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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재계 총수 특검 수사

중앙일보 <2017년 1월 13일자>
재계 총수 수사는 오로지 증거로 말해야 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장시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대형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작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대주주였던 국민연금 측에 합병에 찬성토록 하고 그 대가로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 등을 통해 말 구입비와 승마 컨설팅비 명목으로 80억원가량을 지원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승마협회 지원은 청와대와 최순실의 협박과 강요에 의한 것일 뿐 어떤 대가를 받거나 바라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주장했던 대로 특검에서도 “반대급부를 바라고 기금 출연을 한 게 아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최지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의 특검 진술과 유사한 취지다.

이처럼 특검은 뇌물 공여 카드로 압박하고, 삼성은 강요와 협박의 피해자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렇게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증거다. 특검이 얼마나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다양한 관련자의 진술을 받아냈느냐에 따라 전체 수사의 성패가 좌우된다. 특히 뇌물 수수로 처벌하려면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한 몸(경제적 동일체)임을 알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특검은 만의 하나 선입견을 갖고 특정 프레임을 정한 뒤 여론 압박을 통해 꿰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검은 최태원 SK 회장이 2015년 8·15 특사로 석방된 과정에서의 뇌물 혐의 수사에도 착수했다고 한다. 특별사면 공식 발표 사흘 전에 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 회장을 면담한 SK 고위 임원이 “사면해 줄 테니 출소하면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등의 숙제를 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 쪽 요구를 전했는데 당시 대화가 든 녹음파일을 특검이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수사 대상인 재계 총수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정경유착의 비리는 단죄돼야 한다. 다만 팩트에 근거해 증거를 찾고 외과 수술하듯이 상처 부위를 정확히 도려내는 수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선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미리 뇌물죄의 결론을 내려놓고 관련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 총수의 인신 구속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 핵심 3인방이 온갖 핑계를 대며 법치를 조롱하고 있을 때 그나마 박 대통령을 독대한 재벌 총수들은 국회 청문회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빠짐없이 출석했던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다. 특검과 재계 총수들의 법리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겨례 <2017년 1월 13일자>
‘세금 없는 승계’ 유혹이 부른 이재용의 특검 출석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재벌 총수들 가운데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08년엔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으로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회장은 배임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부회장은 부친이 대부분의 혐의를 떠안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혐의는 뇌물 공여다. 자신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모녀에게 수백억원을 건넨 혐의다.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압력을 넣은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미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삼성은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힘에 눌려 돈을 뜯겼다며 억울해한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와 관계가 없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삼성의 해명은 그동안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가 승마협회 회장사의 역할을 강조하더니 지금은 피해자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청문회에 나와 “최순실의 존재를 올해 2월쯤 알았다”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답변을 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12일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삼성 사태’는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자산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거대 그룹의 경영권을 헐값에 물려받으려다 보니 자꾸 편법과 변칙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는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동원한 것이 공분을 더 키웠다. 삼성은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불법 상속’에 대한 유혹을 이제 버려야 한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승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세금부터 제대로 내는 게 정도다. 또 이번 기회에 박정희 정권 시절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어내야 한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윤리경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부회장도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밝힌 만큼 시간을 끌 이유가 전혀 없다. 이 부회장의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환골탈태의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그룹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 사업이 어렵게 되고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준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과장됐을 뿐 아니라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오히려 봐주기 수사나 솜방망이 처벌 탓에 재벌 총수들의 부정과 비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도 이젠 자성을 할 필요가 있다.


논리 vs 논리
정경유착 벌하되 팩트 근거해야 vs 거대 그룹 변칙 상속 막는 계기로


<단계1> 공통 주제의 의미
대한민국에서 대기업 총수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주목을 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 여부를 따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면 관심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그만큼 대기업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큰 만큼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도 높아진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파장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장시간 조사했다. 중앙은 이에 대해 일단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대형 게이트에 연루돼 특검의 조사를 받는 것 자체가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인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정리한다. 다만 재계 총수의 수사는 오로지 증거로 말해야 한다는 사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특검이 의심하는 뇌믈 공여 등의 혐의 자체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릴 증거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해 한겨레는 ‘세금 없는 승계’ 유혹이 부른 이재용의 특검 출석이라는 사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집중하는 입장이다. 2008년 이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함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등으로 조준웅 특검팀의 수사를 받은 일을 상기시키면서 당시 ‘배임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 부회장의 부친이 혐의를 떠안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단계2> 문제 접근의 시각차
중앙은 서로 맞서고 있는 삼성과 특검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증거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대주주였던 국민연금 측에 합병에 찬성토록 하고, 그 대가로 삼성은 최씨가 독일에 세운 코어스포츠 등을 통해 말 구입비와 승마 컨설팅비 명목으로 80억원가량을 지원했다고 의심한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승마협회 지원은 청와대와 최순실의 협박과 강요에 의한 것일 뿐 어떤 대가를 받거나 바라지도 않았다’는 삼성 측의 입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의 특검 진술과 유사한 취지라는 점도 덧붙인다. 이처럼 ‘특검은 뇌물 공여 카드로 압박하고 삼성은 강요와 협박의 피해자’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을 자세하게 전하고 있다.

반면 한겨레는 ‘삼성은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힘에 눌려 돈을 뜯겼다며 억울하다’고 하지만 그동안 이에 관한 삼성의 해명은 새로운 증거가 나올 때마다 수시로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승마협회 회장사의 역할을 강조하더니 지금은 피해자 논리를 내세우고 있어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이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단계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이번 특검 수사에 대해 중앙은 당연히 정경유착의 비리는 단죄돼야 하지만 팩트에 근거해 증거를 찾고 외과 수술하듯이 상처 부위를 정확히 도려내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미리 뇌물죄의 결론을 내려놓고 관련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식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글로벌 기업 총수의 인신 구속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점과 국회 청문회와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빠짐없이 출석했던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까지 덧붙이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반면 한겨레는 자산이 수백조원에 이르는 거대 그룹의 경영권을 헐값에 물려받으려다 보니 자꾸 편법과 변칙을 찾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불법 상속에 대한 유혹을 이제 버려야 하고, 이번 기회에 박정희 정권 시절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정경유착의 고리도 끊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언론은 이 부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으면 그룹 이미지가 실추돼 해외 사업이 어렵게 되고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겁을 주는데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볼 때 과장됐을 뿐 아니라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봐주기 수사나 솜방망이 처벌 탓에 총수들의 부정과 비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도 이젠 자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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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