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의 크로스오버 시장 저희가 만들어내겠습니다”

‘흉스프레소’ (백형훈·이동신·고은성·권서경)

‘흉스프레소’ (백형훈·이동신·고은성·권서경)

‘인기현상’ (백인태·유슬기·박상돈·곽동현)

‘인기현상’ (백인태·유슬기·박상돈·곽동현)

‘포르테 디 콰트로’ (이벼리·고훈정·김현수·손태진)

‘포르테 디 콰트로’ (이벼리·고훈정·김현수·손태진)

지난달 27일 막을 내린 JTBC의 신개념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여진이 여전하다. 이 남성 4중창 크로스오버 그룹 결성 프로젝트는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랐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청년들이 부르는 클래식 노래의 높은 퀄리티는 말 그대로 ‘폭풍감동’을 이끌어냈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마음껏 노래할 무대가 없었던 무명 음악인들이 스타로 거듭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성악 오디션 ‘팬텀싱어’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처음엔 우려도 있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윤종신은 “조기 종영만 안 됐으면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방송이 진행되며 일반 대중과 클래식 팬을 ‘크로스오버’로 공략하는 성과를 냈다. 경연곡 ‘그라데 아모레(Grade amore)’ 음원은 엠넷과 지니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고, ‘일 리브로 델라모레(ll libro dell’amore)’는 크로스오버 음악 최초로 엠넷 메인차트 4위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실 1970~80년대만 해도 성악은 우리와 가까웠다. 엄정행·임웅균·이규도 등 대표적 성악가들이 TV에 자주 나와 우리 가곡을 들려주곤 했다. 손수연 오페라 평론가는 “과거 한국 성악가들은 가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왔지만 그런 세미 클래식이 사라지면서 성악은 대중과 괴리됐다. 이번 팬텀싱어에서 세미클래식의 부활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음악회에서나 접했던 성악의 재미를 안방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도 “정통 성악 장르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효과도 있었다”며 “오페라를 알고 싶다는 사람도 늘어났다”고 전했다.

아이돌 일색인 대중음악 시장에 다변화의 물꼬를 텄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 평론가는 “외국에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크로스오버 음반도 내고 성악가가 뮤지컬 무대를 오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 한국만 이분법이 심하다. 우리도 세계적 추세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500인 관객 판정단의 결승 1차전과 50만건에 달하는 시청자 문자가 쇄도한 생방송 결승 2차전의 합산 결과 ‘팬텀싱어’ 1기의 우승은 강렬한 고음으로 어필한 ‘인기현상’팀과 라틴풍 에너지를 발산한 ‘흉스프레소’팀을 제치고 안정된 크로스오버 앙상블을 보여준 뮤지컬배우 고훈정(34)·테너 김현수(30)·베이스 손태진(29)·연극인 이벼리(28)의 ‘포르테 디 콰트로’팀이 차지했다. 우승팀은 향후 1년간 콘서트 및 음반 발매 등의 활동을 이어간다. 31일 오전 중앙SUNDAY S매거진의 두 기자가 ‘포르테 디 콰트로’팀을 두 명씩 만났다. 이들은 “1기 팬텀싱어로서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

테너 김현수 & 베이스 손태진

남성 4중창의 매력 보여줘 다행
성악가들 활동할 시장 커졌으면
다양한 레퍼토리 발굴이 과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아~”
 
숨 고르는 소리마저 노래 같았다. ‘따뜻한 저음의 재발견’으로 팬텀싱어 최고의 스타로 뜬 베이스 손태진은 ‘성악가는 몸이 악기’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서울대 선배인 테너 김현수가 “태진이는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멋진 베이스”라고 추켜세우자 “형은 천의 소리를 가진 섬세한 테너”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평소 격의 없는 사이인 이들은 중장년 여성층의 열띤 지지에 대해 서로 “내가 1등 사윗감”이라며 양보하지 않았다.
 
듀엣 경연 1위곡 ‘꽃이 핀다’를 함께 불러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혔던 두 사람은 트리오 경연곡 ‘꿈에’가 5위로 밀리며 팀이 갈렸고, 김현수는 한때 탈락 위기까지 겪었지만 결국 결승팀으로 다시 만났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듀엣으로 1등 한 뒤라 기대가 커서 더 열심히 했거든요. 실수도 없고 좋았던 것 같은데 반응이 안 좋아 더 절망했죠.”(김)
 
“프로그램 취지에 잘 맞는 한국 곡이었지만 원곡을 아니까 듣는 분들이 선입견이 생긴 것 같아요. 오히려 이탈리아곡은 가사가 안 들리니 음악에 몰입하게 되거든요.”(손)
 
사실 ‘팬텀싱어’는 4중창으로 갈수록 레퍼토리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승 곡들은 거의 이탈리아 가요로 도배됐는데, 윤종신의 지적대로 쉽게 들을만한 이탈리아 곡이 소진돼 선곡에 난항을 겪어야 했다. 크로스오버 팀 결성을 넘어 레퍼토리 발굴의 숙제를 남긴 셈이다. ‘포르테 디 콰트로’팀은 그 와중에 한국가곡 ‘베틀 노래’를 불러 큰 호응을 받았다.
 
“한국 곡 편곡도 많이 시도해야 하고 창작곡도 많이 나와야 해요. 저도 작곡가 친구들한테 ‘더 프레이어’나 ‘넬라 판타지아’ 같은 곡을 왜 안 만드느냐고 하는데, 우리도 천재 작곡가는 많거든요. 윤상·윤종신 프로듀서도 우리에게 맞는 곡을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대중의 귀를 즐겁게 해줄 4중창곡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김)
 
“아직 이쪽 바탕의 작곡가가 별로 없거든요. 이 열풍을 통해 많은 인재들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할 것 같아요. 전에 들었다면 ‘이게 뭔 노래야’ 싶었던 곡들이 ‘팬텀’을 통해 호감형으로 바뀌면서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빛나게 되겠죠.”(손)
 
고훈정과 이벼리가 더해진 ‘포르테 디 콰트로’는 생상스의 ‘백조’에 가사를 붙인 ‘노테 스텔라타(Notte stellata)’를 불러 “봄·여름·가을·겨울을 다 가진 팀”(김문정) “천상의 하모니에 가깝다”(손혜수) 등의 극찬을 받았다.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배우 고훈정은 테너와 바리톤을 넘나들며 만능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의 폴 포츠’로 불리는 독학파 이벼리는 카운터테너를 대체할 만큼 고음에 강하다.
 
“천상의 하모니는 과찬이고, 저희가 가장 노멀했어요. ‘인기현상’은 성악적으로 강하게 몰아쳤고 ‘흉스프레소’는 라틴풍을 극대화했다면, 우린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어 고만고만 평균으로 했지만 그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 게 아닐까요.”(김)
 
사실 두 사람은 ‘팬텀싱어’ 이전에도 각자 크로스오버 그룹에서 활동해 왔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우리가 공부한 음악이 통한다는 반응을 확인하게 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사람들이 제 음악에 위로받았다고 말해주니까요. 와, 내가 노래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열정이 생기는 거죠. 우린 늘 하던 음악인데 좋은 무대 덕분에 우리 이름과 목소리를 기억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고요.”(손)
 
박수를 먹고 사는 성악가들에게 지금의 클래식 시장은 터무니없이 작다. 실제로 ‘인기현상’팀의 유슬기·백인태 콤비도 팬텀 이전에 성악가로서 설 자리가 없어 방황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성악가 공급과잉을 해소하려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이 1기 팬텀으로서 이들이 품은 비전이자 책임이다.
 
“팬텀싱어 1등은 과정일 뿐이에요. 꿈이라면 이 시장에서 YG 엔터테인먼트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지금 대중음악은 아이돌 일변도인데, 저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이돌 음악을 온 가족이 함께 들으며 감동하진 않죠. 저희 음악은 다양한 연령의 가족이 함께 감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4중창 버스킹도 해봤는데, 10분 만에 구름같이 모여들더군요. 팬텀싱어가 크로스오버라는 가능성에 불을 지폈으니, 이제 후배들 무대는 팬텀의 주역들이 만들어 나가야죠.”(김)
 
“가끔 부탁 받아서 행사를 갈 때마다 비록 무명이라도 4중창의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걸 확인했거든요. 저희 인기는 거품이라도 노래들은 거품이 아니에요. 거품 빠지기 전에 저희가 빨리 시장을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1년 동안 뭘 해야 10년을 갈지, 저희 어깨가 무겁습니다.”(손) ●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뮤지컬 배우 고훈정& 연극인

뮤지컬계 선후배로 장기 살려내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기쁨’ 선사
음반엔 직접 만든 노래 넣고파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팬텀싱어’ 중에서

고훈정과 이벼리는 ‘팬텀싱어’ 1기의 큰형과 막내다. 여섯 살이라는 나이 차이만큼 프로그램 내에서 걸어온 길도 달랐다. 고훈정이 중학생 카운터테너 이준환군과 함께 한 ‘대니 보이(Danny Boy)’부터 호평을 받으며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줬다면, 이벼리는 경연 초반 화제를 모았지만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극적으로 ‘포르테 디 콰트로’에 합류했다. “경연 내내 1등은 꿈도 안 꿨다”는 이벼리는 “결승 1차전에서 형들과 ‘오디세아(Odissea)’와 ‘노테스텔라타(Notte stellata)’를 잘 마친 후에야 조금 마음을 놓았다”고 했다.

방송 내내 소속팀을 능숙하게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했던 고훈정은 팀의 결승 무대에서도 팀원들의 장기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태진이는 4중창 1차전에서 함께 노래하며 실력을 잘 알고 있었고, 현수도 장점이 명확한 테너라 걱정이 없었어요. 벼리는 처음 힘 있고 웅장한 목소리에 반했는데, 이후 무대에서 그걸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오디세아’에서 그런 강점을 최대한 살려주려 했죠.” (고) “무대 경험이 별로 없어 결승까지 마이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잘 몰랐어요. 훈정이 형의 특훈을 받고 나서 통나무 같던 자세도 많이 나아졌죠.” (이)

두 사람은 뮤지컬계의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고훈정은 경희대 성악과 4학년이던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데뷔한 9년 차 뮤지컬 배우다. 특히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독학하며 팝과 가요, 록 등 다방면의 음악을 즐겼던 것이 이번 크로스오버 무대에 큰 자산이 됐다. “사실 탄탄대로를 걸어온 건 아니었어요. 성악가의 길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고, 뮤지컬에 뛰어들었지만 연기와 춤이 부족하단 생각에 2년 넘게 무대를 떠나 작곡부터 믹싱까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배웠죠. 방황의 시간이 길었는데, 신기하게 다 도움이 되더라구요.”

다시 무대로 돌아가 2015년 6월 결혼 후 조금씩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쯤 ‘팬텀싱어’를 만났다. “일단 지원서는 냈는데 고민이 많았어요. 이제 겨우 뮤지컬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TV에 나가 힘들게 쌓아온 이미지를 망칠까봐 걱정이 됐죠.”

이벼리는 정식 교육기관에서 음악을 배워본 적이 없다. 신학과를 졸업하고 필리핀으로 1년간 선교도 다녀왔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었고, 고등학교땐 합창단 단장으로도 활동했어요. 노래를 해 보자 결심한 후엔 영상을 보며 혼자 따라하고, 강좌도 들었어요. 근데 경력이 없어서인지 뮤지컬이나 오페라 오디션에 지원하면 늘 서류에서 탈락이었죠.”

나를 원하는 무대가 없다면 직접 무대를 만들겠다 결심하고 2015년 창작 극단 ‘별지’를 시작했다. “‘무직 일반인’으로 쓰기도 좀 그렇고 방송엔 ‘연극인’으로 소개됐지만 이제 막 시작한 신생 극단이고 제겐 과분한 호칭이에요. ‘팬텀싱어’가 사실 제 모든 경력의 시작인 셈이죠.”
 
이들은 프로그램에 쏟아진 열광적인 반응에 대해 “의외성이 주는 기쁨”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벼리는 “뮤지컬이나 성악, 오페라 등도 열성적인 팬층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TV에서 이 분야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이런 팬들에게 아주 반가웠던 프로그램일 것”이라고 했다. 고훈정은 “저렇게 노래 잘 하는 친구들이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하는 신선함이 있었던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중들이 발견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은 했지만 아직은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들은 “1년간의 ‘팬텀싱어’ 활동이 개인적인 음악세계를 넓혀주는 동시에 한국에 크로스오버 음악 시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4중창의 매력은 듣는 사람은 물론 노래를 하는 사람에게도 짜릿한 전율을 준다는 점이에요. 네 명의 목소리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 울려퍼질 때 무대에 선 사람도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거든요. 그런 멋진 무대를 맘껏 선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 두근두근합니다.”(이)

“경연 무대에선 이탈리아 곡을 많이 불렀지만 이제 한국어 가사로 된 다양한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나올 때가 됐다고 봅니다. 우리가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널리 알려 하나의 장르를 열어가는 역할을 해야겠죠. 멤버들이 다들 음악적으로 뛰어나니 음반엔 우리가 직접 만든 노래도 담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고)


글 이영희 기자·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전호성 객원기자·여성중앙·포토그래퍼 서원기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