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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봇물 터진 미 보호무역, 한·미FTA 재협상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직후인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한 데 이어 이튿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서명함으로써 우려했던 미 보호무역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구촌의 대표적 다자(多者)간 무역협정들을 이틀 연속 배격한 그 강도와 속도에 비추어 세계 무역 질서는 미 주도의 양자(兩者) 간 무역협정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압박과 한국·일본에 대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또는 제정 요구가 ‘미국 우선주의’의 첫 공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TPP는 주력이 일본이고 우리는 미가입국이라 이번 일을 강 건너 불처럼 방관하거나, 심지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하지만 당장 그려지는 간접 피해의 시나리오만 따져봐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령 삼성전자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베트남처럼 TPP 가입국이거나 가입 예정인 나라 중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생산시설이 들어선 곳이 적지 않다. 미국의 TPP 탈퇴는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이 뻔하다. NAFTA를 믿고 멕시코에 들어갔던 국내 기업 180여 곳도 애태우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몰려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운동 과정에서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 10만 개를 빼앗아 갔다”며 비난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52개국(15건)과 FTA를 맺은 세계 세 번째 FTA 강국인 만큼 축적된 노하우를 살려 한·미 FTA 재협상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외교·안보로는 한·미 동맹, 경제적으로는 한·중 무역에 기대 온 우리에게 동아시아의 미·중 균형이 깨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의 TPP 탈퇴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는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베이징 외교가에서 나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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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