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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태극마크 서건창 “너클볼 인생 끝”

2008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서건창은 “내게 WBC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꿈의 무대였다. (사명감 때문에) 국가대표 유니폼이 더 무거운 것 같다”며 웃었다. [괌=박영웅 기자]

2008년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서건창은 “내게 WBC는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꿈의 무대였다. (사명감 때문에) 국가대표 유니폼이 더 무거운 것 같다”며 웃었다. [괌=박영웅 기자]

미국령 괌에 있는 레오팰리스 리조트 내 야구장. “나이스 캐치! 역시 국가대표답네.” “어휴, 더워. 그래도 훈련하기엔 딱 좋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 미니캠프가 차려진 괌의 날씨는 섭씨 30도에 가까웠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이곳에 모인 9명의 선수는 서로 얼굴만 보면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선수들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WBC(3월 6일 개막)를 즐겁게 기다리고 있다.

괌에서 만난 내야수 서건창(28·넥센)의 마음은 복잡해 보였다. 정근우(35·한화)가 무릎 부상으로 지난 1일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지난 10년 동안 대표팀 2루를 지켰던 정근우의 공백을 서건창이 메워야 한다. 서건창은 “근우 형이 있었다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다. 나도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근우 형이 빠진다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정근우 대신 들어온) 오재원(32·두산) 형과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직구처럼 똑바로 나아갈 것”
대표팀에서 서건창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WBC에는 투구 수를 제한하는 규정(1라운드 65개, 2라운드 80개, 결승 라운드 95개)이 있다. 강한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라도 제구력과 변화구 능력이 떨어지면 5회를 버티기 힘들다. 1라운드에서 만나는 네덜란드·이스라엘·대만에는 이런 유형의 투수가 많다.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서건창과 이용규(한화)가 파울을 많이 만들고, 볼을 잘 골라낸다면 공격 효율이 높아진다. 서건창은 “(안타를 때리는 것보다) 상대 투수를 최대한 물고 늘어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건창은 소속팀 넥센에서 2년째 주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괌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받으니 대표선수가 됐다는 실감이 난다. 국가대표 유니폼이 왠지 더 무거운 것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서건창은 2008년 광주일고 졸업 후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2008년 육성선수(연습생)로 LG에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방출됐다. 체격(1m77㎝)이 작고 파워도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 야구팀도 받아주지 않아 현역 복무를 했던 그는 2012년 넥센에서 육성선수로 다시 시작했다. 지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반복한 서건창은 홈런 타자 못지않은 단단한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잔뜩 움츠린 폼으로 타격의 정확성을 높였다. 오랜 무명 생활 끝에 그는 2014년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201개)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타율 0.325, 안타 182개를 기록했다.

서건창은 “과거 WBC는 TV로만 봤던, 나에게는 꿈의 무대였다. 2006년 WBC 2라운드 한·일전에서 이종범 선배가 결승 2루타를 때린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내가 직접 뛰기 전까지는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 일단 2라운드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 (결승 라운드가 열리는) 미국에서 태극기를 흔들면 더 좋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많이도 흔들렸다. 자신의 야구 인생을 그는 “너클볼 같다”고 표현했다. 느리고 회전이 없어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너클볼처럼 서건창은 흔들흔들 여기까지 왔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어디로 갈지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자리를 잡고 똑바로, 직구처럼 나아가고 싶다. WBC가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괌=온누리 JTBC 기자 nuri3@jtbc.co.kr
사진=박영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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