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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 아주 칭찬해!



'모아나'를 통해 본 디즈니의 문화적 다양성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폴리네시아인(태평양 중·남부 섬에 거주하는 원주민) 주인공을 등장시킨 ‘모아나’(1월 12일 개봉,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 디즈니가 단골 무대였던 중세 유럽을 떠나 오세아니아 문화로 눈 돌린 것은, 지난 몇 년간 그들이 화두로 삼은 ‘문화적 다양성’ 때문이다. 그동안 디즈니는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권을 바탕으로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왔다. 인종·민족·종교·성(性)차별 등의 편견을 경계하는 태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충실히 이행해 온 것이다. ‘모아나’를 중심으로, 최근 디즈니의 정치적·윤리적 행보와 남은 과제를 살펴봤다.

디즈니 공주가 달라졌어요
‘모아나’의 원주민 소녀 모아나(아우이 크라발호)는 가무잡잡한 피부색, 운동선수를 연상시키는 체격 등 외모부터 기존 ‘디즈니 공주’와 확연히 다르다. 물론 모아나 이전에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유색 인종 공주’는 많았다. ‘알라딘’(1992,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의 아랍계 공주 자스민(린다 라킨) 이후 인디언 여성의 삶을 그린 ‘포카혼타스’(1995, 마이크 가브리엘·에릭 골드버그 감독), 중국 여전사 이야기 ‘뮬란’(1998, 토니 밴크로프트·배리 쿡 감독) 등. ‘공주와 개구리’(2009,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에는 흑인 공주가 등장했다.
뮬란.

뮬란.

그러나 과거 애니메이션은 외국 문화를 ‘이색적 볼거리’로 접근한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모아나’는 다르다. 오세아니아 역사·문화에 대한 제작진의 애정과 존경이 담뿍 묻어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피지·사모아 등 여러 태평양 섬을 돌며 원주민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인류학자·언어학자·무용가 등 분야도 다양했다. 실제 원주민 혈통의 두 배우에게 목소리 연기를 맡긴 것만 봐도, 제작진이 얼마나 사려 깊게 이들의 문화를 스크린에 옮기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아나’가 일군 가장 큰 성취는, 아마 전 세계 어린이 관객에게 “디즈니 공주도 피부색이 다양할 수 있다”(존 머스커 감독)는 교훈을 남긴 점일 것이다.

침묵하지 않는 용기야말로 새로운 경쟁력
디즈니는 올해 하반기에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리 언크리치·애드리언 몰리나 감독)를 선보일 예정이다. 멕시코의 원주민 축제 ‘망자의 날(Día de Muertos)’과 전통 악단 마리아치(Mariachi)를 소재로 삼은 음악영화다. “다양성은 디즈니의 핵심 전략”이라 밝힌,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의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다. 그는 지난해 미국 연예 잡지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2016~2018년 제작할 디즈니 실사 영화의 24% 범위 안에 소수 민족 주인공을 내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은 단지 문화적 다양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성적·인종적 편견을 깨뜨리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 ‘겨울왕국’(2013,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은 두 여성 주인공을 내세워, 남녀의 러브 스토리보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주도적 여성상을 강조했다. ‘주토피아’(2016, 바이런 하워드·리치 무어 감독)에서는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 차별·이민자 혐오를 노골적으로 꼬집었다.
주토피아.

주토피아.

이러한 디즈니의 가치관은 현실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종교자유회복법(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 통과 여부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을 때, 디즈니는 적극적으로 보이콧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는 기업 소유주가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성적·인종적 소수자에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당시 디즈니는 대변인을 통해 “조지아주가 종교자유회복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향후 그 지역에서 영화·TV 촬영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디즈니의 강경한 태도는 조지아주가 이 법안을 철회하는 데 기여했다. 이렇듯 영화 안팎에서 보여 준 ‘정치적 올바름’으로, 디즈니의 위상과 명망은 한층 두터워졌다. 상업적 판단이 전제된 결과겠지만, 주류 영화계가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침묵했던 사안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낸 디즈니. 이들이 가진 정치적·윤리적 감수성은 대중이 이 기업을 새롭게 평가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됐다.

차별 없는 디즈니, 아직 갈 길이 멀죠

문화적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디즈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아나’에는 여전히 서구인의 관점을 극복하지 못한 한계가 눈에 띈다. 극 중에 등장하듯, 3000년 전 오세아니아 원주민이 항해를 통해 폴리네시아 지역의 여러 섬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아나’가 강조하는 ‘개척 정신’은, 사실상 식민지 개척을 정당화했던 유럽 제국주의 양상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실제 오세아니아 원주민 사회에서는 “영화 속 원주민이 바다를 대하는 태도가 실제와 다르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오세아니아 전설에 등장하는 반인반신 마우이(드웨인 존슨)의 모습이 희화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된 것은, 디즈니가 지난해 9월 온라인을 통해 판매한 할로윈 의상이었다.

마우이의 피부를 전통 문신이 새겨진 갈색 의상으로 표현했기 때문. 뉴질랜드 원주민 단체는 “우리의 피부는 코스튬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타민족의 신앙·역사를 제물로 삼아 이익을 얻으려는 문화 도용 행위”라며 거센 반감을 드러냈다. 디즈니는 이에 대해 즉각 사과 후 의상 판매를 철수했지만, 비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디즈니에게는 ‘정치적 올바름’과 관련해 해결할 과제가 많다. 일례로 디즈니가 배급하는 마블 영화에서, 여성 히어로는 여전히 핵심 서사의 주변부에 위치한다. ‘닥터 스트레인지’(2016, 스콧 데릭슨 감독)는 개봉 전 ‘화이트워싱(Whitewashing·백인이 아닌 캐릭터에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앤드류 스탠턴·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에서 레즈비언 커플로 보이는 인물들이 잠깐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온 성 소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며 정치적·윤리적으로 올바른 길을 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결심한 이상, 그 길을 제대로 걷겠다는 각오와 그 ‘정치적 올바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스타워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은 ‘스타워즈’ 시리즈(1977~)를 만든 자회사 루카스필름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2012년 디즈니에 인수된 루카스필름은, ‘스타워즈:깨어난 포스’(2015, J J 에이브럼스 감독)에서 시리즈 최초로 여성 및 흑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스핀오프 영화 ‘로그 원:스타워즈 스토리’(2016, 가렛 에드워즈 감독·사진)에서 변화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남성 군인들을 이끄는 여성 리더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는 물론, 라틴계·동양계·아랍계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비중 있게 참여한 것.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에서는 그동안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던 반란군 여성 파일럿을 여럿 등장시켰다. 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1983, 리처드 마퀀드 감독)에서 여성 파일럿을 연기했지만, 최종 편집돼 영화에 등장하지 못했던 배우들에 대한 헌사로 풀이된다.

루카스필름 대표 캐슬린 캐네디는 지난해 어느 인터뷰에서 “향후 제작될 ‘스타워즈’ 세계관의 영화 연출자로 여성 감독을 고려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제작자로 나선 J J 에이브럼스 감독 역시 올해 12월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8’(가제, 라이언 존슨 감독)에 “동성애자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으니, ‘포스’와 더불어 ‘PC(정치적 올바름)’가 함께하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기대해 봄직하다.

글=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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