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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녀상 많으면 좋지만 … 독도는 아니다”

독도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겠다며 모금운동을 시작한 경기도의회의 움직임에 변수가 나타났다. ‘독도 소녀상’ 건립에 대해 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들고 나온 데 이어 소녀상 건립 문제의 핵심 당사자로 볼 수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의집’ 거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23일 ‘독도 소녀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민욱 기자]

‘나눔의집’ 거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23일 ‘독도 소녀상’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 김민욱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집’ 생활관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만났다. 나눔의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등록 피해자 239명 중 39명 생존)을 위한 민간 지원 시설이다. 이곳에는 단일 시설로는 가장 많은 10명의 피해 할머니가 거주하는데 모두 80세 이상 고령이다. 이날 마침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해 온 이용수(88) 할머니가 설을 앞두고 방문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의 도움을 받아 할머니들은 독도 소녀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한목소리로 밝혔다. 이옥선(89) 할머니는 “(경기도의회가 독도 소녀상 설치 모금운동을 시작하자)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 않느냐. 일본 정부는 사죄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국민 이 힘을 합해 소녀상을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더 많이) 세워야 한다. 하지만 독도는 아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독도 소녀상 설치를 정치인(경기도의원)들이 나서서 추진했다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나눔의집 관계자들은 할머니들이 고령이어서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독도 소녀상으로 위안부 문제가 희석됐다고 경기도의회를 비판했다.

우익 성향 일본 지도자 지지율만 올려줘
안신권 소장은 “일본이 영토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물타기 하는데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은)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게 되고 우익 성향인 일본 지도자의 지지율만 올려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경기도의회는 경상북도나 시민사회단체와 사전 논의도 없이 모금운동부터 벌였는데 순수한 의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 온 전문가와 독도 관련 시민단체도 독도 소녀상 설립 계획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성순 한국정신대연구소 소장은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하루빨리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도수호대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는 “독도는 괭이갈매기 서식지인데 소녀상이 갈매기 배설물에 오염되고 파도와 소금으로 뒤덮일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9일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변인을 통해 “독도 문제의 본질은 영토주권의 수호이고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사과다. 두 문제가 서로 연계돼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경기도의회 연구모임인 독도사랑·국토사랑회(회원 34명)는 모금운동에 돌입했다(본지 1월 17일자 10면).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이틀 뒤 모금운동이 기부금품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소속 기관·공무원(지방의원 포함) 등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독도사랑·국토사랑회 회장인 민경선 도의원은 “도의회가 모금운동을 벌일 수 없는 만큼 민간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찾아뵙고 독도 소녀상 설치가 왜 필요한지 설명드리겠다”고 말했다.

광주(경기도)=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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