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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당신이 알고있는 아프리카, 그건 픽션

오브 아프리카
월레 소잉카 지음
왕은철 옮김, 삼천리
272쪽, 1만6000원

아프리카는 타잔, 소설 『뿌리』에 나오는 쿤타 킨테, ‘동물의 왕국’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오늘의 아프리카는 매년 5%정도씩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고 있다. 오랜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룩한 나라도 많다. 나이지리아는 2016년 인터넷 사용자(인구의 46.1%인 8600만)가 세계 7위였다.

나이지리아 출신 극작가·시인·소설가인 월레 소잉카(82)는 아프리카 문인 중 최초로 198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49세 때부터 은퇴를 꿈꿨다. 은퇴 선언을 수차례 어겼다. 그는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찢어버리고 미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약속은 지켰다. 지난 20여년간 하버드·예일·코넬 등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지속된 교수 생활도 접었다.

이번에 전북대 왕은철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우리말로 번역한 『오브 아프리카』는 인문학 에세이집이다. 8편의 에세이에서 아프리카의 문화·종교·역사·정체성·모순을 다뤘다.
월레 소잉카는 “생색만 내는 가식적인 아프리카 담론을 이제 그만 두라”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인의 눈으로 가감없이 아프리카를 말한다. [중앙포토]

월레 소잉카는 “생색만 내는 가식적인 아프리카 담론을 이제 그만 두라”라고 말한다. 아프리카인의 눈으로 가감없이 아프리카를 말한다. [중앙포토]

소잉카에 따르면 세계인에게 투사된 아프리카 이미지는 ‘유럽의 창의성이 낳은 거대한 픽션’이다. 픽션의 중심에는 소잉카가 신랄하게 비난하는 인종주의가 있다.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호메로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 셰익스피어 등 왜곡의 주역들은 면면이 화려하다.

제국주의 시대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스릴 능력이 없다’고 했다. 식민지 해방 이후에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열등하기 때문에 서구의 지배를 받았으며 지금도 못산다’고 설명했다.

서구인들이 만든 픽션 중에는 ‘아프리카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관념이 있다. 이를 소잉카도 수용한다. 아프리카는 지역적으로 동부·서부·남부·북부·중앙 아프리카로 나눠봐야 한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동남아시아·서아시아·남아시아·북아시아·중앙아시아로 구성된 정체성이 이질적인 아시아와는 달리 아프리카라는 동질성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프리카는 하나이기에 소잉카는 노벨상 수상 연설의 대부분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를 비난하는데 할애했다.

‘하나의 아프리카’를 전제로 소잉카는 묻는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없는 아프리카 고유의 것은 무엇인가. 아프리카 사람의 본질적인 핵심은 무엇인가. 소잉카는 아프리카의 종교와 영성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나이지리아 요루바 부족이 믿는 ‘오리샤신(神)’에 주목한다. 소잉카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를 유보하며 거침 없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을 비판한다. 이 양대 일신교는 몸과 마음을 억압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종교는 신(神)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신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소잉카에게 아프리카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종교 근본주의라는 형태의 지독한 불관용”이다. 그에게 근본주의는 에이즈와 같은 질병이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맹렬히 신자 수를 늘려가는 가운데 보코하람 같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 테러 조직이 창궐하고 있다.

소잉카가 그려내는 아프리카 종교는 관용적이다. 파문이라든가 타종교에 대한 증오도 없다. 이분법이 없다. 아프리카 종교의 사제들은 특권층이 아니다. 소잉카는 야심적이다. 아프리카의 종교와 영성에서 유럽에서 사라진 휴머니즘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소잉카에게 아프리카는 희망의 대륙, 평화의 대륙이다. 아프리카가 해결해야 할 숱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그는 패배주의를 용납하지 않는다. 『오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꿈꾼다.
 
[S BOX] 독재와 싸운 아프리카의 지성
소잉카는 나이지리아의 한 시골 마을에서 성장했다. 아버지는 성공회 신부이자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라디오가 있고 전기가 들어오는 집에 살았다. 군부 독재와 싸웠다. 나이지리아 내전때는 휴전을 요구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가 반역죄로 2년 동안 독방 감옥에 갇혔다. 그의 반독재 투쟁은 나이지리아를 넘어섰다. “자유에 대한 최대 위협은 비판의 부재다”라며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 옛 소련의 동구권 지배를 비판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인권 문제에 대한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했다. 그의 작품 중 『아케, 그 어린 시절』 『공포의 계절』 『자유로운 영혼의 저항과 노래』 『이단레 그 밖의 시들』 『해설자들』이 우리말로 번역됐다. 이번에 나온 『오브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모두 절판·품절 상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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