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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충전소] “소요시간 10분 오차” 도공 족집게 예보 비결은 땅밑 센서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옆의 한국도로공사 교통상황실. 전국 고속도로의 5760개 폐쇄회로TV 에 잡힌 영상을 모두 볼 수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 옆의 한국도로공사 교통상황실. 전국 고속도로의 5760개 폐쇄회로TV 에 잡힌 영상을 모두 볼 수 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금 서울에서 출발해 광주까지 가는 데 6시간20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 연휴 전날인 지난달 26일 오후 7시, 한국도로공사 김수희 교통예보관의 브리핑이다. 당시 실제로 걸린 시간은 6시간30분으로, 예측 정확도가 97%였다.

진화하는 교통 예보의 과학
1~2㎞마다 차량감지장치 VDS
고속도로 4000㎞에 3000개 설치
영상 수집 CCTV 카메라도 5760대
도로공사 예보 진짜 목적은 분산
“교통정보 듣고 20~30%가 방향 바꿔”
민간회사들은 실시간 예측에 충실

“지금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오는 데 5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설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7시 도로공사 박지현 예보관의 브리핑이다. 이날 실제 소요시간은 4시간47분. 박 예보관의 예측 정확도도 95.7%에 달했다.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교통정보 홈페이지(www.roadplus.co.kr)는 한술 더 뜬다. 1월 중순에 이미 설 연휴 5일(1월 26~30일) 간의 ‘고속도로 예상 혼잡예보도’를 올렸다. 홈페이지 왼쪽에는 전국 고속도로의 시간대별 교통상황 예측을 녹색(시속 80㎞ 이상)·노랑(40~80㎞ 미만)·빨강(40㎞ 미만)으로 표시한 지도를, 오른쪽에는 출발시간대를 기준으로 서울~부산 등 주요 도시 간 걸리는 시간을 막대그래프를 이용해 10분 단위로 정밀 예측했다. 혼잡예보도는 ‘27일 오전 9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데 5시간50분 걸린다’고 표시했는데, 실제로는 6시간10분이 걸렸다. 정확도가 94.3%다. 여기서 ‘실제’란 해당 시간에 특정 톨게이트 구간을 지난 차량들의 진출입 시간을 바탕으로 평균값을 구한 것이다.
“엉터리~. 나는 그때 훨씬 더 걸렸는데…”라고 말하고 싶은 운전자가 있다면 그는 휴게소에 오래 머무르거나 다른 사람보다 천천히 달려 평균값의 표준편차가 큰 사람이다.

명절 때마다 듣는 교통예보라 공기처럼 당연스레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노스트라다무스인들 이처럼 정확히 맞힐 수 있을까. 정확도 95%를 넘나드는 교통예보의 비결은 ‘빅데이터 분석’이라는 이름의 과학이다. 300곳이 넘는 전국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통행료수납시스템(TCS)이 차종(1~6종)과 진출입 시간 데이터를 기록한다. 여기에 총연장 4000㎞에 달하는 전국 고속도로의 바닥 1~2㎞마다 깔려 있는 3000여 개의 차량감지시스템(VDS)이 차량의 속도와 교통량을 체크해 어디가 막히는지에 대한 기록을 더한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서울 궁내동 톨게이트 옆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와 경기도 동탄의 도로교통연구원의 컴퓨터로 모인다. 하루 2억 건, 총 20GB(기가바이트)에 해당하는 빅데이터다. 도로공사는 이런 실시간 교통정보를 2007년부터 데이터베이스에 쌓아 왔다.

교통예보는 이런 과거 데이터, 실시간 교통정보에다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5760 대의 폐쇄회로TV(CCTV)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영상 정보와 기상청의 날씨 예보 등을 더해 이뤄진다.

2008년 이전만 하더라도 ‘교통예보’라는 개념이 없었다. 당시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운전자들에게 현재의 교통상황만을 전달해 줄 뿐이었다. ‘○○가 막히고 있으며 지금 서울에 도착한 차량이 부산에서 올라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시간’이라는 식이었다. 앞으로 길이 얼마나 막힐지에 대한 추측과 책임은 오롯이 운전자의 몫이었다.

국내 1호 교통예보관인 남궁성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 교통연구실장은 “운전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는 과거와 현재가 아닌 자신이 겪게 될 미래 정보”라며 “2007년 추석에 겪은 극심한 정체가 계기가 돼 2008년 교통예보지원시스템를 구축해 예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로공사 교통예보의 진짜 목적은 정확한 교통정보 예측이 아니다. 예보를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상황을 예상하고 예보를 통해 운전자의 마음을 움직여 차량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도로공사의 예보는 실제 미래 상황과는 달라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셈이다. 교통예보를 위한 빅데이터 분석에 심리학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도로공사 교통예보의 예측률이 높을 때는 굳이 교통의 흐름을 분산시키지 않아도 되는 경우다. 이때 교통정보의 목적은 정보 전달 수준에 그친다. 서울~부산 간 소요시간을 아는 것만으로도 언제 도착할지를 예상하고,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예상 혼잡예보도’가 대표적인 경우다. 하지만 ‘오늘 오후는 정체가 극심하니 오전에 출발하는 게 낫겠다’와 같은 의도가 포함된 예보 브리핑은 실제로 예측률을 떨어뜨린다. 미래예측이 미래를 변화시키는 셈이다. <하단 그래픽 참조>

의도가 포함된 예측은 의도에 따른 ‘표현의 세기’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후 1시 경부고속도로에 정체가 극심하니 중부고속도로를 통해 상경하는 편이 좋겠다’고 교통예보를 하고 모든 운전자가 이 정보를 그대로 믿고 따른다면 그 순간 경부고속도로는 텅 비고, 중부고속도로에 모든 차가 몰려드는 ‘재앙’이 발생한다.

남궁 박사는 “교통의 흐름을 쫓아가면서 예보 표현의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며 “교통정보를 들은 사람 10명 중 2~3명 정도가 마음을 바꾸는 정도의 뉘앙스로 예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의 교통예보가 ‘미래를 변화시키기 위한 예보’라면 민간 이동통신회사나 인터넷 포털사들의 스마트폰용 내비게이션은 실시간 예측 그 자체에 충실한 교통정보다. 목적지를 돌아갈 것인지, 밤 늦게 출발할 것인지와 같은 판단은 이용자의 몫이다. 국내에서 사용자가 가장 많다는 SK텔레콤 T맵의 경우 2002년 이후 15년간 축적된 교통정보 빅데이터를 기본으로, 도로별 소통 이력을 패턴 정보로 생성해 예측교통정보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설·추석과 같은 명절 교통정보 데이터는 요일·날씨 패턴정보와 종합해 제공한다.

T맵에서 알려주는 실시간 교통정보의 진짜 비결은 T맵 이용자 자신들이다. 고속도로에 깔아놓은 차량감지시스템이 차량의 속도와 교통량을 체크해 주듯, T맵 이용자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T맵의 메인 컴퓨터로 보낸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실시간 위치·속도 정보가 늘어나 교통예보의 정확도가 올라가게 된다. SK텔레콤 T맵의 경우 일간 최대 사용자가 264만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목적지까지 4시간34분’과 같은 이통사의 소요시간 예측은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진짜 예측일까.

SK텔레콤 문진호 매니저는 “평균 1시간 이내 거리는 실시간 교통정보만으로 소요시간을 계산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 이용한 계산”이라면서 “1시간이 넘는 목적지일 경우 1시간까지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담은 경로를, 이후는 연휴와 요일·날씨 등의 패턴정보 종합 경로를 모아 계산해 준다”고 말했다.

또 차가 출발한 뒤에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해 5분마다 같은 방식으로 수정된 정보를 제공한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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