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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블랙리스트 큰일 난다 했지만, 박 대통령 묵묵부답”

 
“우리 사회가 가진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를 훼손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23일 오후 2시 블랙리스트 수사와 관련한 참고인으로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나온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블랙리스트에 대한 의견을 20분 넘게 이야기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2013년 3월~2014년 7월)을 지낸 그는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있었고, 김기춘(79·구속)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들어온 뒤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 “블랙리스트는 정권·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 차별·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명한 범죄 행위다”고 비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도로 이 정권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3일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주도로 이 정권이 입맛에 안 맞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유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대면보고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가 저로서는 좀 곤란하다”면서도 자신이 박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작성 문제를 항의했다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2014년 1월 박 대통령에게 ‘(지원 배제 명단 작성을)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이후 이런 일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만나 뵙고 (블랙리스트 문제를) 지적했다”며 “2014년 7월 9일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얘기했지만 박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며칠 후 유 전 장관은 면직 처분됐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입장은.
“김기춘 전 실장의 주도로 이 정권이 자기네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차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모든 공권력을 다 동원한 것이다.”
폭로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부정부패는 어느 정권이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블랙리스트 문제는 헌법가치를 조직적으로 훼손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신 이후에 전두환 시대까지 블랙리스트 명단 관리가 있었다가 민주화되면서 없어졌는데 부활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돌려놨다.”
문체부 직원들은 뭐라고 하나.
“담당 직원이 울면서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한다’며 공무원을 모욕하고 핍박했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다들 모른다고 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윗선인 대통령 개입 정황은 있나.
“특검에서 수사 중인 부분이기 때문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김 전 실장이 구속된 배경에는 문체부 증거자료가 많이 있었다. 또 청와대 전 수석들이 회의를 통해 ‘어떠어떠한 지시가 있었다’ ‘그 지시를 받는 걸 봤다’는 증언도 있다. 특검팀이 가진 자료와 앞으로 수집할 자료로 증명이 될 것이다.”
문체부 “블랙리스트 문제 야기해 참담”

이날 문체부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술 표현의 자유와 창의성을 지키는 보루가 돼야 할 문체부가 공공지원에서 배제되는 예술인 명단으로 문화예술 지원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한 것에 대해 너무나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계의 자율성 확립 방안을 논의할 기구를 구성하고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의 부당한 차별 및 개입을 방지하겠다고 개선책을 내놓았다.

글=정진우·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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