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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스키어 양재림과 가이드 고운소리가 함께 꾸는 평창의 꿈

고요한 설원을 내려온 두 사람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함께 환호했다. 시각장애 스키 선수 양재림(28·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가이드 고운소리(22·국민체육진흥공단)가 장애인 스키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재림은 20일(한국시간)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2017 크란스카 고라 파라 알파인스키 월드컵 시각장애 여자 회전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55초86을 기록해 스테이시 마넬라(미국·1분51초4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8일 열린 대회전에서 동메달을 따낸 양재림은 내년 평창 패럴림픽 전망을 밝혔다.

양재림은 미숙아 망막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시각장애(3급)를 얻었다. 10여 차례 수술을 거쳐 오른쪽 눈의 시력은 있지만 왼쪽 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양재림의 경기 등급인 'B2'는 일반인이 60m 떨어진 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을 2m 앞까지 다가가야 알아볼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6살 때 어머니 최미영 씨의 권유로 스키를 접한 그는 2009년 이화여대 동양화과에 입학한 뒤 이듬해부터 스키 선수로 변신했다. 스키장에서 반사되는 빛이 눈의 건강에 좋지 않지만 그는 패럴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위해 스키 폴을 놓지 않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양재림이 일반인도 타기 힘든 눈밭을 내려올 수 있는 건 가이드 고운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형광색 옷을 입고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무선 장비로 코스를 설명해준다. "업", "다운", "턴" 등의 지시를 통해 속도와 방향을 가늠한다. 선수와 가이드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재림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고운소리와 2015년부터 호흡을 맞춘 뒤부터 성적을 쑥쑥 키웠다. 그해 8월 뉴질랜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대회에서는 회전과 대회전 2관왕에 올랐고, 캐나다 알파인스키선수권대회에선 두 종목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갑작스런 부상이 둘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월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양재림이 넘어져 오른쪽 무릎 아래를 다치고 말았다. 양재림과 고운소리는 10개월간 함께 훈련을 하며 재활의 시간을 이겨냈다. 복귀 이후 유럽컵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양재림은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월드컵에서 당당히 메달 2개를 따내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양재림은 첫 대회인 2014년 소치 패럴림픽에서는 4위(대회전)에 머물러 눈물을 흘렸다. "평창이 있으니 희망을 잃지 않겠다"던 그는 자신의 말처럼 3년 동안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양재림은 오는 3월 정선 알파인스키 경기장에서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에 출전해 패럴림픽 메달을 향한 질주를 이어간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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