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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컨디션에 얽매인 인간이 기계와 대결하면 …

문용직의 인공지능 수읽기(상)
2016년 3월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긴 것은 혁명적인 사건으로, 바둑계는 물론이고 과학계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충격은 오해를 몰고 오는 것이 보통이라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오해가 넘친다. 그래, 냉정을 되찾고자 글 세 편을 쓴다. 오늘은 ‘알파고가 프로 정상을 두 점 접는다’는 문제를 다루겠다. 요약하면 이렇다. 알파고는 프로 정상과 ‘수준’은 비슷하다. 하지만 ‘승부’에는 프로 정상이 ‘선(先)-두 점’의 이점을 가져야만 승부가 반(半)이 될 것이다.

싸움 강한 조훈현, 끝내기의 이창호
프로기사 장점 모두 흡수한 알파고
실력 같아도 두 점 접는 게 가능

중국과 대국협상 하던 예민한 시기
알파고, 프로기사와 60국 두고 전승
중국의 패배 부담 덜어주기인 듯

왜 ‘60대 0’이었던가

1월 초 뉴스가 터졌다. 연말·연초 며칠 사이에 인터넷에서 알파고가 프로기사를 상대로 ‘60대 0’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의문이다. 알파고와 중국 기사의 대결은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돌연 들이닥친 대결. 왜 알파고가 공개 반(半), 비공개 반(半)으로 불과 사나흘 사이에 60국이나 두어 치웠을까? 연말·연초 상징적인 시간대에, 게다가 협상 중에 말이다.

짐작되는 것이 둘 있다. 첫째, 이건 구글의 압박으로 읽힌다. 자, 성적을 봐라. 이래도 두 점 아니라고 우길래? 최소한 ‘선에 덤 5집’으로는 시작하자! 둘째, 중국으로서도 60대 0은 괜찮은 결과다. 아니, 바라던 바다. 중국은 난처하다. 체면이 문제였다. 이기긴 힘들지만 대결은 해야만 한다. 구글은 바둑 이상의 것을, 중국기원은 바둑에서 얻을 것을 이미 찾았던 것이 분명하고, 마지막 걸림돌인 치수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체면’은 식사 후의 이쑤시개 같은 것이 아니다. 대중의 관심이 강하게 쏠리는 분야에서 명예는 중요한 재화다. 고대 사회에서는 권력과 경제력의 상징이자 결과였다. 21세기 오늘도 그에 못지않다.

바둑에 대한 중국의 자부는 높다. 발생국으로서 2000년 동안의 종주국 지위. 20세기 약 100년간 일본에 빼앗겼던 그 지위. 지난 30년간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오만을 한껏 키워 종주국 지위를 되찾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왔다. 오늘날 세계대회 20여 개 중 80% 이상을 중국이 개최한다. 오만이 크면 방어의 필요성도 크다. 패배했을 때 맞닥뜨릴 전후 배상이나 핑곗거리가 필요하다. 중국의 1인자 커제가 큰소리쳤지만 맞바둑은 물론 덤 없이 선(先)으로 둔다 해도 5대 0이 안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상의 사정이 알파고에 대한 세간의 높은 평가가 협상 발표 이전에 필요한 이유였다. “알파고는 이제 인간과 완전히 다르다.” 그것을 포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60대 0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중국기원 집행부로서는 패배 후 짊어질 부담을 알파고가 미리 해결해준 것과 진배없다. 이제 알파고에 지는 것은 오히려 영광일 판이다.

알파고는 프로 정상을 두 점 접는다

60대 0은 실로 바둑의 자존심을 뭉갤 수 있는 숫자다. 마치 바둑의 종말이 온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바둑 3000년이 그리 만만할까. 대국을 분석해봤다. 알파고의 수준은 지난해 3월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일부에서 수준이 높아졌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교해졌고 애용하는 수법이 달라진 정도다.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을 지낸 김성룡 9단도 “우리가 모르는 수를 두진 않는다”고 했다. 알파고의 수준은 다음 글에서 제대로 다루자. 오늘은 두 점 문제다. 먼저 ‘두 점이면 승부가 반반(半半)이다’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실력의 차이가 두 점 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점’으로 시작하면, 흑과 백이 동등한 승부를 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 이제 다음 문제를 다뤄보자. “프로 정상은 알파고와 수준은 비슷하다. 하지만 알파고에 두 점으로 승부가 반반이다.” 근거가 있다. 첫째는 관념. 우리는 인간. 관념의 틀에 갇힌다. 예컨대 빈삼각은 ‘좋지 않은 모양’으로 미리 전제된다. 빈삼각을 추론에서 도외시하는 경향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그런 관념의 암초가 알파고엔 없다. 우리는 가끔 걸려서 넘어지는데 말이다. 둘째는 윤리. 소위 형세 판단은 프로에게 난문제. 하지만 알파고엔 어렵지 않다. 높은 확률치를 택하면 그만이다. 맞고 틀리고는 부차적이다.

하지만 윤리가 몸에 밴 인간은 ‘맞고 틀리고’의 판단에 쓸데없는 시간을 들인다. 지친다. 셋째는 기풍. 우리는 개성이 있다. 싸움에 강한 조훈현이 끝내기에 강한 이창호까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알파고는 모든 프로를 학습했다. 장점을 흡수했다. 그러니 알파고는 초반은 다케미야, 중반은 조훈현, 종반은 이창호, 두터움은 슈코 …. 그런 바둑꾼이다. 넷째는 계산. 본래 컴퓨터의 어원이 계산에 있지 않은가.

자, 기원에서 오랜 호적수를 만나 한 판 둔다고 하자. 그날따라 전날 밤 술로 몸이 피곤했다고 하자. 그럴 때 네 요인은 이런 것과 같다. 관념 요인은 머리가 아픈 것. 윤리 요인은 속이 메스꺼운 것. 기풍 요인은 눈이 침침한 것. 계산 요인은 술값 걱정. 요인 하나에 3집 정도의 가치를 주어보자. 보통 작은 실수는 1~2집, 큰 실수는 3~4집을 말하곤 한다. 돌 하나에 통상 10집 정도의 가치를 둔다. 2점은 2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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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백이 먼저 두니 덤을 제한다. 남은 것은 13집 반. 그런데 네 요인에 감점을 주면 12집을 제해야 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1집 반. 내가 피곤하다면 같은 실력이라도 두 점으로 승부가 된다. 그런데 ‘내가 피곤하다면’은 ‘내가 인간이라면’의 다른 표현이다. 실제로 1984년 조치훈 9단은 일본의 정예 7~8단과 두 점으로 좋은 승부를 펼쳤다. 85년 조훈현 9단은 도전 5강을 두 점 접고 한 판 이기기도 했다. 수준은 같아도 승부는 두 점까지 차이 날 수 있는 것이다. 박정환 9단이 알파고와 선(先) 정도 차이 난다고 말했는데, 같은 의미다.

요약한다. 알파고와 승부를 하면 이제 두 점은 놓아야 하지 않나? 그렇다. 그 판단은 근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우리의 바둑 수준이 낮다는 근거는 아니다. 오히려 높은 수준임을 말해줄 수도 있다. 높은 수준?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다음 글이 그에 대한 것이다.
 
◆문용직
1958년 경북 김천 출생. 82년 서강대 영문학과 졸업. 83년 프로기사 입단. 88년 제5기 박카스배 준우승, 제3기 신왕전 우승. 94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2008년 프로기사 은퇴. 저서 『주역의 발견』 『바둑의 발견 1, 2』 『빈삼각의 묘』 『자충의 묘』 등.

문용직 전 프로기사 moonro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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