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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 굴비가 주렁주렁…가평 운악산 ‘겨울 2모작’

 
지난 1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상면 율길리 운악산 기슭. 해발 300m 높이에 있는 포도밭에는 전남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펼쳐져 있다. 영하의 추위 속에 수확을 마친 포도나무엔 포도 대신 굴비가 걸려 있었다. 포도나무 위에는 비닐로 씌워 놓은 비가림 시설이 돼 있다. 포도나무에선 20∼30㎝ 길이의 중대형 굴비 5만여 마리가 겨울 햇살 속에 산바람을 맞아가며 말려지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포도밭 주인 최봉옥씨가 건조 중인 굴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전익진 기자]

경기도 가평군 포도밭 주인 최봉옥씨가 건조 중인 굴비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전익진 기자]

오는 10일쯤 출하 예정인 굴비는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며 곧바로 식탁에 올려도 될 만큼 꾸덕꾸덕하게 잘 마른 상태였다. 최고의 맛을 내도록 수분 함량 20∼30%로 건조 중이다. 이 덕장에 있는 굴비는 모두 7억원 어치(소비자 가격기준)에 달한다.

농한기에 노는 땅 덕장으로 활용
5만여 마리 7억원 어치 말리는 중
바람 많고 일교차 커 최적의 조건
농민은 두 달간 200만원 임대 소득
내년엔 오징어·옥돔도 건조 계획

한겨울 농한기를 이용해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활용하는 가평군의 ‘이색 수산업 실험’ 현장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되는 최초의 굴비 덕장이다.
여름철 비가림 포도밭(왼쪽)이 겨울철 굴비 덕장(오른쪽)으로 변한 모습. [사진 가평군]

여름철 비가림 포도밭(왼쪽)이 겨울철 굴비 덕장(오른쪽)으로 변한 모습. [사진 가평군]

운악산 기슭 2548㎡ 규모의 포도밭에 굴비 덕장이 조성된 것은 지난해 12월 9일. 이때부터 60여 일 예정으로 마리당 300∼350g 하는 중대형 굴비 15t이 건조되고 있다.

안동석 가평군 농업정책과장은 “운악산은 청정지역인 데다 계곡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가 커 생선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비가림 포도밭 시설이 각종 환경오염도 막아줘 생선 건조장으로 그저 그만”이라고 말했다.

굴비 덕장은 수산물 도소매·유통업체인 ㈜PSK리테일 측이 가평군에 제안하면서 조성됐다. 이 업체는 지난해 겨울 가평군이 포도밭을 황태 덕장으로 시범 운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평군에 먼저 연락했다.

PSK 박상규(49) 대표는 “비가림 포도밭에서 건조하면 황사나 산성비 등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청정한 계곡 바람으로 수산물을 안전하게 건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굴비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덕장을 운영한 덕분에 소비처에 즉시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가평 굴비 덕장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시식을 해본 결과 바닷가에서 말린 것에 못지 않게 쫄깃쫄깃하고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포도밭을 임대해 준 농민도 만족해 했다. 최봉옥(63)씨는 “농한기에 놀고 있는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60여 일간 빌려주고 2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며 “주변 포도밭 주인들도 겨울철 덕장으로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내년 겨울부터는 가평 굴비 덕장 규모를 확대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을 돕기 위해 덕장 인근에 가공시설도 만들기로 했다. 소금간 작업과 끈으로 굴비를 10마리씩 묶는 ‘엮거리 작업’을 하는 가공시설을 짓는다는 것이다.

오징어·코다리·옥돔 등도 가평 덕장으로 가져와 말릴 계획이다.

가평군도 앞으로 겨울철 포도밭 덕장 운영을 확대하고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이우인 가평군 기획감사실장은 “굴비 덕장 주변에 굴비 판매장과 굴비 전문음식점 등을 갖추고 덕장을 개방해 이색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기 가평군수는 “농한기 포도밭을 굴비 덕장으로 임대하면서 겨울철 농토 활용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와 농한기 농촌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해졌다”며 “향후 관련 수산물 가공 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기업까지 유치하게 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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