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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Behind & Beyond] ‘팔광’같은 프로필 사진 찍은 사연

지난해 2월이었다.

김정운 작가로부터 한 장의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의자 등받이 위로 머리만 오롯이 솟은 사진이었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데다 조명을 받아 빛나는 머리, 마치 화투의 팔광 그림 같았다.

이윽고 설명이 문자로 전송돼 왔다.

‘비행기 뒷좌석에서 본 윤광준 머리’였다.

며칠 후, 그 사진을 또 발견했다.

윤광준 사진작가의 페이스북에서였다.

윤 작가는 보란 듯이 그것을 프로필 사진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누구나 감추고 싶어 하리라 생각했건만 윤 작가는 버젓이 공개를 한 게다.

언젠가 그의 머리를 강조한 사진을 찍어야겠노라 작정한 게 이때였다.

두어 달 지나 마침 그의 전시 소식이 들려왔다.

사진 찍을 기회를 찾고 있던 터니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만나자마자 ‘팔광 사진’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하셨던데요.”

“김정운 작가가 그 사진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하도 윽박질러서 어쩔 수 없이…”라며 파안대소했다.

“자발적이 아니고 강압에 의한 겁니까?”

“어차피 나 스스로 공개한 것이니 자발적이라고 봐야죠. 재미있기도 하고….”

“미리 거울을 하나 준비해 왔는데요. 거울을 보며 사진 한 장 찍으시죠?”

뒷머리와 앞 얼굴을 한 앵글에 찍으려는 의도였다.

그 또한 사진작가이니 거울의 의미를 금세 알아채고 박장대소하며 답했다.

조명을 준비하며 그에게 질문을 했다.
“머리는 언제부터 빡빡 밀었습니까?”

“1997년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계기가 필요할 무렵이었어요.

앞에 있는 저 친구처럼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으로 버티고 있었죠.”

그가 가리킨 사람은 마침 전시장을 찾은 그의 후배였다.

그의 말처럼 그 후배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고수하고 있었다.

거울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는데 그의 후배라고 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그때 무용가 안은미가 한마디하더라고요.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그리 힘들게 달고 다니지 말고 확 밀어버리라고 하데요. 가만히 내버려두면 대머리고,

네 손으로 밀면 빡빡인데 왜 빡빡이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딱 와 닿았어요. 그냥 두면 타율, 깎으면 자율, 그날로 확 밀었죠.”

대머리를 포기하고 스스로 깎은 머리, 이젠 그만의 강력한 캐릭터가 되었다고 했다.

그의 후배에게 거울을 들어달라고 부탁한 후 바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거울을 든 후배가 얼굴을 내밀지 않은 채 농담 투로 내게 물었다.

“설마 제 머리까지 같이 찍는 건 아니죠?”

“ 아! 죄송합니다. 벌써 찍었습니다.

사실 전시장에 들어올 때부터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찍힌 사진을 본 윤 작가가 배를 잡고 웃었다.

거울을 든 후배도 덩달아 웃었다.

그 사진은 그냥 내버려둔 대머리와 스스로 민 빡빡머리가 함께 찍힌 것이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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