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가 있는 아침] 가정(家庭)

가정(家庭)
- 박목월(1917~78)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삼(六文三 )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군함 같은 신발을 신고, 식솔들의 먹이를 물어 나르던 고생 인류의 한 부류가 있었다. ‘아버지’라고도 불렸다. 신발 크기를 문(文 2.4㎝)수로 부르던 시절이었고, 슬하 6~7남매는 예사였고,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새끼들 목구멍에 밥 넘어가는 소리’와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라는 데 이의가 없던 시절이었다. 전쟁으로 많은 게 무너지고 너나 없이 어설프고 허기지던 시절이었다.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