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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물가 많이 올랐는데 상승률은 왜 1%에 그쳤나요

Q. 요즘 엄마는 시장에만 다녀오시면 한숨을 쉽니다. 물가가 많이 올라 마음 편히 장을 볼 수 없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1% 올랐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습니다. 기사와 엄마의 말씀 중 누가 맞는 건가요.
 
17% 내린 도시가스가 70% 오른 배추보다 가중치 크기 때문이죠"

A. 틴틴 여러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머님 말씀과 기사 모두 맞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를 알려면 우선 물가가 무엇인지 알아야겠죠. 물가는 한자로 ‘사물 물(物)’과 ‘값 가(價)’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쉽게 얘기해서 ‘물건의 값’인 거죠. 그런데 정부가 말하는 물가는 단순히 물건값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과 서비스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죠. 정부는 국민을 대신해 이들 상품의 가격을 조사합니다. 모든 상품을 조사하진 않습니다. 시장에서 주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고릅니다. 그리곤 이를 하나의 단위로 묶은 뒤 별도의 공식으로 평균을 내 숫자로 표시합니다. 가격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를 알려주기 위해서지요. 이를 ‘물가지수’라고 부릅니다. 흔히 정부와 언론에서 말하는 물가는 이것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기사에서 본 소비자물가도 여기에 속하죠. 정확히 말하면 소비자물가지수입니다. 틴틴 여러분과 어머님 같은 소비자가 평소에 많이 사는 상품을 조사해 계산한 숫자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을 위해 정부는 몇 개의 품목을 조사할까요? 460개입니다. 쌀이나 배추, 계란 같은 농산물부터 전기요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38개 지역에서 조사해 계산한 뒤 통계청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합니다. 연말엔 지난 1년 동안의 물가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알려줍니다. 틴틴 여러분이 본 기사는 2016년 한 해의 물가 변화를 조사한 통계청 발표를 다뤘을 겁니다. 여러분 말처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약 1%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2015년보다 0.97% 상승했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어머니 말씀도 맞습니다. 어머님이 접하시는 시장 장바구니 가격이 급등했거든요.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무 한 개의 평균값(소매가)은 3090~3100원 정도로 직전 5년 평균보다 약 130% 올랐습니다. 지난해 배추값은 2015년과 비교해 70%나 올랐습니다. 틴틴 여러분이 많이 먹는 계란 값도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15일 계란 한 판(30개)의 가격은 대략 5000~60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고 나자 두 달 만에 가격이 9000원대로 뛰었죠. 많은 닭이 AI에 걸려 3000만 마리 이상이 죽거나 살처분을 당한 탓이 큽니다. 어머님이 한숨을 쉬시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이처럼 어머님 같은 소비자가 물건값이 예전보다 오르거나 내렸다고 느끼는 것도 물가입니다. 이른바 ‘체감(體感)물가’라는 것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가진 의문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체감물가는 많이 올랐는데 정부의 공식 물가는 그 정도로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소비자의 체감물가가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통계청이 물가지수를 잘못 계산한 걸까요.

둘 다 아닙니다. 바로 ‘가중치’라는 존재 때문이에요. 통계청은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품목별로 가중치를 달리 적용합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높은 가중치를,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되는 품목에는 낮은 가중치를 적용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합니다. 전체 가중치는 1000으로 놓고 계산합니다.
가중치의 높고 낮음은 정부가 정합니다. 평소 전체 예산에서 일반 소비자가 어떤 품목에 더 많은 돈을 쓰는지를 추정해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요금의 가중치는 38.3입니다. 1000중에서 38.3이니까 한 달에 쓰는 돈을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그 중 3만8300원은 휴대전화료에 쓴다고 보는 셈입니다.

460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건 집을 구하는 데 쓰는 비용입니다. 전세(49.6)와 월세(43.6) 가중치가 1, 2위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서 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가까이 되는 것이죠. 앞서 언급한 휴대전화 요금이 3위입니다. 이외에도 휘발유 가격(25.1), 전기요금(18.9) 등에 높은 가중치가 매겨집니다. 반면 시장에서 직접 살 수 있는 식료품목의 가중치는 낮습니다.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오른 배추와 무의 가중치는 각각 1.2와 0.6에 불과합니다. 물가지수 산정 과정에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12%와 0.06%에 그친다는 뜻이죠. 땅콩·밀가루·식초·이유식 등도 가중치가 0.1 수준입니다. 월세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0.4%에 그쳤습니다. 휴대전화 요금은 0%였습니다. 가중치가 25.1인 휘발유는 -7%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계란과 무 등 장바구니 물품 가격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가중치 높은 상품의 가격이 오르지 않으니 전체 물가지수엔 큰 변화가 없는 겁니다.
물론 통계청은 바뀐 소비 현실을 반영하고자 정기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 계산 품목과 가중치를 바꿉니다. 가장 최근의 정기 개편은 지난해 12월 16일에 이뤄졌습니다. 여기서 물가지수 측정 품목 수가 481개에서 460개로 줄었습니다. 소비자 씀씀이가 줄어든 꽁치·잡지·사전 등이 제외됐고 소비가 증가한 현미·낙지·파스타면·헬스기구 등이 새로 추가됐죠. 주류·담배·전세·월세 등의 가중치도 조정했습니다. 최근엔 소비자물가지수 외에 소비자들이 공감할 만한 물가지수도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50개 어패류·채소·과실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물가지수는 지난해 상승률이 6.5%에 달해 소비자의 체감물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시장 변화를 바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정기 조정이 5년에 한 번씩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 19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를 올해 추가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와의 차이를 줄이는 건 한국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도 중요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 보면 최근 3~4년은 ‘저물가’ 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수요 부족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우려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상품의 물가가 오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로선 경기 침체를 탈출하기 위해 수요 확대 정책을 펴야하는지, 아니면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정책을 펴야 할지 헷갈릴 것입니다. 만일 경제 상황을 잘못 해석해 정부가 그릇된 정책을 쓴다면 한국 경제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죠.

세종=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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