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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트럼프 맞이만큼 중요한 오바마 보내기

유지혜 정치부 기자

유지혜
정치부 기자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맞아 정부는 한·미 고위급 협의 활성화를 위해 외교력을 모으고 있다. 국내 리더십 공백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 측과의 인맥 형성에 더 심혈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에 집중하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리를 내놓고 떠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민주당 인사들과의 관계 관리다.

최근 일본의 발 빠른 대응에선 벤치마킹할 점과 반면교사로 삼을 점이 동시에 보인다. 선거기간 중 노골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편을 들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해 11월 8일 예상 밖의 선거 결과가 나오자 9일 만에 뉴욕으로 가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다. 미국 요소요소에 심어 놓은 ‘국화파(지일파)’의 저력을 보여 주는 사례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오바마 정부와는 단 한 차례의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국무부 인사들이 “이제 떠나는 정부라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오바마 행정부를 홀대하는 듯한 일본의 태도는 또 있었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이 주한 대사 일시 귀국 등 보복조치를 취했을 때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아베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부통령 간 통화를 둘러싼 언론플레이가 문제였다. 정부 소식통은 “당시 바이든 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자제를 당부했는데 오히려 미국이 일본의 강경조치에 고(Go) 사인을 준 것처럼 포장해 행동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하더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2월 말~1월 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윤병세 장관 등 주요국 장관들과 고별통화를 하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는 하지 않은 것은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워싱턴 조야와의 네트워크 관리에 장기간 투자를 해 온 일본은 향후 미국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빨리 움직일 것이다. 한국이 단숨에 이를 따라잡긴 힘들다. 그래서 지금 한국엔 ‘트럼프 맞이’만큼 ‘오바마 보내기’가 중요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한다. 자원이 부족하면 그만큼 마음을 깊게 쓰면 된다. 그들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남길 엑시트 메모에 한국과 일본 정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떠날 때 우리가 마음을 헤아려 준 이들이 언제 또다시 현업에 복귀할지도 모른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책 연속성을 위해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관료 50여 명에게 잔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리더십은 바뀌었지만 정책 실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들은 유지된다는 뜻이다. 외교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유지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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