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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설 대목 기다리는 서문시장 상인들

화재로 전소된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 설치된 안전펜스. 이 곳에 붙어 있는 엽서 등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이 딤겨있다.

화재로 전소된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 설치된 안전펜스. 이 곳에 붙어 있는 엽서 등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이 딤겨있다.

지난 2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설을 사흘 앞두고 명절에 먹을 과일과 음식 재료, 차례상에 올릴 제수를 장만하느라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그래도 예년 대목과 비교하면 한산한 모습이다. 명절이면 시장으로 들어가려고 줄지어 서 있던 차량은 그리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매장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 설치된 안전펜스에 노란색과 주황생, 초록색 A4용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인근에 임시영업을 시작한 4지구 상인들이 붙인 안내문이다.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 설치된 안전펜스에 노란색과 주황생, 초록색 A4용지가 빼곡히 붙어있다. 인근에 임시영업을 시작한 4지구 상인들이 붙인 안내문이다.

큰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 상가 건물은 화재 현장에 설치한 안전펜스 위로 철골 등 뼈대만이 앙상하게 남아 있다. 최초 발화지점인 4지구 1층 남서편으로 가자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났다. 지난해 11월 30일 불이 나고, 두 달여가 흘렀지만, 화마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것이다.
피해상인들이 붙인 안내문 위로 화재 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불이 나고 두달여가 흘렀지만 화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피해상인들이 붙인 안내문 위로 화재 현장의 모습이 보인다. 불이 나고 두달여가 흘렀지만 화마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았다.

안전펜스에는 노란색과 주황색, 초록색 A4용지가 빼곡히 붙어 있다. 종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주단, 동산상가 2층으로 이전’ ‘○○사 2지구로 임시이전, 정상영업 합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주변으로 옮겨 영업을 시작한 4지구 상인들이 붙인 안내문이다.

시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글도 보였다. ‘다시 희망’이라는 대형 현수막에는 ‘힘든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행복한 시간이 올 테니 절대 좌절하지 마세요’라는 등의 엽서가 붙어 있었다.
서문시장 화재피해 상인 장순득(70) 할머니가 인터뷰 중 한숨을 쉬고 있다. 그는 지난 2일부터 인근 상가에서 임시영업을 시작했지만 설 대목에도 매상이 신통치 않다. 장 할머니는 1980년부터 서문시장 4지구에서 장사를 해왔다.

서문시장 화재피해 상인 장순득(70) 할머니가 인터뷰 중 한숨을 쉬고 있다. 그는 지난 2일부터 인근 상가에서 임시영업을 시작했지만 설 대목에도 매상이 신통치 않다. 장 할머니는 1980년부터 서문시장 4지구에서 장사를 해왔다.

화재 현장에서 1㎞쯤 떨어진 서구 내당동의 한 상가 건물. 입구에 ‘4지구 화재로 인한 이전. 폭탄세일 심창이불’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4지구 화재 피해 상인 장순득(70) 할머니가 있었다. 그는 1980년 서문시장 4지구 2층에서 이불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8년 동안 한 번도 매장을 옮기지 않았다.

장 할머니는 “부도를 두 번이나 맞는 등 수차례 고비를 넘기면서도 지켜온 터전이 몽땅 불에 타버렸다”며 “70이 넘은 나이에 잿더미만 안고 있으니 비참하고 허무하다”면서 눈시울 붉혔다. 그는 지난 2일 이곳에 임시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매상은 신통치 않다. 장 할머니를 도와 매장을 운영하는 며느리 박미자(43)씨는 “설 대목을 앞두고 매장을 서둘러 열었지만 손님이 너무 없다. 예전에는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없었는데 요즘은 공치는 날도 많다”고 전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희망을 붙들고 있다. 장 할머니는 “한평생을 바친 우리 집이 저기(서문시장 4지구)다. (새롭게) 지으면 가야 한다”면서 “우리 집에 가서 다시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다른 4지구 피해 상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고 명절 대목도 놓쳤지만 하나같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최근 서문시장 2지구 지하 1층에 임시매장을 낸 안기영(37)씨는 “어머니가 30년, 내가 6년 동안 운영한 소품매장이 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아 충격이 크다”며 “소방차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놀라고 악몽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30개월 된 아들과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재기할 것이다. 대체상가로 결정된 베네시움 쇼핑몰로 옮겨가면 잘 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절망하지 않았다.

23년 동안 4지구에서 한복가게를 운영했다는 이모(51·여)씨는 “대목인 설을 앞두고 매장이 타버려 참담한 심정”이라며 “그래도 시민들의 격려와 성금 덕분에 힘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내 다른 상가 상인들도 4지구의 재기를 응원했다. 동산상가에서 가방매장을 운영하는 노덕자(57·여)씨는 “우리 매장은 4지구와 인접해 있다 보니 아는 사람들도 많은데 안타깝다”며 “모든 문제가 해결돼 4지구 상인들이 하루 빨리 생업에 복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재 이후 서문시장이 전체적으로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시민들이 서문시장을 많이 찾아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건어물 상가 골목에서 만난 정순자(58·여·대구 수성구 범어동)씨는 “매년 설이면 서문시장에서 차례에 쓸 음식을 구입하는데 올해는 정말 찾는 사람이 적다”며 “많은 사람들이 꼭 서문시장에서 설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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