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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모든 게 사드 탓인가?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중국 정부가 수입 화장품에 대한 안전관리규범을 대폭 강화한다고 공표한 건 2015년 하반기의 일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그 내용을 통보하고 1년간의 유예기간도 설정했다. 나름대로 투명한 절차를 밟은 셈이다. 중요한 건 2015년 12월이란 시점이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은 이듬해 7월에 발표됐다. 화장품 안전관리 강화는 사드의 ‘사’자와도 무관하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세관이 일부 국내 업체의 화장품에 통관 불합격 판정을 내린 게 사드 보복 조치인 것처럼 보도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조차 서류와 내용물의 불일치, 방부제 같은 부적합 성분 함유 등 자신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한다. 적발된 19건 가운데 13건은 지명도 낮은 중소업체 한 곳에 집중됐다. 주중대사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별 사례를 조사한 뒤 “사드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사드 보복으로 몰아간 일부 언론의 보도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화장품 업종 전체의 주가가 내려앉은 것이다. 강화된 기준도 거뜬히 통과 중인 대부분 업체만 억울하다. 대형 업체의 한 임원은 말한다. “사드 실물이 배치될 경우 통관 강화뿐 아니라 불매운동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중국 시장 매출에서 타격이 없다. 오히려 국내 언론이나 시장의 과민한 반응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본 피해가 훨씬 크다.”

화장품뿐 아니라 사드 보복으로 거론된 여타 상품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국 업체의 삼원계 배터리 장착 전기자동차에 대해 사고 전력을 문제 삼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건 사드 배치 발표 전인 2016년 1월의 일이다. 최근 한국산 비데가 통관을 거친 뒤의 사후 샘플 검사에서 적발된 사례도 사드와 무관하다. 제품에 부착하는 규격 표시에 필수 사항인 전류 표기를 빠뜨렸다는 이유였는데 해당 업체는 이를 수정해 보내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실질적 피해를 보지 않았다. 피해를 안 주는 보복조치? 중국 당국이 그런 조치를 보복이랍시고 감행했을 리가 없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물론 보복이 분명해 보이는 업종도 있다. 그 많던 한류 스타가 어느 순간 TV에서 사라진 건 중국 외교부 당국자도 “중국 인민이 제재한 것”이라 시인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국가여유국의 지침이 비공식적으로 내려간 지난해 10월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사드 부지 제공 의향을 밝힌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누가 봐도 보복성이 짙다.

하지만 뭔가 조그만 문제가 발생해도 사드 때문이라고 지레 겁을 먹는 건 금물이다. 주가 폭락 등 우리 기업의 불필요한 피해도 막아야겠지만 그때마다 국내 여론이 춤추는 것 또한 곤란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노리는 바가 그것이다. 소설 삼국지에서 단기필마의 장비는 험악한 인상과 호통 한마디로 조조의 대군을 장판교에서 몰아냈다. 자고로 중국인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걸 최고로 삼는 민족이다. 우리 스스로 먼저 의연해지지 않고선 그런 중국을 상대할 수 없다.

예영준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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