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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이토록 색다른 영웅, '모아나'는 이게 달라...

지난 12일에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론 클레멘츠 감독, 존 머스커 감독)가 개봉 2주 만에 143만 명(27일 기준)을 돌파했다. ‘모아나’는 바다의 선택을 받은 모아나가 자신의 섬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10대 소녀 모아나는 ‘겨울왕국’(2013,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 엘사에 이어 디즈니가 선보인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다. 다른 디즈니 공주들과는 달리, 모아나는 세상을 구하러 가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모아나가 세상을 구하는 방식은 좀 특별하다. 대부분의 영웅담은 선과 악의 경계를 그대로 둔 채, 악으로부터 선을 구해내는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모아나는 그 경계 자체를 해체하고, 악에게 선을 되찾아준다. ‘모아나’에서는 그 흔한 러브라인도 완전히 제거됐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모아나는 세상을 어떻게 구하나?
모아나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렘을 안고서 항해를 시작한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서사는 서구 제국주의의 신대륙 개척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모아나의 항해는 결이 다르다. 콜럼버스의 항해가 개척과 정복이었다면 모아나의 항해는 순환과 회복에 가깝다. 모아나의 목표는 적을 이겨 하나의 섬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적과 함께 바다 전체를 공유하는 것이다.
모아나의 조상들인 폴리네시아인은 원래 항해자였다. 그들이 항해를 멈추게 된 건 생명 창조의 힘을 가진 테피티의 심장을 반신반인인 마우이가 훔쳤기 때문. 바다는 곧 그 심장을 차지하려는 괴물들의 싸움터가 되고, 모투누이 사람들은 천년 동안 섬에 고립되어 살았다. 따라서 위험한 바다로 가는 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금기였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게 더 위험했다. 풍요로웠던 섬은 저주에 걸리게 되고, 그 저주를 푸는 열쇠는 바깥세상에 있었다. 모아나를 끝까지 방해하던 강력한 괴물 데카는, 알고 보면 심장을 잃어버린 테피티의 변한 모습이다. 모아나는 테피티를 본 모습으로 되돌려 주고, 세계는 원래의 자리를 되찾아 간다. 모아나는 모든 이가 두려워하던 괴물 데카와 연대함으로써 세상을 구한 것이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긍정의 호기심을 갖고 경계를 넘어서는 모아나의 태도는, 지금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안전해지기 위해 더 많은 벽을 쌓지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벽 없이도 안전한 세상이다.

심장을 되찾은 테피티는 여신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물길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우리는 원래 모두 연결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투누이 사람들이 다시 시작하게 될 항해는, 그 연결지점을 찾아가는 항해일 것이다.
사라진 연애담,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대부분의 남자영웅들은, 자신의 모험에 동기를 부여해줄 여성 캐릭터를 필요로 한다. 모험이 끝난 뒤 키스로 보답을 해줄 연인 혹은 모험의 시간을 좀 더 즐겁게 해줄 연인. 하지만 모아나는 그런 연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그런 연인이 되지도 않는다.
영화는 모아나와 마우이의 러브라인을 없앴고, 대신 그 자리를 끈끈한 동료애로 채웠다. 마우이는 테피티의 심장을 돌려놓는 임무를 위해 모아나가 꼭 데려가야 하는 인물이다. 처음에 마우이는 모아나의 모험에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모아나는 당당하고 끈질기게 그를 따라다니고, 마침내 그를 모험에 동참시킨다.

동료가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면서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해간다. 직접 배를 몰고 싶은 모아나를 위해, 마우이는 항해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모아나는 반신반인이 된 마우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며 그에게 공감한다. 그렇게 정서적 고리를 단단히 만들어간 두 사람은 진정한 동료로 거듭난다. 언뜻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 조지 밀러 감독)속 퓨리오사와 맥스의 동료애가 떠오르기도 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감명 깊은 순간들은 화려한 액션이 터질 때가 아닌, 맥스와 여전사 퓨리오사가 인간적인 교류를 나눌 때가 아니던가. 모아나와 마우이가 함께 마음을 맞춰 배를 이끌고 서로에게 노를 양보할 때, 그들 사이엔 인간 대 인간의 애정과 존중이 물결처럼 흐른다. ‘모아나’는 사랑에 빠진 연인 외에도 남녀 관계를 표현할 방식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박지윤 인턴기자 park.jiy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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