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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2017 한국영화가 온다·…② 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세기의 매치

탄탄한 원작의 힘
마케팅 필요 없다,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

7년의 밤

누적 판매 부수 40만 부, 매머드급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은행나무)이 드디어 영화로 개봉한다. 제작 초기 단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던 이 작품은 작가 정유정의 출세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제작자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강렬하고 역동적인 서사, 인간의 본성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도까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갖춘 작품이다. 세령호에서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된 남자와 그로 인해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원작의 줄거리와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예정이다.
남한산성

남한산성

극 중 주요 무대인 차갑고 음산한 분위기의 세령호는 대청댐과 대청호 주변 도로에서 촬영했다. 류승룡·장동건의 복귀작.묵직하고 힘 있는 문체의 소설 『남한산성』(김훈 지음, 학고재)도 올해 동명 영화로 돌아온다.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의 황동혁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강원도 평창 일대에서 한창 촬영 중이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남한산성에 갇힌 무기력한 인조(박해일)를 두고 대립하는 대신들의 이야기다.

남한산성에 피신한 척화파 김상헌 역은 김윤석이, 백성을 위해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 역은 이병헌이 맡아 연기 대결을 펼친다. 한편 임진왜란을 다룬 영화도 있다. 당시 ‘파천’한 선조를 대신해 세자로 책봉된 광해(여진구)와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 ‘대립군’(정윤철 감독)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에 걸린 70세 연쇄살인범이 딸을 위해 마지막 살인을 기획하는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은 ‘용의자’(2013)의 원신연 감독과 배우 설경구가 스크린에 옮긴다. 곽경택 감독은 박하익 작가의 소설 『종료되었습니다』(노블마인)를 원작으로 한 ‘부활’(가제)을 내놓는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 복수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스릴러다. 또 곽 감독은 ‘극비수사’(2015)에 이어 점술을 소재로 한 ‘사주’(가제)도 발표할 예정이다.

마르지 않는 샘, 웹툰
영화계의 웹툰 사랑은 올해도 계속된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한 ‘신과 함께’는 ‘국가대표’(2009) ‘미스터 고’(2013)의 김용화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상·하편을 동시에 제작하는 대작이다. 죽은 영혼들이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49일간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스케일이 큰 판타지영화. 제작비 350억원 규모에, 하정우·차태현·주지훈·김향기·마동석·이정재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김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 덱스터스튜디오에서 CG(컴퓨터 그래픽)를 담당했는데, 지옥도의 기상천외한 풍경을 얼마나 실감 나게 구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상반기에 개봉할 ‘임금님의 사건수첩’(문현성 감독)은 허윤미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인 버디 추리극이다.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조선의 임금 예종(이선균)과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사관 윤이서(안재홍)가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문현성 감독은 “정통 사극과 코믹 사극 중간쯤으로, 영국 TV 드라마 ‘셜록’(2010~, BBC One)의 톤앤매너를 따라가고 싶었다”며 “두 주인공의 앙상블이 기대 이상”이라 전했다.

한국 버전은 더 재밌을까? 외화의 발견
평범한 남자가 거대 권력에 의해 암살범으로 몰리는 내용의 일본 소설이자 영화 ‘골든슬럼버’(2010,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는 강동원·한효주 주연의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노동석 감독의 복귀작이다. ‘은교’(2012) ‘4등’(2016) 정지우 감독은 최민식과 손잡고 ‘침묵’을 선보인다. 재벌의 약혼녀 살인 사건을 둘러싼 법정 스릴러로,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2013, 비행 감독)가 원작이다.

김효은 기자
 
이 사회를 고발한다
하수상한 시국 때문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사회 고발 영화가 올해 줄줄이 스크린을 찾는다. 특히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의 만행을 들춰낸 영화들이 눈에 띈다. 먼저, ‘변호인’의 주연 배우 송강호가 선택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다. 이 영화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록을 토대로, 전남 광주로 향한 독일 기자(토마스 크레취만)와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의 잊지 못할 여정을 뒤쫓았다.
택시운전사

택시운전사

배우 유해진이 광주 택시운전사, 류준열이 대학가요제 스타를 꿈꾸는 대학생 역을 맡아, 소시민들의 뜨거운 연대를 빚어낸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의 장준환 감독과 배우 김윤석은 ‘1987’(가제)에서 의기투합한다.

하정우·강동원까지,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는 이 영화는 1987년 전국 수백만 민중이 군부독재에 항거한 6월항쟁을 다뤘다. 당시 도화선이 된 사건이 바로 올해 1월 14일 30주기를 맞은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물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경찰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책상을 ‘탁’ 치니 (박종철이) 갑자기 ‘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고 거짓말해 대국민 공분을 샀던 정황도 극 중에 되살아날 전망이다.
 
재심

재심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올해, 민심을 자극할 정치 드라마 ‘특별시민’도 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 출신 ‘독고다이’ 여당 의원 변종구(최민식)가 대한민국 최초 3선 서울시장 당선에 나서는 도전기.

전작 ‘모비딕’(2011)에서 군 민간인 사찰 사건 양심 선언 실화를 다룬 박인제 감독이 야욕 가득한 정치판을 파헤쳐, “올바른 정치는 유권자들의 힘으로 이뤄진다”(박 감독)는 진실을 보여 줄 작정이다. 변종구 캠프 청년혁신위원장 박경(심은경)과 라이벌 시장 후보 양진주(라미란), 선거 전략 전문가 임민선(류혜영) 등 정치판을 다룬 영화에서 드물게 여성 캐릭터가 포진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회적 논란이 된 실화들도 스크린에 소환됐다. 지난해 12월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갑작스레 작고한 홍기선 감독의 유작 ‘일급비밀’은 군 비리 내부 고발자들의 실화를 토대로 중령 출신 군인(김상경)과 방송기자(김옥빈)의 폭로극을 담았다.

한석규 주연 신작 ‘아버지의 전쟁’(임성찬 감독)은 1998년 판문점에서 의문사한 김훈 중위의 실화를, 역시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시각에서 파고든 작품. 2월 개봉을 확정한 ‘재심’(김태윤 감독)은 2000년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한 끝에 재심을 신청한 청년(강하늘)과 변호사(정우)의 극적인 법정 공방전을 펼친다.
특별시민

특별시민

‘군도:민란의 시대’(2015, 윤종빈 감독, 이하 ‘군도’) 제작진이 뭉친 ‘보안관’은 동네 보안관을 자처하는 ‘부산 아재’들의 좌충우돌 코믹 스릴러. ‘군도’ 조연출 출신 감독 김형주와 배우 이성민·조진웅·김성균이 “지방 특유의 친화력으로 밀어붙인 막무가내식 수사극”(김 감독)을 선보인다. 가진 자들의 무법천지에서 약자들의 편에 선 아저씨 수사대의 사이다처럼 통쾌한 한 방을 기대할 만하다.

나원정·김나현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성 강한 장르영화
싱글라이더

싱글라이더

장르 색이 돋보이는 신작들 중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영화는 미스터리 드라마 ‘싱글라이더’(2월 22일 개봉). 신예 이주영 감독이 4년 전 동양증권사태(동양그룹 부실 경영으로 수만 명의 투자자가 손해를 본 사태)를 모티브로, 홀로 해변을 걷는 양복 차림 남자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써 내려간 작품이다.

성공한 증권회사 지점장(이병헌)이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수년간 보지 못한 가족을 찾아 호주로 떠난다. 그러나 그곳에서 기다리는 것은 새 출발을 준비하는 아내(공효진)의 모습이다. 이 감독은 “또 다른 여자(안소희)까지, 세 주인공에게 닥쳐오는 예측불허의 결말 속에 미래를 위해 지나치게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가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재난으로 인한 상실의 아픔이 큰 시대여서일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초현실적 상황에 빠져드는 판타지 스릴러도 눈에 띈다. 김명민·변요한 주연의 ‘하루’(가제, 조선호 감독)와 고수·설경구 주연의 ‘루시드 드림’(김준성 감독)은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각각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와 자각몽(수면자 스스로 꿈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자신의 꿈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을 통해 아이를 되찾을 단서를 찾아 나서는 작품. 고수는 ‘이와 손톱’(가제)에서 약혼녀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스터리한 남자로 분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독특한 호러영화 ‘기담’(2007)을 공동 연출하며 주목받은 정식 감독의 신작이다. 전도연·공유 주연 멜로영화 ‘남과 여’(2016)를 연출했던 이윤기 감독의 ‘어느날’도 있다. 아내가 죽고 실의에 빠진 보험회사 과장 강수(김남길)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미소(천우희)의 영혼을 보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한편 강하늘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기억의 밤’(장항준 감독)은 납치 사건으로 기억을 잃은 형의 기억을 뒤쫓는 동생의 이야기다.

집권당 3선 의원의 사위(오만석)가 애인(이은우)과 외딴 별장을 찾았다가 낯선 청년(지현우)에 의해 궁지에 몰리는 ‘트루 픽션’(김진묵 감독), 총과 돈다발을 두고 여러 군상이 뒤엉키는 ‘메이드 인 코리아’(허준형 감독)는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기대할 만한 작품. 사기꾼과 검사의 두뇌 싸움을 그린 현빈·유지태 주연의 ‘꾼’(장창원 감독), 대출 사기에 뛰어든 대학생(임시완)을 내세운 범죄영화 ‘원라인’(양경모 감독)은 코믹한 터치의 짜릿한 활극이다.
더 프리즌

더 프리즌


교도소를 주 무대로 한 영화들도 있다. 바로 ‘더 프리즌’(나현 감독)과 ‘불한당’(변성현 감독). 교도소 내 최고 권력자와 그의 눈에 든 ‘신입’ 죄수가 유대한다는 설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변주했다. 설경구·임시완이 호흡을 맞춘 ‘불한당’이 누아르 만화 같은 성장담을 꾀했다면, 한석규·김래원 주연의 ‘더 프리즌’은 장르의 법칙을 배반하며 허를 찌른다. ‘화려한 휴가’(2007, 김지훈 감독)의 시나리오를 쓴 베테랑 각본가 출신 감독 나현이 연출을 맡았다. ‘신세계’(2013) ‘대호’(2015)의 박훈정 감독은 신작 ‘V.I.P.’로 돌아온다.

남한을 찾은 북한 고위 장성의 아들(이종석)이 연쇄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다. 국제 정세 때문에 그를 빼돌려야 하는 국정원 직원(장동건)과 그를 잡아야 하는 특별수사팀 경찰(김명민). 여기에 북한 보안성과 미국 CIA가 끼어든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스템에 치여 살아가는 이들의 딜레마와 피로감을 떠올렸다”고 박 감독은 귀띔했다. 현재 국내 촬영을 마치고 홍콩·태국 로케이션을 남겨 둔 상황. 어느 때보다 “건조하고 서늘한” ‘박훈정표’ 범죄 누아르를 기대해도 좋다.

나원정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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