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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 냉장고 만들다가 … 중국 지리차 이유 있는 질주

차이나 비즈니스 리뷰
‘뱀이 코끼리를 삼켰다.’ 2010년 3월 28일 중국 자동차업체 지리(吉利)자동차(이하 지리차)가 스웨덴 자동차 기업인 볼보(자동차 부분)를 인수했을 때 중국에서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포드 자동차와 볼보(승용차 부문) 인수를 위한 최종 합의안에 서명한 것이다. 당시 볼보는 포드의 자회사였다. 1년여를 끌었던 마라톤협상도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매출 규모는 볼보가 지리차의 20배에 달했다. 지리차가 낸 돈은 18억 달러(2조1000억원). 지리차는 더 큰 금액을 써낼 용의도 있었다. 중국 민영기업이 해외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리수푸 지리차 회장

리수푸 지리차 회장

지리차의 행보가 눈에 띈다. 중국 내에서도 후발주자였던 이 회사가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웨덴 기업 볼보를 인수한 뒤 성장의 주행로를 달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설화 애널리스트는 “지리차는 과거 중국 로컬 업체 중에서도 하류 기업이었다”며 “볼보나 호주 DSI(변속기 업체) 등 해외 선진기업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수푸 회장 글로벌화에 승부수
적자 볼보 2조원에 사들여 회생
프리미엄 차 브랜드로 승승장구
모기업 주가도 1년 새 176% 급등
자체 연구개발 주력 현대차와 대조

지리차의 성장 배경에는 리수푸(李書福·53) 회장의 확고한 경영철학이 자리잡고 있다. 그는 글로벌 기업 인수에 사활을 걸었다. 투자 목적은 ‘글로벌화’다. 선진 자동차 업체가 가진 브랜드와 각종 첨단 기술이 필요했다. ‘질 낮고 싼’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지리차는 브랜드 파워와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을 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라 믿었다. 그 실천이 볼보 인수였다.

리수푸 회장은 자동차 사업 초기부터 지리차와 글로벌 기업과의 ‘격차’를 인정했다. 로스차일드그룹의 자문부터 구했다. 볼보의 전 대표를 고문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저가 차량을 주로 생산해 안전과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낮은 국가로 수출하는 지리차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앞서가는 자동차 업체의 강력한 브랜드와 기술이 필요했다.

2008년 볼보가 리 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막대한 적자를 내는 볼보는 미국 포드 자동차(이하 포드)에 큰 ‘골칫거리’였다. 당시 포드는 해외 럭셔리 라인을 정리하며 볼보를 경매에 부쳤다. 같은 시기 포드 자회사인 랜드로버와 재규어도 인도의 타타모터스에 넘어갔다.

포드는 볼보를 왜 토해냈을까? 포드는 2008년 금융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픽업 카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주력했던 포드는 불황과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미국 시장 판매량이 34%나 줄었다. 2005년부터 누적 적자만 239억 달러(27조8000억원)에 달했다. 무디스도 포드 신용등급을 ‘정크(Junk)’로 강등했다.

64억 달러를 들여 산 볼보의 실적도 부진했다. 앨런 멀러리 포드 전(前)최고경영자(CEO)가 내세운 ‘하나의 포드’ 전략이 부진의 이유였다. 모든 역량을 포드에 집중하는 게 ‘하나의 포드’ 전략의 핵심이다. 볼보가 포드의 글로벌 전략에 낄 틈이 없었다. 볼보는 포드 역량 강화에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매각 대상에 불과했다.

지린차는 볼보 인수로 볼보가 80여 년간 쌓아온 기술과 인력을 확보했다. 완성차, 핵심 부품 연구개발(R&D) 노하우에다 3800명의 인재까지 얻었다. 강력한 글로벌 유통망도 지리차 품에 들어왔다. 볼보는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와 지역에 약 2400개의 판매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 90%가 유럽과 북미에 집중돼 있다.
리수푸 회장은 볼보 인수 후 회사에 과감히 투자했다. 생산 라인 전체를 바꾸고, 소형차 라인업도 늘렸다. 출시 후 10년간 변화가 없었던 볼보의 주력 SUV인 ‘XC90’도 완전히 새로운 모델로 출시했다.

리수푸 회장은 볼보의 기업문화도 전면적으로 수용했다. 볼보가 추구하는 3대 가치는 품질·안전·환경보호로 일명 ‘볼보웨이’로 불린다. 저비용 차량만 생각했던 지리차에겐 도전이었다. 하지만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꼽자 제품의 성능이 좋아졌다. 여기에 환경보호에도 눈을 돌리자 볼보 차에 대한 소비자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 결과 볼보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13년부터 수익성이 좋아졌다. 2016년 1분기 영업이익은 31억 크로나(4080억원), 순이익률도 2014년보다 5배 가까이 증가한 7.5%를 기록했다.
모회사인 지리차도 순항 중이다. 주가가 1년 새 176% 급등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지리차의 주가는 지난해 1월 25일 종가기준 3.38 홍콩달러에서 지난 23일 9.33 홍콩달러로 1년 새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탄탄한 실적 덕분이다. 지리차의 작년 판매량은 76만 대. 그 전 해에 비해 50% 넘게 더 팔렸다. 중국 내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고급차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 볼보 최고급 세단인 ‘S90’으로 벤츠·BMW와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맞붙겠다는 계획이다.

쑤요우산(蘇友珊) 대만사범대학 교수는 “타깃이 다른 두 자동차 브랜드가 손잡고 세계 자동차 시장 경쟁에 뛰어들어 성과를 올린 사례”라고 말했다.

볼보는 내친김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2019년 중국과 유럽에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을 내놓는다.

이제 현대차를 보자. 현대차도 초창기엔 지리차와 비슷한 전략을 썼다. 기술 등 기업 경영의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에 외부 기업과 제휴를 맺거나 기술을 들여와 성장했다. 이후 자체 경쟁력을 갖추면서 방향을 틀었다. 내부 품질 경쟁력 확보와 자체 연구개발에 주력했다.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는 2016년에만 1조원 넘게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자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등이 그 결과물이다. 현대차는 수직 계열화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모비스(자동차부품), 현대파워텍(변속기)·글로비스(물류)까지 분야별 자회사 등을 모두 갖췄다. 친환경차·자율주행차·전기차·수소차 개발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인력·기술·인프라를 서울 삼성동에 들어설 글로벌비즈니스센터(이하 GBC)에 모은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리차와 현대차, 두 회사의 정반대 글로벌 전략을 보는 시선은 어떨까. 누가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국 자동차업체의 성장은 한국은 물론 세계 자동차 업계에 도전이 되고 있다. 지리차의 빠른 성장과 글로벌화에 경쟁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1986년 저장(浙江)성 황옌의 초가집에서 냉장고 공장으로 출발한 지리차, ‘서민 자동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자동차’를 전략 타깃으로 삼고 있다. 지리차의 도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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