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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10년 국가 전략 세우는 나라를 꿈꾸며 …

최준호 산업부 차장

최준호
산업부 차장

이르면 4월께 결판날 현 정부의 운명 탓이리라. 벌써 학계와 정계를 중심으로 정부기구 개편안이 쏟아진다. 그중 대표적 타깃이 바로 현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의 주무부처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 개편에 다양한 조합이 있겠지만, 요지는 ‘기존 양대 조직인 과학과 정보통신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이다. 어떻게 되든 박근혜 정부의 운명과 함께 최소한 ‘미래’와 ‘창조’는 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이름, ‘미래창조과학부’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기자에게 “미래부는 국민행복추진위의 아이디어이며, 자신이 결재해 통과된 이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름 속에는 작명 의도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미래+창조+과학’의 세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명(地名)의 뜻을 알려면 한자를 살펴보면 되듯, 미래부의 영어명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을 보면 그 뜻이 좀 더 명쾌해진다. 미래부의 주 기능이 과학과 정보통신기술, 미래 전략에 있다는 얘기다. 5년, 아니 그 미만의 전략에도 허덕여 온 국가에서, 10년 이상의 미래를 얘기하는 중장기 미래 전략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Future planning’ 작명은 너무도 중요해 보였다.

하지만, 2013년 봄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에는 이름과 달리 미래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실(室)도 국(局)도 아닌 ‘미래전략기획’이라는 이름의 과(科)가 생겨난 건 정권 출범 1년 반 이상이 훌쩍 지나서였다. 현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원래 2025년 달 탐사를 목표로 한 우주계획을 2020년으로 당기는 반(反)미래적인 전략을 감행하기도 했다. 대선이 예정됐던 올해 말 1차 로켓 시험발사를 한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

급변하는 시대의 미래 전략은 안개 끼고 혼잡한 도로를 각종 센서와 레이더·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으로 무장하고 달리는 첨단 차량과도 같다. 핀란드에서는 의회 내 미래위원회가 30년 뒤의 국가 미래를 논의하고, 신임 총리는 집권할 때 이 위원회에 15년 뒤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각 행정부처는 이 미래 비전에 입각한 구체적 전략을 짜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노키아가 망하고도 지난해 1인당 GDP 4만3000 달러를 지켜낸 비결이 여기에 있다는 게 학자들의 분석이다. 1인당 GDP 세계 10위(5만3000달러)의 싱가포르 역시 국가 미래 전략 수립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국가다.

한때 ‘한강의 기적’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은 연간 19조원의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쏟아붓고도 성장엔진이 식어 가는 나라가 됐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 조기 등판할 다음 정부에서 과연 국가 미래 전략은 생존할 수 있을까.

최준호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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