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경제 협력을 통해 평화를 생산하려던 곳이다. 공장 안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알고 갈등을 조정하는 연습 장소였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를 학습할 기회의 마당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이 몇 년에 걸쳐 애써 키운 북한 근로자 5만4000여 명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가운데 숙련자들은 중국으로 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하청했던 5000여 개의 협력업체 근로자 12만5000명도 일자리를 잃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힐 수 있는 위기에 처했는데 개성공단이 국내 산업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해 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개성공단을 중단하는 이유로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15년 한 해 동안 개성공단에서 1320억원의 현금을 달러로 벌어 갔다. 하지만 통일부는 개성공단의 임금 전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달러로 지급된 임금 70%가 당 서기실, 즉 39호실로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핵과 미사일 치적사업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도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만약 근거가 없는 발언이라면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이 개성공단 재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에서 누가 대통령에 되는지에 따라 그 진실게임이 벌어질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 및 국제 금융기구 대표단 20여 명이 장성택 처형 일주일 만인 2013년 12월 19일 오후 개성공단을 방문해 신발 제조업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통일부]

주요 20개국(G20) 및 국제 금융기구 대표단 20여 명이 장성택 처형 일주일 만인 2013년 12월 19일 오후 개성공단을 방문해 신발 제조업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통일부]

2013년 재개 당시보다 상황 어려워 
문제는 개성공단 재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 다시 열었던 2013년보다 지금이 재개가 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에는 남북한의 합의만으로 재개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당시 북한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존엄 훼손을 이유로 먼저 북한 노동자들을 출근시키지 않음으로써 개성공단이 중단됐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 초기 보수적인 대북정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경한 태도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도 만만치 않았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유약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 개성공단 잔류 인원을 모두 철수시키는 강경한 조치를 단행했다. 과거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사건 등에도 문을 닫지 않았던 개성공단이었다. 남북한은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그해 7월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협의를 시작해 9월에 재가동을 합의했다. 5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란 변수가 생겼다. 2013년 이후 북한은 두 차례나 핵실험을 더 강행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한 미사일을 수십 차례 발사해 유엔 대북제재를 강화시켰다. 따라서 한국이 과거처럼 독자적으로 북한과 합의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 특히 미국의 우려가 커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런 영향 탓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다 대북 선제타격론이 재부상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청문회에서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ICBM을 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면서 비현실적이라고 간주됐던 선제타격 방안을 꺼낸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왔다. 매티스 장관은 “필요하다면 군사적 대응도 검토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미 갈등 다시 불거질 수도
미국 내 이런 강경 기류 속에서 개성공단의 재개가 당분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자국의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북한의 핵 고도화를 중지시키려는 미국은 북한에 대규모 현금이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이슬람국가(IS)와 견줄 만큼 북한을 위험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이전 햇볕정책을 되풀이한다면 한·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3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성공단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과 기관은 미국 관련 법규 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입주기업들 가운데 몇몇 중견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과 거래가 거의 없어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는 북한에 은행 지점을 새로 여는 것을 금지할 뿐 아니라 기존 지점도 문을 닫으라고 규정했다. 예외적으로 ‘인도적 목적이나 유엔 또는 유엔기구의 활동과 관련해 제재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경우’로 한정했다. 따라서 과거 개성공단에는 우리은행 지점이 들어가 북한 노동자들에게 줄 임금 등을 처리했다. 그러나 향후 개성공단에 은행 지점을 설치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개별 기업들이 현금을 싸들고 월급을 주는 것은 ‘벌크 캐시(대량 현금)’ 반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유엔 대북제재에 위배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인데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필요한 정치·외교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미국을 설득하는 논리로 “북한 체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개성공단 사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안정된 일자리 제공 ▶자본주의 메커니즘 체득 ▶소득 보장을 통해 삶의 질 개선 등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기여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임금 아닌 현물 지급도 고려해볼만
북한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이후 곧바로 개성공단 지역을 군사통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군사통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2003년 개성공단 착공식에 즈음해 후방으로 옮겼던 군부대를 원상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고 개성공단 시설물 처리도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측이 중국을 통해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여러 경로를 통해 타진해 왔고 ‘남측이 먼저 철수했으나 적절한 조치를 하면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캠프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개성공단 문제를 풀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개성공단의 재개는 차기 정부의 남북 관계 정상화 및 새로운 남북 관계 제도화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북한 당국이 달러 현금이 아닌 현물을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임 교수는 “북한 당국에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갖는 전략적·실리적 이익을 설명하고, 북한 주민들에게는 중국산보다 질 좋은 한국산 생필품을 사용하도록 권유하면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어떤 재개 방안도 차기 대통령의 손에 달려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법률적 근거 규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 행위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복잡한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는 지도자의 의지와 결단력”이라고 강조했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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