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세뱃돈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요즘 신사임당이 뜨고 있다. ‘대장금’ 이영애가 13년 만에 드라마에 돌아온 ‘사임당, 빛의 일기’가 오늘 첫 테이프를 끊고, 사임당의 그림 15점을 모은 ‘사임당, 그녀의 화원’이 그제 서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중견 소설가 이순원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장편 『정본소설 사임당』을 냈다. 올 들어 출간된 사임당 관련서만 2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크게 보면 새로운 여성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다.

신사임당은 우리네 지갑도 접수했다. 5만원짜리 지폐 얘기다. 조선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이 등장하는 1만원권을 일찌감치 밀어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처음 나온 5만원권의 지난해 화폐 발행잔액(한국은행이 공급한 화폐 중 시중에 남아 있는 금액)은 75조7751억원. 1만원권은 16조2446억원에 그쳤다. 5만원권의 쓰임새가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세뱃돈도 이제는 5만원권이 널리 쓰이고 있다.

내일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어른들과 아이들의 희비가 갈린다. 어른들의 걱정거리 1위가 세뱃돈(모바일 광고 플랫폼 캐시슬라이드 조사)인 반면 아이들이 설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 또한 세뱃돈(중앙일보 청소년매체 TONG 조사)이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새해 안녕을 기원하는 세배가 애물단지가 된 모양새다. 세뱃돈 때문에 으스대거나 풀이 죽은 아이들의 대비가 눈앞에 그려진다.

세뱃돈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다.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주로 떡과 과일을 줬다. 돈을 주더라도 마음을 앞세웠다. 새해 첫날 주머니가 텅 비면 1년 내내 가난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작은 정성을 전했다. 그래서 복돈이라 불렀다. 부모에게 절을 하자마자 “세뱃돈은요” 하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 ‘절값 예약 받고/세배 오는 조무래기들을/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홍진기 시인의 ‘쓸쓸한 세뱃돈’)

세뱃돈보다 중요한 건 덕담이다. 우리 세시풍속에서 설날 덕담은 ‘그렇게 되라’고 축원하는 것이 아니라 ‘벌써 그렇게 됐다니 고맙다’고 미리 축하하는 것이었다. 언어의 주술적 힘이다. 예컨대 ‘올해 부자 되세요’가 아니라 ‘부자가 되었다지요’ 식이다. 2017년 한국 사회에 덕담 몇 개를 건넨다. ‘둘째를 낳았다지요’ ‘정규직이 되었다지요’ ‘월급이 올랐다지요’ ‘학원비가 팍 줄었다지요’ ‘금강산 관광 다녀왔다지요’ ‘대통령 걱정을 안 한다지요’. 김종길 시인의 소망도 전한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서도/(중략)/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고운 이를 보듯/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설날 아침에’)

박정호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