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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친구들의 수학 멘토 …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실력 좋아졌죠

서울 광문고 2학년 정문규군
서울 광문고 2학년 정문규군이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정군은 한 문제를 풀 때마다 해답지를 보면서 자신의 풀이 방법이 맞는지 확인한다.

서울 광문고 2학년 정문규군이 학교 자율학습실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정군은 한 문제를 풀 때마다 해답지를 보면서 자신의 풀이 방법이 맞는지 확인한다.

"엄마, 나 수학 학습지 그만할래요."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은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학습지를 그만두고 혼자 힘으로 공부하겠다고 했다. 엄마 이승은(41·서울 고덕동)씨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는 아들이 학습지마저 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질 게 불 보듯 뻔했다. 이씨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자녀를 수학·과학·영어·한자 같은 다양한 과목의 학원에 보내고 있었다. 이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이 뜻을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 판단했다. 이후에도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자녀를 키웠다. 하지만 덕분에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서울 광문고 2학년 전교 1등 정문규군 얘기다.

전교 1등의 책상

선행학습 안 한 덕에 수학을 게임처럼 공부
초등학교 때 학습지를 그만둔 것은 정문규군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이를 통해 두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이 하기 싫은 공부를 다른 사람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건 못 견딜 만큼 지루하다는 것,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믿어줬다는 사실이다. 그때 이후로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상 앞에 앉아 교과서를 폈다.

초1 때 “학습지 끊을래요” 혼자 공부
수학 푸는 게 보물 찾기처럼 짜릿
공식 안 외고 개념·원리 익혀 응용


초등학교 때 수학과목에 재미를 느낀 것도 사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정군은 수학문제 푸는 과정을 게임이나 퍼즐 맞추기처럼 받아들였다. 정해진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만큼 흥미로웠다. 답을 맞혔을 때 느껴지는 짜릿한 성취감도 좋았다.
 
정문규군은 수학문제를 푼 후 교재에 풀이과정을 간단히 적으면서 복습한다.

정문규군은 수학문제를 푼 후 교재에 풀이과정을 간단히 적으면서 복습한다.

만약 정군이 이때 학원을 다니며 한두 학년 위 과정을 배웠다면 진도 따라잡느라 수학에 대한 재미 같은 건 느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정군이 “초등학교 때 학원 뺑뺑이 돌지 않고,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은 게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친구들을 가르치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평범한 편이었던 정군은 중학교 때 본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3등을 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쭉 좋아했던 수학은 전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잘했다.

같은 반 친구 한두 명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수학문제를 그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설명을 해줬다.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자신이 배우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사람에게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실히 파악했다.
책상 위 교재
● 국어: 교과서(지학사), 자습서(지학사)
● 수학: 쎈 미적분Ⅰ·Ⅱ·확률과통계(좋은책 신사고), 자이스토리 미적분Ⅰ·Ⅱ(수경출판)
● 영어: 인터넷에서 출력한 모의고사
● 과학: EBS 뉴탐스런 화학Ⅰ·생물Ⅰ(EBS), 완자 화학Ⅰ·생물Ⅰ(비상교육)


고등학교에 와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친구들을 가르쳤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에도 2년 연속 멘토로 참여해 같은 반 친구의 수학 공부를 도와줬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도 했다. 학교에서 수학수업이 끝난 후에는 친구 3~4명이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기 위해 정군 자리로 모여드는 것이 그의 반에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과정에서 혼자 공부할 땐 알 수 없었던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과 풀이 방법을 알게 됐죠. 이후에 혼자 수학공부를 할 때도 큰 도움이 됐어요.”

공부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정군이 좋은 성적을 받는 비결이다. 수학 공부는 게임하듯 하고 국어·영어 공부는 소설책이나 잡지를 읽는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또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장치도 많이 마련해 놓는다. 수학문제를 공책이 아니라 문제집에 직접 풀고 틀린 문제에는 ‘×’자를 치는 대신 동그라미를 그려놓는 식이다. 열심히 풀고도 오답이 많아 의욕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플래너·오답노트? 그 시간에 기본기 다져
이외엔 특별한 공부법도 따로 없다. 수업 열심히 듣고, 교과서 여러 번 반복해 읽는 게 전부다. 전교 1등들이 좋은 성적을 받는 비결로 꼽는 플래너·오답노트·단권화 중에 단 한 가지도 하지 않는다. 그 시간을 아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는 데 쓴다.

과목 중에서도 가장 집중하는 것은 수학이다. 수학은 한 가지 개념이 또 다른 개념으로 이어지는 나선형 구조라 기본을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군이 개념과 원리를 철저히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교과서와 교재를 소설책 보듯 꼼꼼히 읽는 것이다. 보통 학생들이 수학과목을 공부할 때 교과서의 요점정리만 대충 읽고 문제풀이로 넘어가는 것과는 다르다. 문제유형 100개를 완벽하게 익히면 문제 100개를 확실히 맞힐 수 있지만 개념과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면 문제가 아무리 어렵게 응용돼도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정군은 수학공식을 외우지 않는다. 대신에 공식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증명하면서 개념을 익힌다. 개념과 원리가 생략된 채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풀 수 있게 만들어진 ‘공식’은 수학개념을 제대로 익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고2 때 배우는 미적분Ⅱ과목의 삼각함수 단원에서도 공식이 10여 개 가까이 등장하지만 정군은 공식을 단 하나도 외우지 않았다. 기본이 되는 공식 2개를 증명하니 나머지는 기본공식에서 모두 응용이 가능했다. “한 줄만 외우면 간단한 일을 왜 시간 낭비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식을 증명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에요. 한 번 이해하면 잊어버릴 일도, 헛갈릴 일도 없거든요.”

수학문제를 풀 때도 무조건 많은 문제를 접하기보다는 한 문제를 풀더라도 정답이 나오는 과정을 꼼꼼히 분석한다. 문제풀이는 크게 3단계로 이뤄지는데, 1단계 풀이, 2단계 채점, 3단계 분석이다. 보통 학생들이 시간을 재놓고 10문제, 20문제씩 한꺼번에 푼 후에 채점하는 것과 달리 정군은 한 문제를 풀 때마다 이 세 단계 과정을 모두 거친다.

우선 모든 문제를 서술형 시험 볼 때처럼 풀이 과정까지 써가며 빠르게 푸는 게 1단계다. 이후 정답지를 보고 바로 채점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낭비를 줄이기 위해 문제 풀 때부터 답지를 옆에 펴놓고 시작한다.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생생하게 기억하는 상황에서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후 정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해 문제 옆에 간단히 정리한다. 풀이과정을 꼼꼼하게 적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한 공식이나 개념을 메모하는 식이다.

문제가 틀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는지 알아야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문제를 푸는 과정은 길을 찾는 것과 비슷해요. 길을 알아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알아야 정답을 찾을 수 있거든요. 풀이 과정을 분석하는 훈련을 하다보면 문제만 봐도 정답까지 가는 길이 훤히 보일 때가 많아요. 또 한 문제도 허투루 알고 넘어가는 법이 없죠.”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kim.sang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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