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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슬림 배터리’ 집착이 발화 불렀다

‘1차 책임은 배터리를 만든 삼성SDI와 중국 ATL, 2차 책임은 부피는 작은데 용량은 큰 배터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한 삼성전자.’ 3개월간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을 조사한 삼성전자와 UL 등 해외 검증기관 3곳이 내린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배터리를 잘못 만든 데다 작고 오래 가는 배터리를 만들려 무리한 설계를 한 게 겹쳐 사고를 냈다는 얘기다.

23일 발표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1차 리콜을 부른 삼성SDI 배터리의 경우 발화한 배터리는 대부분 오른쪽 모서리가 눌려 있는 결함이 발견됐고, 전반적으로 분리막이 얇았다. 또 2차 리콜 사태를 야기한 ATL 배터리는 발화 배터리의 음극판에서 작은 돌기가 발견됐고, 일부 제품은 분리막에 붙어 있어야 할 절연 테이프가 없었다. 결국 배터리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단종 3개월여 만에 발표됐다. 중국 ATL이 공급한 배터리를 장착한 노트7의 뒷모습. [중앙포토]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이 단종 3개월여 만에 발표됐다. 중국 ATL이 공급한 배터리를 장착한 노트7의 뒷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이런 하자가 발화로 이어진 배경에선 ‘무리한 배터리 설계’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부피는 더 작고, 용량은 더 큰 배터리를 만들려고 충전재를 양쪽에 꽉꽉 채우다 보니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은 얇아지고. 배터리 내부 밀도는 지나치게 올라간 것이다. 사지브 지수다스 UL 컨슈머비즈니스 부문 사장은 “전반적으로 분리막이 얇아지면서 제조 결함에 대한 내성이 약해졌다”며 “특히 전력 밀도가 상승하면 발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증기관인 엑스포넌트 측은 배터리 내부의 좁은 공간을 지적했다. 케빈 화이트 수석연구원은 “(삼성SDI 배터리는) 파우치셀 설계에서 공간이 충분하지 못해 음극판이 눌렸다”고 말했다.

‘작고 오래 가는 배터리’는 최근 몇 년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매달려 온 승부처였다.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배터리 사용량도 따라 늘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얇은 스마트폰을 원했기 때문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노트7은 특히 다양한 기능과 멀티미디어 사용성이 중요했기 때문에 기획 단계부터 고용량 배터리가 가장 중요한 사양 중 하나였다”며 “노트7은 전작 대비 콤팩트한 디자인을 적용하면서도 배터리 용량(3500㎃h)은 더 늘리기 위해 배터리 설계 방식과 제조 공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설계와 제조 공정상 문제점을 노트7 출시 전에 최종 확인하고 검증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학계 전문가들이 혁신에 대한 집착이 사고의 한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로 2차전지 업계의 ‘밀도 경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점수 동아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노트7의 배터리는 역대 최대 밀도였을 거란 게 학계의 분석”이라며 “이런 고밀도 배터리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검증 기간을 거 치는 등 안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고밀도 배터리에 대한 혁신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삼성SDI 출신의 정경민 유니스트(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이번 발화 사태를 일으킨 직접적 원인이 에너지 밀도가 아닌 만큼 제조사들의 혁신 움직임을 멈출 수는 없다”며 “이론상 안전하면서도 더 밀도가 높은 배터리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배터리 검사 주기 및 횟수를 크게 늘리고 ▶X선 및 해체 실험, 전압 및 누액 검사 등을 통해 배터리 이상 여부를 조기에 감지하며 ▶완제품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충·방전 시험을 벌이는 등 8단계의 안전성 검사 기준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700여 명의 연구원이 3개월간 스마트폰 20만 대, 배터리 3만 개를 대상으로 충·방전 시험을 거듭해 발화 원인을 밝혔다. 3곳의 외부 기관은 발화 제품과 새 제품 등을 바탕으로 독립된 실험을 진행했다.

임미진·김도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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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