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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경험 담담하게 풀어낸 그림에 심사위원 만장일치

흑백 톤의 한국 만화 한 권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의 만화 페스티벌로 불리는 제44회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수상했다. 작가 앙꼬(34ㆍ최경진)의 만화 『나쁜 친구』(창비)다. 한국 만화가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발견상’은 지난 1년간 프랑스어로 번역된 만화를 3권 이하 출간한 젊은 작가 중 탁월한 작품성을 보여준 이에게 수여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나쁜 친구』는 최고작품상인 황금야수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이 상은 벨기에 출신 작가인 에릭 람베, 필립 드 피에르퐁 작가의 『전투 후 풍경』에 돌아갔다. 『나쁜 친구』를 번역 출간한 프랑스 코르넬리우스 출판사의 장-루이 고테 담당자는 “(이번 수상이) 한국 작가로서는 최초이며 수상자는 유럽 전역에서 크게 주목받는, 영예로운 상”이라고 전했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서 한국 만화 첫 수상한 작가 앙꼬

현지 시상식에서 앙꼬는 “한국에서 혼자만 이상하게 살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이런 게 만화인 것 같습니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담담히 옮겨낸다. 데뷔작인 웹툰 ‘앙꼬의 그림일기’(2003년)가 그랬다. 2012년 국내 출간한 『나쁜 친구』도 작가의 가출 경험이 소재가 됐다. 30대 한국 작가의 평범하지 않은 학창 시절을 담아 그려낸 만화가 국제무대에서 호평받은 까닭은 뭘까.
 
”앙꼬의 ‘나쁜 친구’는 분명한 그림 스타일을 가지고 작가의 세계관과 철학을 표현해낸 훌륭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 만화의 탁월함에 대한 하나의 예입니다.“ 벨기에 브뤼셀만화박물관의 윌렘  그라에브 관장의 설명이다. 


이 만화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출간됐고, 파리국제도서전에 공식 초청됐다. 또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만화박물관에서 공식 전시를 개최하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나쁜 친구』에는 두 친구가 나온다. 중학교 3학년생 진주와 정애다. 성장해 만화가가 된 진주의 친구가 정애다. 중학생 시절 둘은 친했다. 진주는 아빠에게 많이 맞았고(가출 등을 이유로), 정애의 아빠는 한물간 건달이었다. 둘은 함께 가출해 여관에 머물며 단란주점에서 일하길 시도한다. 둘은 집 밖, 학교 밖 세상을 즐긴다. 문제아가 된 열여섯 소녀들의 일탈이 거침없이, 덤덤하게 그려진다.
 
진주와 정애의 친구 무리 중 누구의 아빠는 돌아가시고, 누구의 아빠 여자친구는 딸과 12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진주는 ”그곳에선 아무도 특별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쁜 친구』에는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내가 네 어미다" 같은 극적인 막장 이야기는 없다. 오랜만에 집에 온 엄마를 때리는 아빠를 말리다 눈이 터져 등교한 정애가 ”아… 이놈의 인생 지겹다“고 말할 뿐이다. 무심한 듯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장면마다 인물의 표정이 살아 있다. 나쁜 친구와의 이별도 평범한 듯 생생하다.
 
작가는 1일 오후 귀국했지만 출판사 측에서 마중나오는 것조차 말렸다고 한다. 그간 ‘열아홉’ ‘앙꼬의 그림일기 1ㆍ2’ ‘나쁜 친구’ ‘삼십살’ 등 책을 출간했지만 인터뷰에 응한 적은 거의 없다. 만화 말미에 추천사를 남긴 만화가 이희재는 ”앙꼬는 용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몰입했으며, 그 상태를 자신의 일상으로 만들어 그것을 생활의 기쁨으로 누리며 동시에 최상의 결과로 발현시켰다“고 말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만화의 끝무렵에 나온다. 성장한 진주의 입을 통해서다. ”난 그 댓가들을 겪으며 조금씩 세상을 배웠다. 세상은 어떤 곳인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잘못된 것부터 알아갔지만 남들보다 일찍 알게 된 것뿐이라고 그래서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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