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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 개헌 속도 내는 일본

일본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올해 상반기 중 개헌 발의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자민당은 아베 내각 초기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구체적인 개헌 발의 시기가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불가능하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어 실제 발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니카이는 전날 NHK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개헌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당론을 정리하고 싶다”며 신속한 개헌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오는 6월 18일 회기가 종료되는 상반기 정기국회에서 발의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지만, 방송 후 기자들이 “이번 국회에서 발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입장이냐”고 묻자 니카이는 “그렇다”고 답했다. 상황에 따라 상반기 중 개헌을 발의할 의사가 있다는 의미다.

니카이의 이번 발언은 헌법 시행 70주년을 맞는 올해 개헌 논의를 본격 개시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시정연설에서 “앞으로 70년 동안 일본을 어떤 국가로 만들어나갈지 헌법심의회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자”며 연초부터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자민당 헌법개정 추진본부의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니카이가 아베 총리의 뜻에 따라 개헌을 향한 굳은 의지와 의욕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니카이의 ‘상반기 개헌’ 발언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제1야당 민진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간사장은 “자민당의 요구에 다 맞춰줄 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개헌을 서두를수록 야당과의 논의에서 불리해져 오히려 개헌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상반기 개헌 발의를 회의적으로 봤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부 역시 “상반기 국회에서의 개헌 발의는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다.

아베 내각은 일본을 ‘보통국가(군대를 보유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명분 하에 개헌을 위한 사전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보통국가가 되려면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야 한다. 아베 내각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공명당 등 개헌 지지 정당과 함께 개헌 발의에 필요한 의석(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서 올해 본격적으로 개헌을 추진할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개헌이 발의되기까지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우선 개헌안이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헌법심사회를 통과해야 하고, 이후 국회 표결과 국민투표에서 가결돼야 한다. 야당의 충분한 협조를 얻지 못하거나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개헌은 무산된다. 개헌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될 아베 총리로서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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