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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대선 완주 못한 반기문·박원순의 ‘반·반 전략’

중도층 잡기는 대선 승리의 방정식으로 통한다. 산업화 세력 대 민주화 세력의 양강(兩强)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다 보니 누가 중간 지대를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양 세력에서 주목을 받은 후보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반 전 총장은 한국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이었고 박 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이래 최장기 재임 중인 민선 서울시장이다. 전략통으로 불리는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느 정치인이 갖추지 못한 행정과 외교에서 닦아온 내공, 비(非)여의도 출신으로 대중적 인기도 높았기 때문에 양 세력에서 중도 확장력이 높은 후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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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후보는 설 연휴를 전후해 모두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흰 수건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트라이앵귤레이션(triangulation·삼각화)’의 함정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트라이앵귤레이션은 좌우와 단순히 중간 지대를 넘어선, 통합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삼각형의 윗꼭짓점의 자리를 선점한다는 개념이다. 1990년대 중반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를 강조하면서 유명해졌다. 집권 후 개혁 드라이브를 걸다가 94년 중간선거에서 대패한 클린턴 대통령은 참모 딕 모리스의 트라이앵귤레이션 전략을 적극 추진했다. 재정 확대를 줄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을 수용하면서도 양질의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도 절충시켰다. 때마침 찾아온 경제 호황을 통해 예산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정치적 타협과 지지층 만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09년 6월 재·보궐선거 패배 후 박형준 당시 대통령 홍보기획관이 이를 벤치마킹한 전략을 건의하기도 했다.
트라이앵귤레이션의 적합자로 거론됐던 반 전 총장과 박 시장은 왜 꿈을 이루지 못한 걸까. 트라이앵귤레이션도 약점이 있다. 잘 쓰면 양 진영에서 표를 모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두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게 성공하려면 정당적 기반이나 지지와 함께 정책적 어젠다가 있어야 한다. 지지층의 핵심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신뢰 관계가 없으면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정의한 뒤 정책이나 이념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전국을 분주히 다녔다. 통합적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진보·보수 양측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임혁백 고려대 정책대학원장은 “정치적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한 것은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라는 얘기뿐”이라며 “트라이앵귤레이션이 성공하려면 보수적 지향을 명확히 하되 유연성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등 진보적 가치를 내세웠던 박 시장은 2014년 시정 2기부터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마이스(MICE)단지 개발 등 적극적인 개발정책을 추진했다. 대선을 앞두고 강남권과 중도표 공략을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진보세력으로부터는 ‘보수 시장들의 개발만능주의를 되풀이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역 고가 공원화 추진도 남대문 일대 상인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으며 서민 시장 이미지가 훼손됐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기존 지지층의 한 축이었던 진보 세력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졌고, 탄핵 정국에서 선명성을 내세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대거 옮겨갔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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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대선 무대에서 퇴장한 후 양 진영에선 다음 트라이앵귤레이션 후보로 안희정 충남지사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출마 선언에서 “국민은 공짜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데 이어 2일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의 대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지난 2일 JTBC ‘썰전’에 출연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며 진보진영 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안 지사는 ‘친노 적자’라는 정치적 자산을, 유 의원은 대구·경북의 보수 엘리트라는 자산을 앞세운 만큼 반 전 총장이나 박 시장보다는 리스크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성운·채윤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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