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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보수 표심 잡아라” 주도권 경쟁 외길 승부

반기문 퇴장 후 보수 대표 주자는 누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갑작스럽게 퇴장하면서 보수 진영 후보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파로 보수 세력이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이들은 더욱 힘겹게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반사 이익 본 황교안 지지율 껑충
보수 후보 적합도는 유승민 1위
남경필 “진영 뛰어넘겠다” 차별화

 
지금으로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보수 주자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6일 공식 출마하는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홍준표 경남지사 등도 보수 주자로 분류되지만 지지세는 미미하다.
 
반 전 총장은 ‘진보적 보수’를 내세우며 보수와 진보 세력을 아우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수였다. 보수 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는 “보수 진영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던 반 전 총장이 먼저 보수에 뿌리를 깊이 박은 뒤 외연 확장에 나섰어야 했다”고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현재 보수 주자들이 “내가 보수의 적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권한대행이 권한대행 임명하고 출마?
황 권한대행의 등판설이 여의도 정가에 떠돈 건 꽤 오래전부터다. 반 전 총장이 입국하기 전, 대선 출마를 본격 시사하기 전부터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쪽에서도 “반 전 총장이 여권 후보가 되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반 전 총장보다 황 권한대행이 나서는 게 더 위협적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황 권한대행이 처음으로 포함된 지난달 초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3%의 지지율이 나왔다. 문 전 대표, 반 전 총장,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보다 낮았다. 하지만 지난 1일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같은 기관 여론조사에선 9%로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이어 3위까지 치솟았다. 60대 이상과 보수층의 지지가 뒷받침된 결과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연일 황 권한대행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온 새누리당으로선 조기 대선이 치러지더라도 마땅한 대선후보를 낼 수 없는 사실상 ‘불임정당’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 지지율이 심상치 않자 이를 정권 교체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의 뜻이라 보기 시작했고, 이젠 대놓고 황 권한대행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일시적인 현상인지, 대선 때까지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행동할 순 없는 처지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또 다른 대통령 권한대행을 임명한 뒤 대선에 출마하는 것 자체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현재는 보수 세력이 방황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황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출마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황 권한대행이 결국 출마는 하지 않겠지만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대선주자급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합리적 보수’로 어필하는 유승민 
유 의원의 경쟁력 있는 무기는 확실한 안보관이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꼭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히며 정부 입장과 궤를 같이했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사드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각을 세우고 있다. 유 의원 캠프의 민현주 대변인은 “최근의 국제정세는 안보 이슈가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승민이 대통령이 되면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리적이고 깨끗한 보수’ 이미지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는 최근 잇따라 드러난 현 정부의 부정부패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전통적 보수층에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갈 수 있는 포인트다. 지난 3일 YTN과 엠브레인 여론조사에서도 유 의원은 보수 후보 적합도에서 32.9%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황 권한대행은 19.2%, 남 지사는 10.3%였다.
 
또한 유 의원은 보수 세력의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이다. 자신의 고향인 대구에서 4선을 했다. 그럼에도 TK에서 지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유 의원은 TK에서 문 전 대표는 물론 황 권한대행, 반 전 총장, 이 시장보다 낮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대구의 정치인인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안티’도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그가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TK의 마음을 얻는 게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 당시 “17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한 번도 지역에 기대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TK에서 비TK 주자들보다 지지도가 낮은 현실을 언제까지나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민 대변인은 “구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지도자의 모습을 통해 침묵하는 TK 유권자의 상실감을 채워나가면 TK 민심도 결국엔 유 의원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세대교체론으로 중도층 공략 
남 지사를 수식할 땐 늘 보수 앞에 ‘개혁’이란 두 글자가 따라붙었다. 18대 국회 때는 한나라당 소장파로 활동하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에게 정계 은퇴를 요구했고 이후에도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로이카 멤버로서 보수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당내에서 주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5선 의원이지만 당 대표나 원내대표란 직함은 끝내 달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지사가 된 뒤 야당 출신 정무부지사를 임명하고 인사권도 넘겨주는 등 과감한 연정 실험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야권 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와는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 공약을 함께 내걸면서 좀 더 큰 규모의 연정 프로젝트도 가동하려 하고 있다.
 
남 지사 캠프의 이성권 대변인은 “이번 대선에선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 논리를 어떻게든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남 지사의 신념”이라며 “진영 논리에 따라 정권이 교체되면 보수 패권주의, 진보 패권주의라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 지사도 당연히 보수”라면서도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경기도에서 한 것처럼 권력을 분점하고 상대방을 포용하며 정부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남 지사로선 보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도층의 표심을 이끌어내는 게 가장 큰 과제인 셈이다. 정치 이력으로나, 지역 기반으로나 골수 보수층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범보수 세력의 결집은 물론 진보적 성향의 중도층까지 사로잡아야 다른 보수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남 지사가 대선주자 중 가장 젊다는 강점을 활용해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차차기 이미지에 대해 이 대변인은 “남 지사의 젊은 이미지는 ‘미래’와 ‘혁신’이란 키워드가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요구와도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들도 잇따라 출사표
유승민·남경필 양자 구도가 형성된 바른정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군소후보들이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6일엔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지난달 15일 ‘통일은 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또다시 도전장을 낸 이인제 전 최고위원에 이어 두 번째다. 같은 날 인천시장을 지낸 3선의 안상수 의원도 출판기념회에서 ‘일자리 대통령’을 앞세우며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당명 교체 작업 등이 마무리되는 대로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김관용 경북지사·조경태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꾸준히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새누리당 후보가 되더라도 15% 안팎의 지지율은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 대선 때까지도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란 얘기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보수 후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하지 않고는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어렵다”며 “15%의 콘크리트 지지층만 갖고는 승리할 수 없는 만큼 단일화 과정에서 중도층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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