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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의 맛집] 감칠맛·식감 제대로인 평양냉면···한 올 한 올 음미하는 행복감이란

| 정신과 의사 윤대현의 ‘능라도 강남점’


대동강 섬이름서 따왔다는 ‘능라도’
맛 비결은 1++등급 한우와 좋은 메밀
“내게 냉면은 짝사랑 같은 존재”

 
투뿔 등급의 최상급 한우를 사용한 육수는 엄청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투뿔 등급의 최상급 한우를 사용한 육수는 엄청 개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진다.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헐…정말!?

‘짝사랑’은 가수 이적이 한상원(기타), 정원영(건반) 등 최고의 연주자들과 1996년에 만든 록밴드 긱스(Gigs)의 대표곡이다. 짝사랑의 감정을 경쾌한 펑키비트 위에 발랄하고 귀여운 가사로 표현했는데 ‘넌 너무 예뻐 햇살보다 더, 난 네가 좋아 우주보다’ 이런 식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표현은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 라는 부분이다. 이 가사를 접하는 순간 ‘냉면보다 더 좋아하다니 엄청난 사랑이다’란 느낌이 확 들어버렸다. 가수 이적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냉면 매니어 동지를 얻은 듯 그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20대 후반부터 평양냉면에 빠졌던 것 같다. 약간 밍밍한 듯하지만 그래서 더 자극적인 육수의 시원한 감칠맛이 너무 좋았다. 나 혼자 즐기기 아까워 절친에게 신세계를 경험 시키고자 냉면 맛집을 데려 갔는데 ‘육수 맛도 너무 심심하고 면 맛도 이상하다’며 한 젓가락 먹고 끝내 버리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맛이 아니구나’ 깨닫고부터는 같이 갈 사람이 없을 땐 차라리 혼자서 즐긴다. 여름 내내 매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요즘은 예전보다 덜 먹지만 그래도 ‘내게 한 끼만 남아 있다고 가정한다면’ ‘입맛이 없어 어떤 것도 먹기 싫을 때’ ‘과음으로 특급 해장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음식은 여전히 냉면이다.

군의관으로 의정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다녔던 의정부 평양면옥이 그립다. 서울에 온 후의 단골 냉면집은 필동면옥이다. 냉면 매니어들은 대부분 아는 이야기지만 평양면옥의 첫째 따님이 하는 집이다. 맛이야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고춧가루가 뿌려진 투명한 육수의 감칠맛과 메밀면의 식감이 곁들여진 이집 냉면은 내 입에선 예술 그 이상이다. 거기에 사이드 메뉴로 제육을 시켜 특제 소스에 찍어 함께 먹으면 지쳤던 마음도 순간 상쾌해진다. 5~6년 전만 해도 저녁 시간에 냉면이 당겨 혼자 가보면 머리 허연 어르신들이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정겨운 장면을 보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한 적도 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냉면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 냉면집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내 기우와 반대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평양냉면이 유행이라니 다행이다.
 
능라도 강남점의 깔끔하고 깨끗한 실내 모습.

능라도 강남점의 깔끔하고 깨끗한 실내 모습.


전통의 명가에 도전장을 낸 신흥 냉면집도 늘어나고 있다. ‘능라도 강남점’이 그 중 하나다. 본점은 판교에 있다는데 가보진 못했다. 능라도는 평양 대동강에 있는 섬 이름이란다. 사장님의 부모님이 이북 분이시라고 한다. 일단 가게가 점심에 휙 갖다 올 수 있을 만큼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너무 반가웠다. 실제 방문해 보니 깔끔하고 깨끗한 인테리어에 자리도 넓고 발레파킹까지 가능해서 편했다. 그래서 한편으론 약간 불안했다. 좀 불편하고 가게 구석구석에 전통의 때도 묻어 있어야 깊은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냉면 육수를 먼저 맛보는데 엄청 개운했다. 면의 식감도 기대 이상. 한마디로 ‘대박, 평양냉면 포에버’였다.

여러 번 들른 후, 사장님께 능라도 냉면 맛의 비결을 물으니 멋쩍어 하시다가 ‘투뿔 등급의 최상급 한우만을 사용한다’며 전표를 보여주셨다. 당연히 면도 좋은 메밀을 사용하고 메밀의 비율도 높단다. 냉면 매니어로선 흐뭇한 이야기기다.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만큼 수육도 훌륭하다. 식감이나 육즙의 느낌이 매우 만족스럽다. 듬직한 만두는 보기만 해도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물론 맛도 좋다.

냉면에 대한 애정을 의학적 관점에서 삐딱하게 보면 난 냉면 중독자인지도 모른다. ‘중독’ 하면 나쁘게만 들리지만 쾌감을 주지 않는 것에는 중독되지도 않는다. 요즘 ‘먹는 일’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삶의 중요한 쾌감 활동이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지나친 탐닉은 건강을 해칠 수 있고, 더 못되고 강한 맛만 찾게 해서 오히려 먹는 쾌감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의식하며 식사하기(conscious eating)’를 권한다. 말 그대로 내 입 속에 맴도는 밥알의 느낌, 음식의 향과 색깔 등을 음미하며 식사하는 것이다. 이 단순해 보이는 식사 습관이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나를 분리해 나를 느끼는 기회를 만들고 마음에 충전을 가져다 줄 것이다. 충전된 마음은 심리적 허기도 줄기에 과식도 막아주고 단 것에 대한 탐닉도 줄여 준다.

실천방법도 쉽다. 먼저 조용히 식사할 곳을 찾아본다. 가능하다면 자연과 가까운 곳이 금상첨화다. 테이블에 일과 관련된 것은 두지 않는다. 음식은 가능하면 건강에 좋은 것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일은 잠시 잊고 내면의 감각을 일깨워 본다. 먹기 전에 음식의 향과 색깔 등을 느껴보고, 세 번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는 호흡을 한 후 식사를 시작한다. 한 입, 또 한 입…천천히 잘 씹으며 그 느낌에 집중한다. 입 안에 음식을 다 삼키기 전에는 숟가락을 들지 말고, 그렇게 충분히 느린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언제 그러고 있냐’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생각됐다면 지금 당신의 뇌는 너무 전투적으로 과하게 달궈져 있는 상황이다. 역설적이지만 하루에 잠깐이라도 이런 방법으로 이완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강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자연스럽게 과도한 칼로리 섭취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지난해 발간된 『미슐랭 가이드 서울편』에서 별을 받지는 못했지만 합리적인 가격과 맛을 평가받은 ‘빕 그루망(Bib Gourmand)’ 리스트 맛집 36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능라도 강남점의 깔끔하고 깨끗한 실외 모습.

능라도 강남점의 깔끔하고 깨끗한 실외 모습.




 
능라도 강남점
● 주소: 강남구 역삼동 655-12(언주로107길 7)
● 전화번호: 02-569-8939
● 운영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9시30분(주문마감은 8시50분까지)
● 주차: 발레파킹 가능
● 대표메뉴: 평양냉면 1만1000원, 접시만두 1만1000원, 제육 2만5000원, 수육 3만원, 어북쟁반(중) 6만원
● 드링크: 소주 5000원, 한라산소주 5000원, 화요25도 3만원, 맥주 4000원



 
이주의 식객
윤대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라이프스타일 의학에 관심이 많다. 현대인들의 맛집에 관한 관심은 음식 맛뿐 아니라 공감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고 믿기에 늘 새로운 맛집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가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도전하는 ‘노력형 미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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