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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흥행 뒤엔 1억5000만원 모아준 152명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44) 감독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개봉 18일 만인 22일 누적 관객수 305만 명을 돌파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포함해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76)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이 세운 301만 명을 13년 만에 뛰어넘으면서 세대 교체를 알렸다.

이는 애니메이션 팬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관객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이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40%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5000만원을 목표로 투자자 모집에 나선 미디어캐슬은 2억원 가량이 한꺼번에 몰리자 하루 만에 모집금액을 3배(1억5000만원)로 늘렸다. 결국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완판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너의 이름은.’은 수입 영화 최초로 진행한 크라우드펀딩 사례였다. 통상 영화 펀딩이 제작 초기에 진행되는 것과 달리 지난해 여름 일본·대만·중국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상영돼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는 점이 투자의 리스크를 줄였다. 영화가 제작된 이후 진행되는 펀딩은 배급 및 마케팅 비용에 주로 사용된다. 미디어캐슬 강상욱 이사는 “ 영화 자체에 자신이 있었고, 소액이라도 자신의 돈을 투자하면 바이럴(입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미디어캐슬은 원리금 상환 의무를 가진 공모사채(회사채)를 택했다. 강 이사는 “영화를 믿고 추천해준 분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다”며 “당초 목표액을 5000만원으로 선정한 것 역시 영화가 적자를 보더라도 회사에서 감당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짧은 투자기간과 1인당 최대 200만원까지 투자 가능한 소액 펀딩임에도 높은 이자가 책정된 것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성공 사례는 25일로 도입 1년을 맞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대중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신생·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제도로 시작했지만 자리잡기까지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재난영화 ‘판도라’는 증권 발행한도인 7억원을 채우면서 기대감을 모았지만 현재까지 누적 관객수 475만 명으로 손익분기점(440만 명)을 간신히 넘긴 상태다. 이마저도 당초 손익분기점은 540만 명이었으나 부가수익으로 조정된 결과로, 겨우 손실에서 수익으로 돌아섰다.

‘사냥’ ‘걷기왕’ 등 투자자 모집에는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흥행 성적이 저조해 원금 손실을 입은 경우도 많다. 반대로 ‘덕혜옹주’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투자자 모집에는 실패한 경우다. 때문에 한국영화 중 사실상 투자부터 수익금 확정까지 이어진 성공 사례는 700만 명을 돌파해 25.6%를 돌려받은 ‘인천상륙작전’이 유일한 셈이다.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左), 맨체스터 바이 더 씨(右)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左), 맨체스터 바이 더 씨(右)

이에 관련 업체들은 앞다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영화 관련 14개 펀딩을 진행해 8개를 성사시킨 와디즈는 독립 다큐멘터리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2월 1일 개봉)을 통해 영역을 확장했다. 중개업체 오픈트레이드도 영화로 눈을 돌려 다음달 개봉을 앞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맷 데이먼 제작)를 시작으로 ‘골드’(매튜 맥커니히 주연) 등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짜고 있다.
투자증권사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하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IBK투자증권의 김은정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크라우드펀딩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인데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 등 문화콘텐트 분야와 함께 하면 제작사는 부족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고 증권사는 상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IT·에너지 기업 등에 대한 펀딩을 활발하게 추진해온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CIA 정보분석원의 폭로전을 그린 ‘스노든’(2월 9일 개봉)으로 첫 영화 펀딩 도전에 나선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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