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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불시착했나? 돌도끼로 안내판 찍는 원시인

24일 대구 선사유적공원 인근 도로표지판 위에 설치된 원시인 조형물.

24일 대구 선사유적공원 인근 도로표지판 위에 설치된 원시인 조형물.

“저기 위에 매달린 거 사람 아냐?”

이색 조형물 만든 광고인 이제석
“대구 진천동서 출토된 구석기 유물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보고 갔으면”

24일 오전 대구 달서구 선사유적공원 인근 도로. 대여섯 명의 행인이 스마트폰을 꺼내 동시에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가 향한 곳엔 돌도끼로 안내판을 내려치는 모습을 한 조형물이 있었다. 천조각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털복숭이 남성. 원시인이었다. 선사유적공원 일대엔 이 원시인 말고도 20개의 조형물이 더 있다. 구석기 유물이 대거 발견된 달서구 진천동 일대를 전국에 알리기 위한 조형물이다.
원시인 조형물들은 이제석광고연구소 이제석(35·사진) 대표가 기획했다. ‘광고천재’라는 별명을 가진 공익광고 전문가다. 포스터를 기둥에 감으면 군인이 겨눈 총구가 다시 자신을 향하게 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부산경찰청과 작업한 광고 시리즈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 하지만 유독 고향인 대구에선 일할 기회가 드물었다. 그는 초·중·고, 대학까지 모두 대구에서 나왔고 이후 미국에서 광고를 공부했다. 그가 대구에서 온 한 통의 이메일에 눈길이 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박정희 달서구 관광진흥팀장은 “3년간 구석기 유물이 많이 발견된 진천동 일대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는데 잘 안 됐다. 답답한 마음에 이씨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의외로 답장이 바로 왔다”고 말했다.
공원과 가까워질수록 원시인이 더 크게 인사하는 광고판도 걸렸다. [사진 대구 달서구]

공원과 가까워질수록 원시인이 더 크게 인사하는 광고판도 걸렸다. [사진 대구 달서구]

달서구 요청으로 작업에 들어간 이씨는 애초 구청이 요청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작업을 소화했다. 이 대표는 “고향에서 온 연락이 반가웠고 그래서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선사시대 관광자원을 홍보하는 작업에서 그는 어디에 주안점을 뒀을까. “우린 길을 걸으며 수없이 많은 돌멩이를 봅니다. 단순한 돌일 수도 있지만 그 돌이 운석일 수도 있고 수만 년 전 쓰던 도끼일 수도 있죠. 구석기 유물이 대구 곳곳에 널려 있는데 우리가 그 가치를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이 생각은 그가 가진 광고 철학 ‘흔한 것을 귀하게, 못난 것을 아름답게’와 맞닿아 있다. 무심결에 지나치는 도로안내판에 원시인을 얹어버리자는 아이디어, 흔한 전신주에 원시인을 숨겨놓자는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왔다. “평범하고 흔한 것을 새롭게 해석하면 사물에 의미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구석기 유물이 많이 나왔구나’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 대표는 평소 선사시대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이성과 논리가 중심이 되는 근·현대보다 원초적 감각으로 가득한 선사시대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도심에 나타난 원시인이 보수적이고 경직된 대구에 활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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