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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4년 새 수출액 반 토막, 덜컹대는 한국 중고차

인천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는 수출의 80%를 차지하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무단 해체, 번호판 부정 사용, 무허가 알선 등 불법?탈법 행위가 빈번하다. 지난해 7월 사무용 컨테이너 300여 개가 철거된 이후 ‘노지’에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조득진 기자]

인천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는 수출의 80%를 차지하지만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무단 해체, 번호판 부정 사용, 무허가 알선 등 불법·탈법 행위가 빈번하다. 지난해 7월 사무용 컨테이너 300여 개가 철거된 이후 ‘노지’에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조득진 기자]

“한국의 중고차 수출시장은 ‘떴다방’ 수준입니다. 여기가 연간 중고차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곳인데 매매상사 사업자들은 정부 지원은커녕 길바닥에 내쫓긴 신세에요.”

애물단지로 변한 수출 효자산업

중동 정정 불안, 러시아 수입 규제
불법 개조 등 업계 관행도 원인

시설 제대로 갖춘 수출단지 없어
길바닥서 외국 바이어들 상담
차종 늘리고 현지 유통망 확보해야

지난 11일 오후 인천시 송도중고차수출매매단지에서 만난 황성현 정진무역 대표는 “한국의 중고차 수출 관련 제도나 지원은 모두 주먹구구식”이라며 “한때 수출 역군으로 불리던 중고차 수출산업이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이유”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 연수구청의 행정대집행으로 중고차 수출업체의 사무용 컨테이너 300여 개가 철거된 자리는 을씨년스러웠다. 영하 5~6도의 날씨에 중동·중남미에서 온 바이어들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전시된 차량을 점검하고 있었다. 수출 중고차를 실은 차량운송차가 지날 때마다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야적장엔 뿌연 먼지가 일었다.
국내 중고자동차 수출산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2012년 500여 수출업체가 연간 37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2조1000억원이 넘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23만 대를 팔아 1조1390억원 매출에 그쳤다. 최근 4년 새 반 토막이 난 것이다. 2015년과 비교해 판매 대수는 약 2만 대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50억원 가량 줄었다. 노후차량 위주의 수출로 대당 수출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고차 수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자동차 생산시설이 없는 중동·동남아 지역에서 기아차의 쏘렌토·프런티어 등이 인기를 얻으며 한국산 자동차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 2016년 한국 중고차 수출국은 155개로 전세계 240개 국가 중 65%를 넘어섰다. 왼쪽 운전대를 사용하는 국가(166개국)엔 거의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2007년부터 중고차 매매업을 시작한 황 대표는 “2012년까지 중동시장이 크게 호황을 누렸다”며 “특히 요르단은 수입 중고차에 대한 연식 제한이 없어서 한국 수출업자들의 중동 진출 허브였다”고 말했다.

한국 중고차 수출이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양대 시장인 중동·러시아가 정정 불안, 수입 규제,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져들면서다. 특히 중동지역에선 2012년 리비아가 내전으로, 이라크가 테러로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 연식 규제 강화와 관세 인상도 수출의 걸림돌이 됐다.

이라크가 연식 2년을 초과하는 중고차의 수입을 금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도 연식 5년 초과 차량의 수입을 막았다. 2013년엔 러시아가, 지난해엔 요르단이 폐차세라는 명목으로 관세를 35%나 올렸다.

외부 환경의 영향이 컸지만 부족한 인프라, 업계의 고질적인 탈·편법, 정부·지자체의 무관심 등 수출업계의 취약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한국의 중고차 수출시장이 ‘난전(亂廛)’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수출의 80% 이상이 이뤄지는 송도 일대 중고차수출단지에선 자동차 무단 해체, 자동차 번호판 부정 사용, 무허가 중고차 알선 등 불법·탈법 행위가 빈번하다.

김현찬 AJ셀카 해외사업팀장은 “일부 사업자들의 불법 개조,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인해 ‘메이드 인 코리아’ ‘십(ship) 프롬 코리아’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활용품 사용 촉진을 위해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중고차 의제매입세액공제’를 악용하는 매매상사가 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 매입 가격을 부풀려 신고해 부가세 환급금을 더 챙기는 식이다.

반면 업계에선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한다. 송도 중고차수출매매단지는 토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관광이 관광단지 조성 사업이 여의치 않자 2011년 수출업체들에 땅을 임대해주면서 ‘야적장’식으로 형성됐다. 인근 아파트단지의 민원 발생은 불을 보듯 뻔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문 바이어에게 차량을 파는 ‘마당장사’가 주력인 우리 중고차 수출시장에 제대로 된 수출단지 하나 없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업계의 지속된 요구로 현재 인천항만공사가 복합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개장은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가 적극적으로 수출국 현지 유통을 개척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연말 ‘1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AJ셀카가 성공 사례다. AJ셀카는 모회사인 AJ렌터카의 물량 확보를 바탕으로 마당장사와 오더 베이스 정규수출, 해외시장 직접 진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바닥을 친 후 매년 수출액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엔 약 2000대, 1400만 달러(약 170억원) 수출을 기록했다.
안진수 AJ셀카 대표는 “중동·북아프리카 등 주력시장뿐 아니라 중남미·동남아·서아프리카까지 진출해 판매처를 넓혔다”며 “중개 무역을 넘어 현지법인을 통한 도·소매 유통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휘발유·디젤·LPG 등 모든 유종을 취급한 것도 시장 다각화에 한몫했다. AJ셀카는 최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도미니카공화국에 일찌감치 진출해 택시나 렌터카 등 LPG 차량을 개조작업 없이 수출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일본의 오른쪽 운전대 차량이 칠레·필리핀·몽골 등 왼쪽 운전대 사용 국가에도 급속히 침투하고 있다”며 “우리도 오른쪽 운전대 차량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일본 현지에서 구입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 중고차 수출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대 수입상인 리비아 바이어들의 입국자 수가 크게 증가했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의 수출도 꾸준히 증가추세다. 캄보디아와 시리아에 중고 트럭 수출이 늘었고,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었던 몽골도 큰 폭의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칠레·가나·베트남·미얀마 등 전통적 수출지역에서도 4분기에 실적이 늘었다. 임인영 현대글로비스 연구원은 “올해 미얀마 정부의 오른쪽 운전대 차량 수입금지 조치에 따라 일본 중고차 물량이 한국산 중고차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선 ‘올해 중고차 수출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롯데렌탈 오토옥션이 지난해 ‘5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도미니카공화국에, SK네트웍스가 브라질에 중고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외부 조건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유통망 등 내부 개선을 통해 과거의 시장 사이즈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라며 “한해 신차의 1.5배 규모, 300만 대씩 쏟아지는 중고차의 수출 활성화는 내수를 살리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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