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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공무원 되기 위한 공부 그 이상 … 사회과학 ‘종합 선물세트’죠

행정학과
청소년들이 관심있는 학과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입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대한 탐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대학의 명성이나 합격선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열려라 공부’는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해 학과에서 어떤 공부를 하는지, 관련 진로는 무엇인지 알려 드립니다. 18회는 행정학과입니다.
행정학과는 ‘사회과학의 종합 선물세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파악해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사회학을 닮았다. 당면한 문제에 대응하는 기관·집단의 행동을 설명하고 전략을 도출하는 것은 경영학이나 조직심리학이랑 비슷하다.

학과 내비게이션

사회적 약속에 해당하는 법과 제도를 중시한다는 점에선 법학에 유사하다. 사회과학에 속하는 여러 학문의 특징을 고루 갖춘 융합적 전공인 것이다.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장은 “행정학을 단순히 ‘공무원이 되기 위한 공부’로 여긴다면 편협한 생각이다. 행정학은 사회 변화를 가장 예민하게 감지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혁신적으로 움직이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행정학과 수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졸업 후엔 어떤 분야로 진출하는지 살펴봤다.

행정학을 상징하는 두 단어, 공익과 균형
행정학과 가장 닮은 학문은 경영학이다. 행정학과에서 배우는 주요 과목은 조직·인사·재무이며, 최근 여기에 정책학이 추가됐다.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장은 “조직 내에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자금을 포함한 각종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고민한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경영학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오른쪽)가 학생들과 함께 ‘여성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실제 한 지역의 공공행정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오른쪽)가 학생들과 함께 ‘여성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실제 한 지역의 공공행정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경영학과와 행정학과의 가장 큰 차이는 학문의 목표다. 경영학은 기업의 이윤 창출이 목표인 반면, 행정학은 ‘공익과 균형’을 추구한다. 윤 학과장은 “기업인의 지상과제는 ‘내가 속한 조직의 이윤 극대화’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효율성을 중시한다. 하지만 행정가는 공동체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감 있는 지식인 양성하는 학문
조직·인사·재무·정책·도시설계 망라
신문기사·보도자료·법원판례도 활용


김현준 고려대 행정학과장은 행정학의 특징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 정신’을 꼽았다. 그는 “공동체 전체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행정학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학과의 커리큘럼에 철학·윤리, 민주주의 연구 등이 포함돼 있는 것은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하는 선량한 지식인을 키워내려는 목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정학과 재학생들도 “공동체를 위한 공부라는 사실이 행정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행정고시에 합격한 고려대 행정학과 3학년 정현아(21)씨는 행정학 전공을 이렇게 설명했다. “행정학이 어떤 전공인지 잘 모르던 신입생 시절에 한 교수님께서 ‘책임감 없는 지식인은 악마다. 행정학은 책임감 있는 지식인을 기른다’고 말씀하시는 걸 듣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내 전공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지식’이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겨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경영학·정치학·심리학에 철학·윤리까지 배워
행정 업무는 현실 문제를 찾아 해결함으로써 이전보다 나은 상황으로 개선할 수 있게 합리적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 김현준 학과장은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해결책을 찾기까지 행정 업무의 전 단계에 걸쳐 건전한 상식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학과 커리큘럼도 인성과 실력을 두루 기르는 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행정학과는 인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수업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고려대 행정학과는 조직·인사·재무·정책 등 행정의 여러 영역은 물론 윤리·철학·도시설계도 전공 수업에서 다루고 있다.

이 학과 4학년 이상욱(22)씨는 “전공 수업에서 철학을 배우며 ‘사회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된 시각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종 행정 서비스와 정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일례로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만든다고 하자.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으려면 역사적으로 여성이 어떻게 정의돼 왔는지,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게 옳은지 등에 대한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 여성이 겪는 사회적 소외의 양상이 무엇인지 등도 탐구해야 한다. 이씨는 “철학과 윤리 수업을 통해 단순히 ‘좋은 의도니까 한번 만들어보자’며 깊은 고민 없이 제안한 정책은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간단한 정책이라도 근원부터 철저하게 고민하고 파고드는 철학적 사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행정학과는 1학년 때 경영학·경제학·사회학·정치학·심리학 등 사회과학의 여러 영역을 두루 섭렵할 수 있게 한다. 윤지웅 학과장은 그 이유에 대해 “행정학은 ‘사회과학의 종합선물세트’라는 별명처럼 다양한 지식이 융합된 학문이라, 여러 분야의 사회과학 지식을 원론과 개론 수준까지는 이해하고 있어야 그 위에 행정학 지식을 건실하게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는 현실 감각을 중시한다. 행정학 이론 수업에선 신문 기사는 물론, 행정기관의 보도자료, 법원 판례도 참고자료로 자주 활용한다. 이 대학의 김대진 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정책 과제는 ‘문화 산업을 융성하자’처럼 모호한 명제에서 출발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는 구체적 실행과제로 발전하게 된다”며 “신문기사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구체화 과정을 확인하게 함으로써 행정 실무 감각을 익히게 한다”고 했다. 이 학과 1학년 최혁진(19)씨는 “현실에서 늘상 접하는 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설명을 듣다보니 행정이 우리 삶과 굉장히 밀접한 학문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진화하는 학과
행정학은 조직을 관리하고 정책을 입안·분석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조직과 정책은 사회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적응하게 된다. 김현준 학과장은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이 행정학의 본질이라, 사회의 변화 속도와 내용이 학문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며 “본질적으로 혁신적이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행정학과 4학년 강석현(24)씨는 “행정학이 ‘고루하다’는 편견은 전공 수업을 듣고나면 ‘신중하다’는 생각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서비스의 고객은 ‘국민 전체’다. 단순해 보이는 정책도 여러 집단의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키게 마련이다.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수업이 끝나도 토론이 계속 이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4학년 이동일(24)씨는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한 변수를 다른 학생이 짚어내거나, 정책 부작용에 대한 대안을 물어오는 경우도 많다.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행정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고정적이지 않다. 행정학 전공 서적의 내용도 10년 전에 비해 대폭 바뀌었다. 윤지웅 학과장은 “현재 행정학과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거버넌스(국가경영), 제3섹터(민관합동법인), 네트워크조직개념 등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다뤄지지 않은 이론들”이라며 “정부 조직과 업무, 운용에 대해 공부하는 행정학 기본 개념은 그대로지만, 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변화하고 진화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익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 정부 외에도 다양해지는 것도 행정학의 범주가 자연스럽게 확대되는 이유다. 행정의 전통적 개념은 입법부인 국회, 사법부인 법원과 분립해 있는 행정부의 행위였다. 현재는 정부 외에도 공공기관(한국전력공사·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한 준공공기관의 행위도 행정의 영역에 속한다. 사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중요시 되면서는 기업의 업무도 경영이 아닌 행정의 관점에서 다루기도 한다.

김대진 교수는 “행정학은 고인 물이 아니라 빠르게 흐르는 물”이라며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어하는 적극적 성향의 학생에게 적합한 학과”라고 추천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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