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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속으로] 하버드 MBA 출신 ‘K뷰티 전도사’…“미국 여성, 달팽이크림에 반했죠”

미국 패션·뷰티 분야 ‘영향력 있는 50인’ 알리샤 윤
‘피치 앤 릴리’ 알리샤 윤 대표는 “중국에선 한류 덕에 한국 화장품이 인기지만 미국에선 품질이 좋아 인기”라고 말한다. [사진 피치 앤 릴리]

‘피치 앤 릴리’ 알리샤 윤 대표는 “중국에선 한류 덕에 한국 화장품이 인기지만 미국에선 품질이 좋아 인기”라고 말한다. [사진 피치 앤 릴리]

“왜 K뷰티를 중국에서만 찾나요? 미국이라는 넓은 시장이 있는데…. 미국에서도 한국 화장품 잘 팔려요.”

요즘 국내 화장품 업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재미를 톡톡히 누렸던 중국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류 금지령(限韓令·한한령)을 내렸고 까다로워진 세관 검사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화장품이 늘고 있다. 그래서일까. 미국에서 한국 중소업체의 화장품을 파는 ‘피치 앤 릴리’ 알리샤 윤(35) 대표의 말이 반가웠다.

그는 미국에서 보그·엘르와 함께 영향력 있는 패션 매체로 꼽히는 패션·뷰티 전문 일간지 WWD가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으로 선정할 만큼 패션·뷰티 업계에선 잘 알려져 있다. 이 매체가 뽑은 50인엔 팝스타인 비욘세·리애나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10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 대표는 화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수수했다. 화장품 업체를 운영하는 유명인이지만 화장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는 “심한 아토피 때문에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피부에 쉬는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피부 관리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 뉴욕점에 있는 피치 앤 릴리 편집숍 매장에 고객들이 북적인다.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 뉴욕점에 있는 피치 앤 릴리 편집숍 매장에 고객들이 북적인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피치 앤 릴리는 화장품 편집숍이다. 한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능은 우수한 화장품을 모아 미국에서 판다. 미국에서 K뷰티의 효시로 꼽힌다. 그는 “2012년 창업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은 라네즈·설화수 정도가 다였는데 당시 한스킨 비비크림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피치 앤 릴리가 ‘K뷰티’라는 단어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5년엔 미국 내 800여 개 점포가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에 입점했다. 지난해엔 미국 대표 홈쇼핑인 QBC에서 달팽이크림, 눈가용 마스크팩 등을 소개하는 ‘아시안뷰티쇼’를 열었다. 윤 대표는 “K뷰티 업체로는 최초로 메이시스 백화점 뉴욕점에 1호 단독 매장을 냈고, 이는 당시 미국의 여러 언론 매체에 날 만큼 큰 뉴스였다”며 “단독 매장 9개 등 50개 점포에 입점했다”고 말했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창업 이후 매년 세 배씩 성장하고 있다. 그는 “특별 행사를 하는 날이면 매장별 하루 매출이 1억원 정도 되고 웹사이트에선 하루 2억5000만원 정도 팔리기도 한다”며 “샘플 제품을 싸게 파는 행사를 했는데 매장 앞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사람이 몰려 경찰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의 바탕엔 한국 화장품의 뛰어난 품질이 있다. 윤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성능은 단연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그는 “샤넬·에스티로더 등 유럽 유명 브랜드 화장품 중 한국 제조업자가 개발생산(ODM)한 제품에 브랜드만 입힌 것도 있다”며 “마케팅이 부족할 뿐 화장품 종주국으로 불리는 유럽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품의 다양성도 강점으로 꼽았다. 윤 대표는 “석고팩·쿠션파우더·달팽이크림 등 미국인은 처음 접하는 제품이 많아 신기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며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화장품 종류가 많은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미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인 윤 대표는 창업 전 골드만삭스·액센추어·보스턴컨설팅을 거쳤다. 그래서일까. 그는 공부하듯 제품을 분석한다. 100개 제품을 시험·평가하면 최종 선정 제품이 5개 미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피부 타입별·인종별·나이별로 소비자 패널을 정해 해당 화장품 샘플을 발송하고 설문조사(향·발림성·케이스 등) 결과를 분석해 모든 항목이 8.5점(10점 만점)이 넘어야 판매를 결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제품을 분석해 주요 판매 대상을 정하고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계획을 짠다. 그는 “예컨대 40대 이상 중산층 백인 여성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온라인몰보다 그들이 자주 가는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판매행사를 벌이고 ‘세월을 되돌린다’는 식의 광고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한국 화장품 기술이 발달한 이유로 ‘한국 여성의 깐깐함’을 꼽았다. “한국 여성들은 개개인이 거의 전문가 수준일 정도로 화장품에 대해 많이 알고, 원하는 수준도 높다. 성능은 물론 가성비·향·케이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 지갑을 연다. 생산자 입장에선 이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 혁신을 해야 한다.”

윤 대표는 K뷰티가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미국이 좋은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것도 이유로 꼽았다. 윤 대표는 “워낙 땅이 넓은 나라라 교외엔 아직도 로션 하나만 바르는 여성이 수두룩하고 미국만큼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 K뷰티에 기대지 말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은 한류를 등에 업고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국에선 제품이 좋아 관심을 끌고 있다. 예컨대 ‘니베아’를 살 때 독일 화장품이라 사지 않는다. 니베아라 사는 것이다. 지금은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트렌드일 뿐 4~5년 후에는 사라질 수 있다. 남는 것은 브랜드다. 브랜드 인지도를 키워야 한다.”
 
[S BOX] 미국 백화점에 단독 매장 연 브랜드는 설화수·아모레퍼시픽뿐
미국에 처음 소개된 한국 화장품은 1964년 아모레퍼시픽의 ‘오스카’다. 이후 86년 아모레퍼시픽은 로스앤젤레스(LA)에 지사를 설립했지만 한인마트를 중심으로 적은 양이 유통됐을 뿐이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미국에 정식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아모레퍼시픽이 2003년 9월 뉴욕 소호(SOHO) 거리에 ‘아모레퍼시픽’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매장)를 열었다. 이어 2005년 LG생활건강이 뉴욕에 ‘더페이스샵’ 매장을, 2010년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 매장을 열었다. 2012년엔 네이처리퍼블릭이 하와이에 브랜드 매장 1호점을 선보였다. 토니모리는 2014년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 외에도 라네즈·닥터자르트· 빌리프 등이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Sephora)’와 대형마트인 ‘타깃(Target)’ 등에서 팔리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연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설화수(2010년 버그도프굿먼), 아모레퍼시픽(2015년 블루밍데일)뿐이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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