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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 본관 점거 107일째, 시흥캠퍼스 갈등 왜?

서울대 시흥캠퍼스 건립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24일로 107일째를 맞았다. 23일에는 농성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져 학사위원회에 참석했던 교수들이 일시적으로 감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 측과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 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학교와 학생을 반으로 갈라놓은 시흥캠퍼스는 무엇이고 갈등은 왜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미래형캠퍼스 구축=2007년 서울대는 장기발전계획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세계 10대 대학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핵심 사업으로 국제캠퍼스 조성 계획을 세우고 캠퍼스 후보지 공모에 나섰다. 2009년 최종 후보지로 결정된 시흥시는 66만㎡의 부지를 무상제공하고 4500억원의 개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서울대와 시흥시는 국제캠퍼스와 글로벌 교육·의료산학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미래형캠퍼스 구축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장무 전 총장 때 시작된 시흥캠퍼스 건립은 오연천 전 총장을 거쳐 현 성낙인 총장에 이르기까지 구체적 실행계획이 설립되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전임 총장이 벌려놓은 사업을 후임 총장이 적극적으로 실행하지 않으면서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법인화 전환 문제로 학내 구성원들과 큰 마찰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시흥캠퍼스 추진 소식이 2013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밀접한 캠퍼스 이전 문제를 학교 측이 학생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반대 운동을 벌였다. 실제로 당시 학교 측은 연세대 송도캠퍼스처럼 저학년 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교양·인성 교육을 받는 전인형 기숙사(Residential College·RC) 건립을 계획 중이었다. 학생들은 “신입생 의무거주는 서울대 간판을 내세운 부동산 장사”라며 반발했고 결국 RC 추진 계획은 무산됐다.

◇10년째 계획만 무성=학생들의 반대가 지속되자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건립에서 한 발 물러섰다. 2014년 체결키로 했던 시흥시와의 실행계약도 2년을 미뤄 2016년 8월에야 체결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측은 시흥캠퍼스에 어떤 시설이 들어설지조차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이 학교 2학년 이모(21·경제학과2)씨는 “10년째 뭐가 들어갈지조차 결정 못한 캠퍼스를 왜 강행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8월 체결한 실행계약을 철회하라며 10월부터 본관 점거농성이 시작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간에 선우중호, 정운찬, 이장무, 오연천 등 서울대 총장을 지낸 4명이 성명을 발표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이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다 학교측이 점거 농성중인 일부 학생에 대한 출교조치 가능성까지 검토한 사실이 지난 11일 알려지면서 학생들과의 갈등은 더욱 커졌다.

◇물리력보단 대화 나서야=현재 학교 측은 당초 학생들이 반대했던 사안은 대부분 수용한 상태다. 한규섭 대외협력부처장은 “RC나 학부생들의 전공학과 이전 등 계획은 전혀 없다”며 “일반 기숙사 이외에는 대학원생 중심의 캠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흥캠퍼스에 검토 중인 시설은 연구개발(R&D) 시설과 병원, 부설 중고교, 기숙사 등이다. 한 보직교수는 “이미 학교가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마치 학교가 강행중인 것처럼 호도해 비판하는 일부 학생들의 여론몰이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학교가 시흥시와 맺은 ‘실시협약’ 자체를 폐기하라는 본관 점거 학생들의 주장은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처장은 “서울대가 공적으로 체결한 계약을 무산시킨다는 것은 사회적·법적 책임의 측면에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10년째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학교 측 의 잘못이 있지만 점거 농성과 같은 물리력 행사를 계속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석만·박형수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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